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권을 중요시하지 않으면 벌어질 일
지난 시간에 부당한 명령인걸 알아도 권력자 명에 따르는 병사를 이야기했다. 이번 시간은 확장해서 이상한 나라 앨리스에 나온 장면 중 권력에 사회가 굴복하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이야기하겠다.
이상한 나라에서 왕은 꼭두각시고 모두 여왕 비위를 맞춘다. 모든 존재가 여왕을 돕는다. 반대로 다들 앨리스를 홀대한다. 권력에 맞서는 건 앨리스 혼자다. 이런 모습을 잘 보여주는 건 크로켓 경기와 재판 과정이다.
여왕과 앨리스는 크로켓 경기를 한다. 경기를 보면 편파판정이 심하다. 앨리스가 여왕보다 게임을 잘하는 걸 확인 가능하다. 원래 실력이면 여왕은 앨리스를 이기지 못한다.
하지만 앨리스가 패배한다. 여왕을 무서워하는 병사, 아첨꾼과 굴복한 존재가 여왕을 치켜세우고, 앨리스를 괴롭히며 점수 얻기를 방해한다. 이는 능력 있고 정의를 행하는 소수 능력꾼, 지식인이 부패와 권력에 맞서지만 패하는 이유를 보여준다.
공권력은 권력자가 부리는 힘이기에 권력자에게 대항하지 못하고, 권력자에게 맞서는 존재에게는 철저히 응징하는 게 공권력이다. 국가란 해당 지역이 가진 모든 폭력 수단을 독점하고 소유하는 걸 정당하게 여기는 기관이다. 해당 기관이 다수 국민이 아닌 소수 계층을 위해 일한다면 고통받는 건 힘없는 국민이다.
경기하다가 앨리스가 여왕을 화나게 해 여왕은 앨리스를 사형시키기 위해 재판을 연다. 권력자에게 모든 힘을 이임한 국가가 가진 재판 형태는 어떨까? 지금부터 확인해 보자.
여기선 모든 길은 내 길이다.
-하트여왕-
재판은 크로켓 경기와 다를까? 똑같다. 모두 여왕 비위를 맞추고 그녀 마음대로 진행한다. 재판 형식은 여왕 입맛대로 바뀐다. 죄가 없어도 마음에 안 들면 죄목을 만들고 배심원 의견은 여왕이 조작한다.
중요하지 않고 증거가 되지 못하는 형식도 여왕이 중요하다 우기면 중요한 증거로 변한다. 아무도 의문이나 문제를 제기하지 않고 꼭두각시처럼 받아 적는다.
없던 증거가 생기니 없던 죄가 생기고 죄 형량은 여왕 마음대로다. 어디서 많이 본 구조 아닌가? 모든 방식은 여왕이 하는 방식을 따른다. 앨리스는 목이 날아갈 위기에 쳐한다. 하지만 앨리스가 버섯을 먹고 커지며 자신보다 강한 힘을 가지자 여왕은 두려워해 사과한다.
절대군주제인 국가에서 여왕이 사과했다는 건 국가 법과 권력이 더 큰 권력에 사과하고 아부하는 행위다.
반대로 앨리스는 의기양양해져 여왕에게 하고 싶던 말을 내뱉는다. 여왕이 가진 강자 위치가 앨리스로 옮겨졌을 뿐, 강자가 누군지에 따라 법이 굴복하는 모습은 변함이 없다. 법 앞에서는 힘 크기가 발언권으로 직결되어서는 안 된다.
해당 모습을 보니 디즈니는 권력자는 법정에 가도 마음대로 법을 주무르고 약자에게 불리한 판결을 내리는 모습을 비난하고 싶은 걸로 보인다.
모든 법원이 그러진 않지만 사례가 없진 않으니까.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만들어지고 70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사회는 해당 문제를 완전히 근절하지 못했다. 원작인 영국도, 영화를 만든 미국도, 영화를 보는 세계도 아직 '법 앞에선 모두가 평등하다.'는 이상을 실현시키지 못했다.
정의를 행하는 사람은 소수이며 나머지는 무관심하거나 반대하고 방해하니까. 이런 모습은 당시 50년대 미국과 세계 여러 곳에 공통되게 나타난 현상일 것이다. 세계 2차 대전이 끝난 지 얼마 안 돼 세계가 혼란스러운 시기였으니 심했을 거라 예상한다.
해당 내용을 보면 권력자에게 주권을 부임한 국가는 어떤 형태를 가지는지 대략 아는 게 가능하다. 법은 평등하지 않은 정도가 아닌 개인감정에 치부되고 공권력은 권력자 개인 경호원으로 전락한다. 이를 막기 위해 출판, 사상, 언론은 자유가 보장되어야 하고 시위 자유도 지켜야 한다.
위 같은 현상을 묵인하고 귀찮다, 정치 관심 가져봐야 바뀌는 게 없다, 내 삶과 관련 없다 등으로 관심을 가지지 않으면 우리는 하트여왕 같은 독재자를 따라야 할 거다. 때가 되면 대항해 보려 한들 늦을 거고 주권은 한 명을 위해서만 존재하게 된다.
오늘 글은 여기까지다. 부디 이상한 나라 앨리스를 폭넓게 감상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기를 바라며 글 마친다. 다음에도 이상한 나라 앨리스 관련 글로 찾아오겠다. 읽어주셔서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