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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윌리를 찾아서 Nov 01. 2023

평양에서 들었던 '괜스레'

2008년 내 나이 18살에 처음으로 북한의 수도 평양을 방문하게 되었다.

북한에서는 평양을 방문하는 일은 흔치 않은 일이다. 국가를 위해 특별히 큰 공을 세우든지 단체장으로써 큰 행사에 참가하기 위해 방문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러한 북한에서 내가 평양을 방문한다는 것은 아주아주 드문 일이다.


지금은 기억도 잘 나지 않고 보잘 것 없는 8줄 짜리 동시 하나로 상을 받으러 간것이 내 인생 가장 큰 업적이었을지도 모르겠다.


평양은 내가 살던 곳이랑 아주 달랐다.

깨끗한 거리이며, 겨울임에도 썰렁하지 않고 화려한 밤 거리, 높고 곧게 뻗은 류경호텔을 비롯한 고층 건물들.


패션도 지방과 많이 달랐다. 세련되고 깨끗하고 학생들까지도 지방과는 달라 보이는 듯 했다.

이런 곳에 까무짭짭한 지방 출신 수명이 올라와 거리를 활보하는 것은 상상 할수가 없다.


평양에서 티비에서만 보던 곳들을 여러곳 방문했다.

옥류관, 청류관, 열사릉, 놀이동산 그외 북한의 랜드마크인 주체 사상탑, 개선문도 방문 했다.

놀라움을 감출 수 없는 건축 물들이었다. 특히 대동강변에 자리 잡은 주체탑은 당시 나에겐 더할 나위 없이 조국에 대한 자긍심(그때는 그랬다)을 가지게 했다.



그중 최고로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던 것은 5.1경기장에서 아리랑 공연을 관람하고 숙소로 가던 중 평양의 밤거리에서 들었던 피아노 소리와 예쁜 목소리의 노래였다.

걸어서 숙소로 가던 중 야관 개선문을 구경할 때쯤이었다.


화려하지만 조용한 평양의 밤길에 은은한 피아노 소리가 들려왔다.

'아~ 이게 평양의 밤인가 보다' 싶을 때 노래 가사를 듣고 흠칫 놀랬다.


우리도 흔히 불렀던 노래지만 그렇다고 드러내고 부른 적은 없는 노래였다.

이 노래를 평양에서 듣다니...분명 남조선 노래라는 것을 모를리가 없는데...

우리 일행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https://www.youtube.com/watch?v=IKbIdhRhCAY

지금도 안재욱 님의 '친구'라는 노래를 들으면 그때 그 평양의 밤이 기억이 난다.

모두가 요람에 들어도 지새지 않는 평양의 밤은 내가 알던 밤이 아니었다.


내 기억의 평양의 밤에는 남조선의 노래가 울려퍼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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