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부터 미국의 블로그 사이트에도 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미국에서 10년에 가까운 세월을 보낼 때, 조기 유학이나 외국인학교에 다니지 않았어도 미국인들과 곧잘 어울리는 '인싸'의 삶을 살았지. 동양인 남자가 아무도 없는 동네에서 피부가 까맣거나 새하얀, 아니면 반쯤 까무잡잡한 친구들과도 눈인사쯤은 쉽게 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들이 출소 후에 어떤 삶을 꿈꾸는지 이야기를 들어주고 가끔 법원에도 같이 가줄 수 있는 호기가 있었다.
그렇게 네가 잘났네 내가 잘났네하던 20대가 지나고, 사는 답답함을 느꼈을 때부터 시작한 글쓰기와 브런치. 3년이 지나고 이제서야 누군가 내 글을 읽고 있구나 생각이 든다. "내 재능을 썩힐 순 없지!" 그렇게 글로벌 친구들을 대상으로도 내 글을 올려야겠다 마음을 먹었다. 물 들어오기 전에도 노를 젓고 있었고, 막상 물이 들어오니 노 젓는 일은 하나도 힘들지 않다. 물론 그 중에 검고 보라색 물도 있어서 무섭긴 하다. 막상 내 생각을 영어로 전하려니 막막함이 먼저 다가온다. 그간 사용하지 않았던 영어가 어색해진 탓도 있겠지. 하지만 더 중요한 건 따로 있었다. 내가 먹고, 자고, 싸는 시간에도 매일 생각하는 내 블로그 주제들이 이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과는 또 다르기 때문이었다.
이때까지 써왔던 글들을 적당히 번역해서 올리면 되겠지했던 간사한 마음과 마주한다. 내가 보는 세상에서 벌어지는 일들과 거기에 대한 나의 생각은 어쩌면 좁아진 내 시야를 반영하는 것 같다. 사용하는 언어가 다른 나의 친구들이자 같은 '인간'에게 나는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 시간이 길어진다. 심리학자가 팔자에도 없는 에세이 써내려가면서도 이렇게 나를 자극하는 새콤한 고민이 반갑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