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감, 유능감, 그리고 관계감은 우리의 일상과 일터에서 주요한 원동력으로 작용한다. 이 세 가지는 심리학자들이 "3대 심리적 동기"라고 정의하는데, 각각의 의미는 아래와 같다.
자율감: 스스로 선택하고 주도적으로 행동할 때 느끼는 자유와 통제감.
유능감: 자신의 능력을 발휘해 일을 잘 수행했을 때 느끼는 성취감.
관계감: 다른 사람들과 의미 있는 관계를 맺고, 소속감과 지지를 느끼는 감정.
대부분의 사람은 이 세 가지 요소가 직장 생활에서 만족감을 주는 중요한 동력이라고 생각한다. 다 좋은 말이니까, 당연히 좋은 것들이다. 하지만 동기 부여에 진짜 중요한 건 따로 있다. 바로 '의미' 또는 '목표의 명확성'이다. 이는 세 가지 심리적 동기만으로는 일에 대한 깊은 충족감을 제공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오늘은 바로 이 점을 살펴보고자 한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자율감, 유능감, 관계감은 일의 지속성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주지만, 일을 '진정으로' 의미 있게 만드는 데는 충분하지 않다. 예를 들어, 한 프로젝트가 직장인에게 자율적인 방법과 선택을 허용하고, 내가 잘 수행할 수 있는 영역에 맞춰져 있어도, 그 일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는지, 궁극적으로 어떤 가치를 만드는지 모른다면 동기 부여가 떨어지기 쉽다.
직장인 A씨의 이야기를 통해 생각해 보자. A씨는 자율적인 업무 환경에서 일하고 있으며, 자신의 실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충분하고 동료들과 좋은 관계도 맺고 있다. 그런데, 그는 왠지 자신의 일이 허무하다고 느끼고 있다. 그는 종종 “내가 이걸 왜 하고 있지?”라는 의문을 품으며 일에 집중하지 못한다. 결국, 그는 "내 일이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라는 질문에 명확한 답을 찾지 못한 채 떠돌아다니는 기분이 든다. 분명 꽤나 만족스러운 상황인데도, 이직이나 자영업을 고민하게 된다.
이처럼 사람들은 자신이 하는 일이 어떤 목표를 가지고 있고, 어떤 의미를 창출하는지를 알 때 진정한 동기와 충족감을 느낄 수 있다.
최근 많은 직장인이 일에서 의미를 찾으려는 경향이 높아지면서, 중요한 점은 결국 팀이나 조직, 집단의 공통적 목표보다도 개개인이 자신의 업무를 어떻게 인식하고 이 일을 통해 무엇을 얻고자 하는지, 그 개인적 욕망이 뚜렷하다는 데 있다. 언뜻 들으면 "회사 일을 하면서 다른 마음을 품고 있다는 음흉한 사고"라고 여겨질 수 있지만, 이는 사실 우리에게 남아 있는 낡은 관념에서 기인한 것이다.
즉, 직장인이면 마치 모두가 같은 생각과 한 마음, 한 뜻으로 움직여야 한다는 예전 방식이 여전히 우리 마음을 사로잡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같은 일을 하더라도 한 사람 한 사람이 자기만의 딴 마음, 즉 일에 대한 각자만의 이유가 있을 때, 그 일에 대한 충족감과 몰입이 깊어지며, 결과적으로 조직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오게 된다.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하는 심리학적 연구가 있다.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목표 지향성"이 뚜렷할 때 뇌의 보상 시스템이 더욱 활성화되어 몰입감을 더 쉽게 느낀다고 한다. 더불어, 일에 대해 명확한 의미와 목표가 주어지면 스트레스 상황에서도 '왜 이걸 해야 하는지'가 명확해져 어려움 속에서도 지속적으로 노력할 수 있게 된다.
빅터 프랭클은 의미를 잃어버린 사람은 목표를 상실하기 쉽고, 그에 따라 삶의 방향을 잃게 된다고 설명한다. 반대로, 자신의 일이 큰 목적을 이루기 위한 과정이라고 느낄 때, 사람들은 외적인 보상보다 내적인 충만감을 얻게 된다.
데이터를 보면 직원들이 "자율감, 유능감, 관계감"보다 자신의 일이 구체적인 목적을 이루고 있다는 확신을 가질 때 직무 만족도가 평균 20% 이상 높아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조직 내에서 미션을 명확히 한 기업은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직원 이직률이 현저히 낮았다. 이러한 결과는 직원들이 "내가 왜 이 일을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답할 수 있을 때 장기적으로 조직에 더 헌신하게 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다시 말해, 내 입맛대로 일을 진행할 수 없고, 그 일을 잘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도 없고, 그리고 주변 동료와의 관계도 좋지 않는 것은 분명한 악조건이다. 그러나 내가 이 일을 하는 이유가 뚜렷하게 있다면 그러한 악조건을 이겨낼 수 있다는 뜻.
또한, 리더십과 관련된 한 연구에 따르면, 직원들에게 일의 의미와 목표를 명확히 전달하는 리더가 이끄는 팀은 목표 달성률이 30% 이상 높았다. 그만큼 단순한 심리적 만족감보다는 일의 궁극적인 목표와 방향성을 제시하는 것이 중요한 동기 부여 요소임을 알 수 있다.
10년 전보다, 5년 전보다 워라밸은 확실히 좋아졌다. 그러나 지금의 우리는 그보다 더 큰 의미와 목표를 원한다. 우리의 일이 단지 지금 이 순간을 넘어 어떤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지, 그 과정에서 어떤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지 알고 싶어 한다. 만약 여러분도 현재 하는 일이 단순한 작업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어떤 목표에 기여한다고 느낄 수 있다면, 그 일은 더 이상 단순한 "일"이 아닌 진정한 "의미 있는 작업"이 될 것이다.
결국, 그 일을 잘하기 위한 환경적 조건보다, 그 일을 대하는 내 마음은 무엇인가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월요일부터 힘든 하루를 보냈다면 개운하게 샤워하고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너 지금 뭐하니? 이 일이 너한테 무슨 의미니?"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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