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조닉 May 24. 2024

앨리스가 말하는 이상한 나라 기준과 현실

현실 이야기인데 이상한 나라라는 착각

오늘은 이상한 나라 앨리스에서 앨리스가 원하는 세상을 묘사하는 대사를 보며 이야기하려 한다. 여러분도 대사를 읽어보고 어떤 느낌이 들며 앨리스가 말하는 세상이 어떤 모습인지 생각해 보자.




이상한 나라 앨리스를 관통하는 대사.



만약 내가 내 세상을 가졌다면, 모든 것이 말이 안 될 거야. 지금과 같은 건 없을 거야. 왜냐하면 모든 것이 지금 게 아닐 테니까. 반대로 지금 것들은 그게 아니게 될 거야. 그리고 그게 아닌 것들이, 그렇게 될 거야.


처음 읽으면 이해하기 힘든 대사다. 간단히 말하면 지금 우리가 아는 모든 건 변하고 바뀔 거라는 의미다. 여기까지 읽으면 이런 생각이 든다. '어? 이건 현실에도 일어나는 거 아닌가?' 맞다. 처음 보면 엉뚱한 말 같으나 해당 글은 현실에서 일어나는 내용이다. 앨리스가 말하는 세상도 현실과 다를 게 없다.


현실은 계속 변한다. 우리는 변하고 있다. 심장은 뛰고, 세포는 오래된 세포를 잡아먹는다. 배워서 새로운 지식을 쌓고, 운동해 근육량이 늘고 체중도 변한다. 운동을 안 하면 근육이 줄고 먹으면 지방이 늘고 시간이 지날 때마다 세포가 늙어간다. 우린 계속 변한다.


말장난으로 보이는가? 세상으로 넓히면 어떨까? 많은 사람이 계속 움직이고 날씨가 바뀌고 차가 움직인다. 건물은 조금씩 침식하고 얼룩지고 사회 제도는 시간이 지나 바뀌거나 사라지거나 새로 만들어진다. 누군가를 향한 사랑, 분노 같은 감정도 시간이 지날수록 사그라지거나 강해진다. 우리 삶에서 바뀌지 않는 건 없다.



부처가 찾은 진리



때문에 불교에서 우주와 자아는 불변이 아닌 계속 바뀌는 존재라 칭한다. 지금과 같은 건 없다. 위 원리대로면 현실은 앨리스가 말하는 데로 충분히 이상한 세상이 아닌가?


사람 인식도 시대가 지나면 바뀐다. 남성중심사회인 과거 노예와 여성, 아이는 권리가 없었으나 노예는 사라졌고 여성, 아이도 인권을 가진 게 예시다. 군용으로 만들어진 워커와 롱코트는 일반인도 입는 패션 도구가 되었다. 남성을 위해 탄생한 가터벨트는 여성에게 섹시함을 강조하는 성인 용품이 되었고, 권력자가 영토와 재산을 지키기 위해 건축한 성벽은 '문화재'라는 흥미로운 볼거리로 바뀌었다.


현재 성벽은 전쟁을 대비해 군대가 주둔하는 곳이 아닌 가이드와 관광객이 주둔한다. 총소리가 아닌 사진 찍는 소리가 대신하고 화약 불빛이 아닌 카메라 후레시가 눈을 비춘다. 하이힐은 파리 길바닥에 넓려 진 똥에 안 묻기 위해 탄생했고, 향수는 잘 못 씻고 똥 냄새가 나는 걸 숨기기 위해 탄생했으나 두 가지도 패션 용품으로 바뀌었다. 마차는 권력층을 위한 이동수단이었으나 이색체험을 위한 용도로 바뀌었다. 이야기하면 끝이 없다. 세상은 과거와 현재가 다르고 변하고 있다.


종교도 바뀌었다. 과거는 신이 존재하고 인간은 신을 숭배하기 위해 존재했다. 모르는 건 신, 사제에게 묻고 경전에서 찾았다. 생태계에 계층을 나누고 인간은 신을 본떠 우주 중심이며 존엄하다.


근대부터는 바뀐다. 근대화와 산업혁명은 인간이 신을 대체하게 해 주었다.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평등과 자유를 누릴 권리를 가진 인본주의 탄생이다. 모르는 건 인터넷에 검색하거나 전문가에게 물어본다. 다윈이 진화론을 발표하자 생태계 계층도 효력을 잃고 생명은 평등하다는 걸 깨닫는다.


찰스 다윈


인본주의가 탄생하며 영혼을 중시하던 사회는 생명을 중시하던 사회로 바뀌었다. 중세는 고문을 받아도 영혼이 가진 순결을 증명하기 위해 기꺼이 목숨을 희생하고, 신체를 훼손했고 동물은 영혼이 없다고 했다. 현대는 증명되지 않은 영혼이 아닌 눈에 보이는 생명을 중시하기에 서로를 조심히 다루고 동물, 식물도 생명이니 존중한다. 종교도 신이 아닌 인간을 위한다는 명목에 교리를 행한다.


과거 십자군 전쟁에 참전하는 소년은 전쟁이 신을 위한 성스러운 일이며 천국으로 가는 길이라 믿었고, 세계 대전에 참전하는 소년은 국가와 가족 생명을 살리기 위한 영광스러운 희생이라 믿었다. 믿음이 향하는 대상이 다를 뿐 구조는 같다. 개념이 바뀌었을 뿐이다.



미래 세상에 찾아올 변화와 믿음


21세기 과학은 인간이 가진 권리와 사상도 무로 돌아가고 알고리즘과 데이터로 세상을 보는 종교가 찾아올 거라 믿는다. 이를 데이터교라 한다. 어떤 미래가 올지 우린 모른다. 확실한 건 세상은 바뀌지 않은 게 없다. 나중에는 데이터를 보며 세상을 이해하고 인정하고 의존하는 시대가 올 거다. 그럼 인간이 가진 주체성과 가치관은 어떤 취급을 받을까?


이미 알고리즘에 의존하며 비슷한 매체만 즐기고, 지혜보다는 지식을 탐하고, 학습이 아닌 검색을 하고, ai가 해주는 작업에 의존하는 시대다. 모든 걸 데이터에 의존한다면 인간은 무엇을 위해 존재하게 될까? 지금 '공산주의 vs 자본주의 or민주주의' 체제로 경쟁 중인데 나중에는 '데이터주의 vs 생명 or인본주의'라는 개념으로 경쟁할지도 모른다. 지혜는 부족하나 완벽에 가까운 데이터 지식을 따를지, 부족한 점은 많지만 사람이 가진 지혜를 따를지 말이다. 그때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확실한 건 이미 우리 세상은 말이 안 되는 세상이다. 과거에는 헛소리였던 게 현실이 되었고 실현되기 힘들다던 헛소리가 현실로 다가온다. 과거 중세인이 현대를 보면 왜 신을 안 믿고 영혼을 중시하지 않고, 동물과 식물을 보호하냐며 이상한 세상이라 볼지도 모른다.




오늘은 이상한 나라 앨리스에 나오는 대사를 보며 세상을 이야기했다. 앨리스가 말한 자기 세상 기준으로 보면 현실도 이상한 세상이다. 여러분에게 세상은 어떤 모습인가? 매일 변하는 이상한 세상인지, 변함없는 심심한 세상인지 생각해 보자.

매거진의 이전글 처음 보면 몇 명이나 이 영화를 이해할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