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황준선 Nov 11. 2024

자율성? 유능함? 아니요, 바로 '의미'

자율감, 유능감, 그리고 관계감은 우리의 일상과 일터에서 주요한 원동력으로 작용한다. 이 세 가지는 심리학자들이 "3대 심리적 동기"라고 정의하는데, 각각의 의미는 아래와 같다.  

자율감: 스스로 선택하고 주도적으로 행동할 때 느끼는 자유와 통제감.

유능감: 자신의 능력을 발휘해 일을 잘 수행했을 때 느끼는 성취감.

관계감: 다른 사람들과 의미 있는 관계를 맺고, 소속감과 지지를 느끼는 감정.

대부분의 사람은 이 세 가지 요소가 직장 생활에서 만족감을 주는 중요한 동력이라고 생각한다. 다 좋은 말이니까, 당연히 좋은 것들이다. 하지만 동기 부여에 진짜 중요한 건 따로 있다. 바로 '의미' 또는 '목표의 명확성'이다. 이는 세 가지 심리적 동기만으로는 일에 대한 깊은 충족감을 제공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오늘은 바로 이 점을 살펴보고자 한다.


심리적 동기의 한계와 목표의 중요성

최근 연구에 따르면, 자율감, 유능감, 관계감은 일의 지속성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주지만, 일을 '진정으로' 의미 있게 만드는 데는 충분하지 않다. 예를 들어, 한 프로젝트가 직장인에게 자율적인 방법과 선택을 허용하고, 내가 잘 수행할 수 있는 영역에 맞춰져 있어도, 그 일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는지, 궁극적으로 어떤 가치를 만드는지 모른다면 동기 부여가 떨어지기 쉽다.


직장인 A씨의 이야기를 통해 생각해 보자. A씨는 자율적인 업무 환경에서 일하고 있으며, 자신의 실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충분하고 동료들과 좋은 관계도 맺고 있다. 그런데, 그는 왠지 자신의 일이 허무하다고 느끼고 있다. 그는 종종 “내가 이걸 왜 하고 있지?”라는 의문을 품으며 일에 집중하지 못한다. 결국, 그는 "내 일이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라는 질문에 명확한 답을 찾지 못한 채 떠돌아다니는 기분이 든다. 분명 꽤나 만족스러운 상황인데도, 이직이나 자영업을 고민하게 된다.


이처럼 사람들은 자신이 하는 일이 어떤 목표를 가지고 있고, 어떤 의미를 창출하는지를 알 때 진정한 동기와 충족감을 느낄 수 있다.


일의 의미와 개인적 인식의 중요성

최근 많은 직장인이 일에서 의미를 찾으려는 경향이 높아지면서, 중요한 점은 결국 팀이나 조직, 집단의 공통적 목표보다도 개개인이 자신의 업무를 어떻게 인식하고 이 일을 통해 무엇을 얻고자 하는지, 그 개인적 욕망이 뚜렷하다는 데 있다. 언뜻 들으면 "회사 일을 하면서 다른 마음을 품고 있다는 음흉한 사고"라고 여겨질 수 있지만, 이는 사실 우리에게 남아 있는 낡은 관념에서 기인한 것이다.


즉, 직장인이면 마치 모두가 같은 생각과 한 마음, 한 뜻으로 움직여야 한다는 예전 방식이 여전히 우리 마음을 사로잡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같은 일을 하더라도 한 사람 한 사람이 자기만의 딴 마음, 즉 일에 대한 각자만의 이유가 있을 때, 그 일에 대한 충족감과 몰입이 깊어지며, 결과적으로 조직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오게 된다.


심리학이 알려주는 목표와 의미의 힘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하는 심리학적 연구가 있다.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목표 지향성"이 뚜렷할 때 뇌의 보상 시스템이 더욱 활성화되어 몰입감을 더 쉽게 느낀다고 한다. 더불어, 일에 대해 명확한 의미와 목표가 주어지면 스트레스 상황에서도 '왜 이걸 해야 하는지'가 명확해져 어려움 속에서도 지속적으로 노력할 수 있게 된다.


빅터 프랭클은 의미를 잃어버린 사람은 목표를 상실하기 쉽고, 그에 따라 삶의 방향을 잃게 된다고 설명한다. 반대로, 자신의 일이 큰 목적을 이루기 위한 과정이라고 느낄 때, 사람들은 외적인 보상보다 내적인 충만감을 얻게 된다.


데이터가 알려주는 의미와 목표가 만족감에 끼치는 영향

데이터를 보면 직원들이 "자율감, 유능감, 관계감"보다 자신의 일이 구체적인 목적을 이루고 있다는 확신을 가질 때 직무 만족도가 평균 20% 이상 높아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조직 내에서 미션을 명확히 한 기업은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직원 이직률이 현저히 낮았다. 이러한 결과는 직원들이 "내가 왜 이 일을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답할 수 있을 때 장기적으로 조직에 더 헌신하게 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다시 말해, 내 입맛대로 일을 진행할 수 없고, 그 일을 잘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도 없고, 그리고 주변 동료와의 관계도 좋지 않는 것은 분명한 악조건이다. 그러나 내가 이 일을 하는 이유가 뚜렷하게 있다면 그러한 악조건을 이겨낼 수 있다는 뜻.


또한, 리더십과 관련된 한 연구에 따르면, 직원들에게 일의 의미와 목표를 명확히 전달하는 리더가 이끄는 팀은 목표 달성률이 30% 이상 높았다. 그만큼 단순한 심리적 만족감보다는 일의 궁극적인 목표와 방향성을 제시하는 것이 중요한 동기 부여 요소임을 알 수 있다.


공허한 마음을 채울 수 있는 건 의미뿐!

10년 전보다, 5년 전보다 워라밸은 확실히 좋아졌다. 그러나 지금의 우리는 그보다 더 큰 의미와 목표를 원한다. 우리의 일이 단지 지금 이 순간을 넘어 어떤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지, 그 과정에서 어떤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지 알고 싶어 한다. 만약 여러분도 현재 하는 일이 단순한 작업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어떤 목표에 기여한다고 느낄 수 있다면, 그 일은 더 이상 단순한 "일"이 아닌 진정한 "의미 있는 작업"이 될 것이다.


결국, 그 일을 잘하기 위한 환경적 조건보다, 그 일을 대하는 내 마음은 무엇인가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월요일부터 힘든 하루를 보냈다면 개운하게 샤워하고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너 지금 뭐하니? 이 일이 너한테 무슨 의미니?"



참고자료

Deci, E. L., & Ryan, R. M. (2000). "The ‘What’ and ‘Why’ of Goal Pursuits: Human Needs and the Self-Determination of Behavior." Psychological Inquiry, 11(4), 227-268.

Frankl, V. E. (2006). Man's Search for Meaning. Beacon Press.

Wrzesniewski, A., McCauley, C., Rozin, P., & Schwartz, B. (1997). "Jobs, Careers, and Callings: People's Relations to Their Work." Journal of Research in Personality, 31(1), 21-33.  

Spreitzer, G. M., Sutcliffe, K. M., Dutton, J. E., Sonenshein, S., & Grant, A. M. (2005). "A Socially Embedded Model of Thriving at Work." Organization Science, 16(5), 537-549.

Gallup (2021). State of the Global Workplace 2021 Report.

작가의 이전글 정신과 의료 사고가 반복되는 진짜 이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