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하루를 보냈나요?
아직 회사를 다니던 때의 일이다.
출판사이다 보니 주력 서비스는 당연히 종이로 된 교재들이었다.
그러다 보니 우리 팀은 자연스레 교재 개발팀이 요청하는 교재의 부가적인 서비스만을 개발했다.
그렇게 수익이 나는 상품 없이 교재의 서비스를 기획만 하던 때, 이제는 우리 팀에도 수익을 낼만한 서비스를 기획해야 한다고 했다.
나는 한번 시작하면 보통으로 끝내지 않는 스타일이라 열심히 신규 서비스를 생각해 냈고 시장조사를 했다.
결론은 하나도 받아들여진 것이 없었다.
내가 서비스를 생각해 올 때마다 항상 이런저런 이유들로 반려당하기 일쑤였다.
신사업을 기획할 때 쉽게 될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러나 무엇을 생각해 가든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고 안될 이유를 찾아내는 것 같았다.
그래서 물어봤다.
도대체 왜 안된다고만 하시는 거냐고.
나의 상사는 말했다.
나는 안될 이유를 찾아야 하고 너는 논리적으로 설득을 해야 한다고.
그냥 수긍하는 척했다.
내가 말한 것 중에는 다른 경쟁사가 막 발을 들여놓으려고 시작하는 사업도 있었고
다른 경쟁사는 하지 않지만 여러 교육 정책으로 인해 앞으로 기대가 될만한 것도 있었다.
그러나 내가 말할 때마다 반대를 하는 이유가 '잘 안될 것 같아', ' 내 주변에 타깃이 될만한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관심이 없어'였다.
수긍하지 못할 만하지 않은가.
반대의 이유부터가 논리적이지 않았다.
그래서 그때부터는 새로운 사업은 접어두고 다른 일을 중점적으로 했다.
어느 날이었다.
또다시 새로운 사업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도메인이 교육 쪽이 아니라도 괜찮다고 했다.
나는 또 앞으로의 먹거리를 찾아야 했다.
그러나 다시 반려당했다.
이번의 이유는 해당 사업에 대한 전문가가 없어서였다.
그렇게 반려당했는데 다른 팀원이 말한 사행성이 짙은 아이디어는 좋다고 관심을 보이셨다.
나는 또 실망하고 말았다.
비즈니스 가치를 충족하기에는 사행성 사업이 당연히 좋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도파민 중독이라는 말도 있듯이 사행성은 인간의 쾌락을 건드리는 영역이기 때문에 돈을 벌기에는 분명 좋을 것이다.
그러나 서비스 기획자는 비즈니스 가치뿐만 아닌 고객가치를 동시에 창출할 만한 서비스를 기획해야 한다는 게 내가 배운 내용이며 내 가치관이다.
사행성은 어떤 고객 가치를 전달하며 어떤 문제를 해결하는가.
내가 볼 땐 비즈니스 가치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
그래서 손을 놔버렸다.
그리고 또 어느 날.
이번엔 교육 쪽으로 A라는 서비스를 하는 곳이 있는지 어떻게 서비스 중인지 비슷한 서비스는 없는지 분석해보라셨다.
일에 진심인 나는 또 열심히 분석했다.
꼭 그 서비스를 할 것 같이 이야기하셔서 분석해서 말씀드렸더니 큰 회사가 이미 하고 있어서 안 되겠다고 했다.
너무 화가 났다. 그래서 한마디 했다.
이건 이래서 안 되고 저건 저래서 안되고 그럼 아무것도 못해요.
새로운 사업을 한다는 것은 도전이다.
그런데 그때마다 '안된다, 안된다' 하는 것은 그냥 더 나아가길 포기한다는 말이다.
최근에 알게 된 분은 많은 자기 계발을 하는 분이다.
항상 앞으로 나아가고 성장을 위해 노력하신다.
다양하게 하시다 보니 아는 것도 많으신 분이다.
이런 분들을 보면 나도 스스로 반성하게 된다.
나는 과연 어떤 인생을 살고 있는지, 어떤 하루를 보냈는지,
머무는 하루를 보냈는지, 나아가는 하루를 보냈는지.
머물 것인지 나아갈 것인지는 오로지 스스로에게 달렸다.
어떤 하루를 보냈나요? 머물렀나요, 나아가고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