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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농땡선녀 Sep 10. 2024

정님 씨의 내로남불


코로나가 다시 유행한다.

조카도, 딸아이도, 남동생도 걸렸고 이번엔 나의 엄마 정님 씨 차례다.

마른기침에 콧물이 줄줄 흐르던 정님 씨는 코로나인 줄도 모르고 지인과 노래 카페에도 다녀왔다.


내가 걱정하면,



마이크 카바도 각자 들고 다니고,
노래 부르기 전에 마이크하고 카바에 소독제를 덕지덕지 바르고 불러서 괜찮아.



라며 큰소리치던 정님 씨는 막상 본인이 코로나에 걸린 것을 알고 난 뒤 함께 간 친구가 걱정됐던 모양이다.




2년 전 정님 씨가 처음 코로나에 걸렸을 때는 노래 카페에 함께 간 지인 중 한 사람에게서 전염됐었다.

당시 콜록콜록 기침을 하면서도 노래 카페에 와서 노래 부른 지인을 흉보며 원망한 정님 씨는

지인 면전에서 대놓고 당신 때문에 옮았다고 꽤 오랫동안 비난했었다.


얼마 전에도 노래 부르러 왔는데 또 기침한다며 지인에게 대놓고 면박을 줬었다.

그 이야기를 큰 딸과 작은 딸, 심지어 함께 사는 손녀에게도 자랑스럽게 여러 번 이야기하던 정님 씨.

그런데 이번에는 본인이 코로나 걸린 채로 노래 카페에 다녀왔다.



전화기 속에서 은밀하게 정님 씨가 말했다.


내가 오늘 노래 카페 가서는
혹시 몰라서
기침 나올 때는 남들 모르게 고개 돌리고 몰래 하고,
약이랑 영양제도 남들 안 보는 곳에서 한 움큼을 먹었어.
근데 내가 송여사랑 소곤소곤 이야기를 좀 나눴거든.
송여사가 나한테  옮았으면 어떡하지?
근데 나는 코로나 걸렸다고 말 안 할 거야.
모르는척하고 있어야지.
나 아팠던 걸로 날짜 세면 벌써 5일째야.
거의 다 나았어.
나 코로나 걸린 거 절대 말 안 할 거야.




노래 카페 다녀온 날 저녁, 자칭 4일째에 검사 키트를 사용한 정님 씨의 항변이다.

그동안 두 번은 노래 카페에 다녀왔으며

백화점 한번, 마트, 병원만 두 곳을 다녀온 정님 씨는

그동안 코로나 걸렸으면서 노래 카페에 왜 오냐며 민폐이고 주책이라고 남들 험담했던 일도 다 잊었고,

코로나 걸려서는 왜 백화점이며 마트에 싸돌아다니냐며 사람들 흉보았던 기억도 다 잊어버렸다.

정님 씨의 내로남불이다.



후일담,

정님 씨의 지인 송여사도 결국 코로나에 걸렸다.

그리고 정님 씨는 끝까지 본인도 코로나에 걸렸다는 이야기를 숨겼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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