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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농땡선녀 May 17. 2024

키는 작지만 예쁜 정님 씨



비록 키는 작지만 백옥같이 흰 피부와

굵지만 곧게 뻗은 다리를 가진 엄마는 그런 당신을 뿌듯해하셨다.

심지어 '가장 예쁜 발 사이즈 235mm(엄마 주장)'인 것도

키에 비해 손발이 작지 않아 딱 좋다고 하셨다.


비록 키는 150cm 초반이지만 얼굴이 크지 않고 제법 몸의 균형이 잘 맞는 편인 데다

가늘고 기다란 흰 손가락, 납작한 엉덩이, 둘째 발가락이 엄지발가락보다 약간 큰 발 모양조차 예쁘다고.


그렇게 예쁜 엄마는 종종 나를 두고 말씀하셨다.


"나는 이렇게 피부도 하얗고 종아리도 휘지 않고 곧게 뻗어 이쁜데,

넌 왜 피부도 까맣고 종아리도 뽄 때 없이 휘었는지 모르겠다.

나를 닮아야 이렇게 하얗고 고울 텐데.

왜 좋은 건 하나도 안 닮았는지 모르겠구나..."


"넌 손도 발도 정말 작구나.

누굴 닮아 손발이 그리 작고 통통한 거니.

날 닮았으면 이렇게 손가락도 가늘고 길다란 게 이쁠 텐데.

발도 봐라.

모난 데 없이 참 예쁘잖니."



그 앞에서 여러모로 부족한 나는

더 이상 "왜 이렇게 낳으셨나요" 따위 소리는 하지 않는다.

그저 "네, 네. 그러게 말여요." 하며 웃을 뿐이다.

그런 엄마와 함께 거실에 앉아 TV를 보는 일은 참 고달프다.

 TV 속 출연자의 얼굴과 몸매만 보는 엄마가 계속 외모를 평가를 하기 때문이다.

엄마는 TV 출연진의 피부 관리며 시술 여부, 나이 속임과 더불어 가정사까지 읊어가며

예쁘다, 못생겼다, 뚱뚱하다, 다리가 휘었다 등등 출연자들 이야기를 끝도 없이 늘어놓는다.

TV 채널 선택권이 없는 나는 거실 소파에 갇혀

커다란 TV 소리와 TV 만큼 커다란 엄마의 동시 소음을 견뎌야 한다.


문제는 밖에서도 종종 엄마가 다른 사람 외모를 평한다는 데 있다.

그러시지 말라고 무례한 행동이고 듣는 사람 기분 나쁘다고 여러 차례 이야기해도 소용없다.

저 사람 안 들리게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는 등

뭘 사실을 얘기하는데 그러냐는 등

가는 귀 먹은 엄마의 큰 목소리는 줄어들지를 않고

어르신의 고집은 영 고쳐지질 않아 어딜 가도 항상 불안할 지경에 이르렀다.


아, 엄마 제발 그러지 좀 말라고요.

다른 사람이 엄마 보고 작은 키로 동동거리고 다닌다 말하면 좋겠어요?

나한테만 그렇게 말해요.

엉마가 좋아하는 보라색 꽃 라벤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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