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한 번의 소멸을 향해, 처량한 질주를

윌리엄 셰익스피어 저, 《맥베스》

by 사백
《맥베스》 제 5막 7장 by Moritz Retzsch


삶을 어떻게 흘려보내야 하는지 알고 있었다면 우리는 절대로, 후회를 두려워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어떤 선택은 종종 우리를 낯선 풍경에 세워두고 혼란에 빠뜨린다. 그때마다 우리는 빠져나올 방법을 찾다가 원인도 모르고 무력감을 맛본다. 안타깝게도 우리는 알고 싶어도 알지 못하는 상황과 자주 직면하고, 예측에 곧잘 실패하기 때문이다.


후회는 지문처럼 오래 남아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는 특성이 있다. 우리가 이 감정을 두려워하거나 멀리하려는 이유는 아마, 잘 살고자 하는 마음 때문일 것이다. 세월이 흐르고 지난날을 돌아봤을 때 불안과 후회로 뒤섞인 삶이 절대 헛되지 않기를 바라며, 각자의 미숙한 세계에서 내일을 준비하는 절실함에서 비롯된 그런 마음 말이다.


우리의 어제는 우리 모두가 죽어 먼지로 돌아감을 바보들에게 보여 주지.

꺼져라, 꺼져, 단명하는 촛불이여.

인생은 걸어 다니는 그림자일 뿐.

무대에서 잠시 거들먹거리고 종종거리고 돌아다니지만

얼마 안 가 잊히고 마는 처량한 배우일 뿐.

떠들썩하고 분노 또한 대단하지만, 바보 천치들이 지껄이는 아무 의미도 없는 이야기.


제5막 5장 일부

윌리엄 셰익스피어,《맥베스》, 권오숙 옮김, 열린책들(2010)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이 주제에 대해 생각하다 보면 작가 셰익스피어가 집필한 비극 《맥베스》가 떠오른다. 선과 악이 혼재한 인간의 내면. 두려움과 욕심 앞에서 나약해지는 인간의 본성. 《맥베스》에 담긴 날카로운 인간사는 여전히 다양한 장르를 창구 삼아 살고 있다. 무대 위에 오른 배우의 입 속에서. 또는, 현대적인 해석이 가미된 소설과 영상 속에서 숨 쉬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아직도 《맥베스》를 이야기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주인공 맥베스는 능력이 출중해 스코틀랜드 던컨 왕의 총애를 받는 장군이다. 노르웨이 반군을 진압하고 왕의 진영으로 돌아가던 어느 날, 그는 협곡에서 우연히 세 마녀를 만난다. 이들은 대뜸 그가 스코틀랜드의 새 왕이 될 운명이라고 예언한다. 기이한 이 한마디는 후에 맥베스가 던컨 왕을 시해하고 왕좌를 차지하기까지 강렬한 불쏘시개로 작용한다. 그는 마녀들이 예언한 대로 스코틀랜드의 왕이 된다. 이 과정에서 던컨 왕을 포함한 다수가 희생됐고, 그는 한동안 자신이 죽인 뱅쿠오의 환영을 보며 괴로워한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작가 셰익스피어가 맥베스에게 부여한 복잡한 인간다움이다.


세상은 선택의 순간에서 무엇이 옳은지 자문하는 이들 덕분에 균형을 유지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때때로 우리는 옳다고 여기는 경로를 이탈해 혼란을 자처한다. 그대로 안고 살아야 하는 과오는 주로 이때 발생한다. 결국, 우리는 의도했든 아니든 삶에 얽힌 과오를 책임지고 속죄하며 살아가는 존재인 셈이다. 살인을 도구 삼아 권력을 획득한 맥베스의 잔혹한 방식은 어떤 이유로든 정당화할 수 없다. 그러나 그가 어떤 인간인지 묻는 말에는 답을 유보하기로 하자. 극이 흘러 갈수록 탐욕에 굴복하고 냉소적으로 변모하는 맥베스의 모습은 선함과 악함 사이에서 중심을 잡지 못하는 우리와 닮았으므로.


극은 맬컴 왕자를 옹립한 잉글랜드 군대의 습격에 맥베스가 죽음을 맞이하며 비극적으로 막을 내린다. 작가 셰익스피어는 극 내부에서 맥베스를 두 차례 단죄한다. 그가 배우자의 사망 비보를 전해 들을 때 한 번, 맥더프가 휘두른 칼에 목이 베일 때 한 번. 제5막 5장에서 맥베스는 아내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소식을 듣고, 긴 독백을 통해 인생을 마치 ‘떠들썩’하지만 결국에는 ‘죽어 먼지로 돌아갈’ ‘얼마 안 가 잊히고 마는 처량한 배우’의 삶에 비유한다.


그가 말한 대로 삶과 연극은 서로 닮은 데가 많다. 수많은 사람이 각자 맡은 배역을 수행하고 그 사이에서 다양한 사건과 희로애락이 피어난다는 점에서 말이다. 그러나 이 둘은 닮았지만 분명 다르다. 커튼콜이 끝나고 막이 내려도 언젠가 다시 시작될 연극과 달리, 우리의 삶은 막이 열린 그 순간부터 희비극을 아우르며 단 한 번의 소멸을 향해 질주하기 때문이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하나로 귀결될 수 없다. 삶을 부여받은 그 순간부터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한 걸음 나아가는 것뿐이다. 선택과 결과를 책임지고, 때로는 삶을 오독하고 담대히 후회하면서. 먼지처럼 세상을 조용히 떠돌다 사라지는 처량한 결말이 기다리고 있더라도, 우리는 계속 살아가야 한다.



출처


I. William Shakespeare, 《Macbeth》, Pan Macmillan(2016)

https://www.panmacmillan.com/authors/william-shakespeare/macbeth/9781909621886


II. 《Shakespeare's dramatic work》 by Moritz Retzsch(1853)

Published by B. Westermann

https://archive.org/details/gallerytoshakesp00retz/page/n213/mode/2up


III. 윌리엄 셰익스피어,《맥베스》, 권오숙 옮김, 열린책들(2010)

http://www.openbooks.co.kr/html/open/searchView.html?no=1085&skind=fd_subject&sword=%B8%C6%BA%A3%BD%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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