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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준선 May 03. 2024

하이브-민희진의 심리 분석 2편

내가 사랑에 빠진 똑같은 이유로 헤어지는 것처럼

1편은 하이브라는 회사가 가진 정체성에 대해 살펴보았다.

하이브는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가장 돈 되는 것을 잘 골라 돈을 잘 버는 회사다.


그런데 하이브는 왜 민희진과 다투게 되었을까?

민희진은 왜 그 돈에 만족하지 못하고, 기자회견 장에는 그런 패션으로 나왔을까?

민희진의 심리만 이해하면 모든 상황이 쉽게 이해된다.




민희진을 이해하기 위해 그녀의 과거를 살펴보자.

민희진은 SM엔터테인먼트에 공채로 입사해서 이사까지 올라갔다.

일반 회사원은 누리지 못하는 고속 승진의 배경에는 그녀의 똘끼가 있다.


민희진은 탐구형 인물이다.

탐구형은 쉽게 말해 모두가 "예"라고 할 때, "아니요"를 외치는 유형이다.

새로운 것을 탐색하고, 상상하길 좋아하며, 창의력이 뛰어나다.

남들과 다름을 추구하고, 자기만의 색깔을 추구한다.

그럴 때 살아있음을 느낀다.


언뜻 들으면 멋있어 보이는 말이나,

한국에서는 '모난 돌이 정 맞는다'에 전형적인 유형이다.


당신이 직장 상사나 선생님이라면,

끊임없이 질문하고, 설명을 요구하고, "왜요?"를 외치며 똘끼를 발휘하는 학생이 어때 보이겠는가?

꼭 한 대 쥐어박고 싶은 반항아처럼 보일 것이다.

(참고로, 이런 기질이 그녀를 정장이 아닌 티에 모자를 쓰고 기자회견 장에 나서게 한 이유이다.)


이런 민희진의 기본적인 성향을 염두에 두고 그녀의 SM시절로 돌아가보자.

그녀는 입사 후 SM회장 이수만 앞에서 '소녀시대' 컨셉에 대해 발표한다.

일반 회사원이 경영진 앞에서 이래야 한다든지, 이 길이 맞다든지 하며

자신의 생각을 강하게 어필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민희진의 탐구형 성향(또는 똘끼)이 발휘되어 그런 짓을 했고,

이수만은 이를 수긍하여 소녀시대를 성공시켰다.

신임을 얻은 민희진은 다양한 아이돌의 성공 사례를 만들어가며 승진을 거듭했다.


탐구형은 자신을 믿고 자기만의 길로 나아가 뚜렷한 결과물을 내면 누구도 상상하지 못하는 성과를 낸다.

여기에 해당하는 모범 사례가 민희진이다.


그런 그녀가 사장자리를 주겠다며 만류하던 SM을 왜 나왔을까?

민희진은 SM은 이미 시스템화가 되어있고, 그 안에서 자기의 역할을 찾지 못했다고 말한다.


그렇다.

탐구형이 가진 본질적인 애로사항이다.

거듭된 성공으로 크게 성공한 SM회사는 말 그대로 '기업'이 되었다.

기업은 그 성공을 유지하기 위해 사내 규칙이 생기고, 성공 공식이 생긴다.

그리고 그 '공식', '규칙'은 탐구형에겐 '안정감'이 아닌 '억압'으로 느껴진다.

그게 민희진이 돈과 명예를 뿌리치고 SM을 박차고 나온 이유다.




이런 그녀의 탐구형 기질을 자극해 준 것이 방시혁, 당시 빅히트였다.

네가 가진 역량을 충분히 발휘해 줄 수 있도록 자유도를 준다는 말은

탐구형인 민희진에게 안성맞춤의 제안이었다.


그리고 민희진은 뉴진스로 초초초대박을 터뜨리게 된다.

그리고 이 성공이 또다시 탐구형의 발목을 잡는다.


돈을 끝장나게 잘 버는 하이브가, 하이브 방식으로 물질적 보상을 한다.

반면에, 민희진에게 돈이란 자신이 맘껏 일하고 즐기고 그렇기 위해 고생을 감수하다 보니 따라온 성과일 뿐이다. 즉, 목이 말라하는 사람에게 물이 아닌 맛있는 케이크를 가져다준 셈이다.

이것이 하이브-민희진 불화의 시작이다.




남들과 다르고, 자기 생각을 여과 없이 발언하는 탐구형의 행동은

한국 사회에서 받아들이기 힘든 당혹스러움이다.

마치 반항한다고 보이기 십상이다.


특히 돈과 명예를 추구하는 사람에게 민희진은 불만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행실이다.

"돈 많이 줬잖아. 도대체 얼마를 더 바라는 거야? 쟤 그냥 반항하는 거 아냐!?"라는 식이다.


그리고 아일릿이 뉴진스를 카피했다든지 하는 말은

평소 민희진의 성향상 자신이 느낀 생각을 그저 그대로 얘기했을 뿐이다.

그러나 방시혁과 하이브 경영진에게는 참을 수 없는 모멸감과 정면 도전으로 느껴졌을 것이다.


그래서 거대 조직을 운영하는 회사 입장에서는

규칙을 어지럽히고 분위기를 어수선하게 만드는 민희진을 도려내는 선택을 한 것이다.




이것이 사건의 전말이다.

배임이니, 경영권 찬탈이니 하는 이유는 핵심이 아니다.

스티브 잡스가 애플에게 쫓겨난 이유도 이와 비슷한 맥락이다.

애플을 화려하게 성공시켰던 잡스가 해고된 사건이 딱 민희진의 경우와 비슷하다.

그때도 이사회가 온갖 이유를 만들어 내쫓았지만,

사건의 본질은 제멋대로 하고 싶어 하는 잡스를 이해할 수 없던 경영진의 판단이었다.


이런 배경 지식을 갖고 사건을 다시 쳐다보면 훨씬 이해가 쉬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건 억만장자들의 싸움일 뿐, 중요한 건 우리다.

하이브-민희진의 사건을 바라보는 우리의 심리는 뭘까?

3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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