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말랑해지는 순간들
감상적이고 이상적인, 말랑말랑한, 따뜻한 낭만적인 순간! 내 인생에서 이런 순간이 있었을까? 질문을 받고 난 없다고 생각했는데,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은 처음으로 딸과 단둘이 간 제주도여행이 생각났어요.
원래도 아름다웠는데 연예인 때문에 유명해진 애월읍의 한담해변. 동영상을 고정해 두고 찍을 만큼 깨끗하고 아름다운 일몰, 석양과 노을은 5년이 지난 지금도 생각이 날 만큼 멋지고 아름다웠어요.
해가 질 때는 항상 멋져요. 자연이 인간에게 주는 선물 중의 하나죠. 해가 질 무렵의 석양은 아름다운 색이에요.
해가 질 때 붉거나 노랗거나 주황색이거나 다양한 색이 나타나죠. 수월봉에서 본 일몰 때의 석양과 노을, 추자도에서 본 석양과 노을, 바다 밑으로 깨끗이 들어가는 일몰은 보지 못해도 제주도 바닷가에서 해가 질 때의 모습은 너무 아름답고 좋아요. 낭만적이었어요.
하지만 낭만적인 일출은 보지 못했어요. 고등학교 교과서에 나나오는멋지고 아름다운 일출을 보고 싶은데, 정동진에서도, 속초에서도, 성산일출봉에서도, 형제봉에서도, 지리산에서도 내가 기대한 만큼 아름답고 멋지고 낭만적인 일출을 보지 못했어요. 내가 너무 멋진 모습을 상상해서 그럴까요? 나에게 낭만적인 일출을 볼 수있을까요?
두 번째 생각나는 것은 연애와 결혼이네요. 저는 말랑말랑하고, 설레고, 따뜻한 감정을 느끼며 살지는 않았어요. 주어진 일을 하고 가족들이 좋아해 주고, 친구들하고 즐겁게 지내고 성실하게 살아가는 것이 중요했죠.
그런데 지금 생각해 보니 그런 감정을 연애하면서 처음 느꼈던 것 같아요. 설레고, 감정적이고, 따뜻해서 늘 같이 있고 싶은 마음. 조금 쑥스럽고 부끄럽기는 하네요.
일하느라 바빠서 시간이 없으니 출근하기 전 새벽에 만나서 도봉산에 올라갔던 일도 생각이 나고, 일 끝나고 밤새도록 술 마신 기억도 나고, 헤어지기 싫은 마음도 생각나고, 어깨에 손을 올렸을 때 설렜던 기억도 나요. 연애하고 결혼해서 같이 살면서 나를 기다리는 집에 들어갈 때 마음이 말랑말랑해지고 따뜻했어요.
세 번째는 딸하고 노래방도 같이 가고, 좋아하는 피규어를 사기 위해 구경하고 쇼핑할 때, 좋아하는 영화를 볼 때, 좋아하는 전시회를 볼 때 둘이 여행을 가서 같이 사진 찍으며 놀 때, 딸과 친구처럼 무언가를 할 때 제가 설레고, 따뜻하고 말랑말랑 해지네요. 이게 낭만이겠죠.
마지막으로 낭만적이고 마음 말랑해지는 것은 타로를 배우며 만난 사람들, 그리고 타로를 함께 읽으며 만나는 친구들이네요.
목적이나 이해관계를 따지지 않아도 되고, 어떤 말을 해도 수용이 가능하고, 만나러 가기 전에 설레고, 만나면 기분 좋아지니 말랑말랑하고 따뜻하네요.
나에게 없을 것 같은 낭만적인 순간을 이렇게 순식간에 적을 수 있음에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