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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민수 Jul 22. 2019

짤짤이에서 사이버도박까지

청소년 사이버 도박의 진화

청소년 놀이문화의 전유물이었던 짤짤이.


짤짤이는

일종의 돈내기 게임이었다. 1926년 일제 강점기에 ‘ 보통학교 아동들이 밤이면 화투나 짤짤이를 했다’는, 1950년 대부터는 좀 논다는 아이들 사이에서 ‘짤짤이는 인기 우선순 위였다’는 기록을 찾을 수 있다. 안타깝게도 1979년에는 ‘짤짤이로 공과금을 탕진해 강도행위까지 했다’는 슬픈 기록도 존재한다. 


시점으로 보면 짤짤이는 2000년대 이전, 그러니까 인터넷이 대중들에게 인기를 얻으며 모두가 스마트폰을 향해 하나둘 시선을 옮기기 전까지 나름 그 명맥을 유지해왔던 것으로 보인다. 1980년대 들어 일본에서 유입된 전자오락기의 등장 또 한 당시 청소년들에게 짤짤이를 대체하기에 충분했지만 그래도 짤짤이는 전자오락과 함께 청소년들의 전유물이었다. 


전자오락이 성행하면서 전자 도박게임이 등장했음에도 청소년 들은 쉽게 고개를 돌리지 못했다. 그러나 2000년 이후 본격적으로 인터넷이 확산되고, 이후 PC에 있던 인터넷은 스마트폰이라는 거대한 신문명으로 이주하 면서 청소년들 사이에서는 ‘모바일 게임’ 붐이 일기 시작했다. 일명 '밥상머리'에서도 게임을 하는 청소년들이 등장한 것이다. 우리는 그렇게 ‘모바일 게임’의 위험성에만 주목했지 정작 드러나지 않은, 그러니까 청소년을 기웃거리며 도사리 고 있었던 청소년들의 ‘사이버 도박’은 모른 척했던 것이다. 


사회 문제로 등장한 청소년 사이버 도박


2019년 지금, 우리가 눈치채지 못했던 청소년 사이버 도박은 어느새 사회적 문제로 등장했다. 그렇게 사라졌던 오프라인 '짤짤이'는 온라인이라는 가상공간으로 컴백했다. 여기에 시치미 뚝 떼며 팔짱을 낀 채 호시탐탐 우리 청소년들을 기다 리고 있다. 복잡한 인증절차 없이 휴대폰 통화 한 번이면 성인이든 청소년이든 가리지 않은 채 말이다. 


이미지 출처 : 구글 이미지


이렇게 가입한 사이버 도박에는 청소년들이 손쉽게 빠 질 수 있도록 단순한 게임방식의 ‘실시간 게임’을 진열해 놓고 있다. 청소년들은 ‘스포츠토토’는 물론 ‘타조’, ‘달팽이’, ‘사다리’, ‘그래프’와 같은 초단기성 게임(청소년들이 말하는 용어로는 실시간 게임)으로 하루에도 수회, 수 십 회를 그들의 침대 위에서 열광하며 씨름하고 있다. 


사이버 도박으로 5천만 원을 잃었던 학생은 차치하더라도 한 번 사이버 도박을 한 청소년들이 적게는 몇 만 원부터 많게는 수백만 원에 이르는 베팅을 하고 있다는 것은 매우 놀라운 일이며, 특히 우리가 눈여겨볼 것은 청소년 사이버 도박의 문제는 도박 자체에서 그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도박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학교폭력과 소년범죄에 노출되어 있는 것이 사실이고, 도박을 위한 아르바이트는 물론 친구나 동네 형을 통해 높은 이자를 불러가며 스스로 '빚쟁이'를 자처하기도 한다. 심지어 요즘 이슈가 되고 있는 ‘대리 입금’이라는 불법 돈놀이에 발을 들이게 된 것도 심각한 문제다. 결국 청소년들에게 노출된 비열한 마케팅이 우리 청소년들의 정신과 몸을 막무가 내로 할퀴고 있는 것이다. 가볍게 여길 일이 아니다.



기관이 아닌 사회가 나설 때.



이제 사이버 도박을 근절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해 보자. 

청소년 사이버 도박을 근절하는 방법은 기관이 먼저가 되어서 는 근절할 수 없다. 이것은 한계에 대한 문제다. 물론 사이버 도박을 근절하기 위해 경찰청에서는 지난 1월부터 오는 6월까지 ‘사이버 도박 집중 단속’을 펼쳤다. 곧 결과가 나올 것이지만 심각성을 예상하는 통계가 나올 것이 분명하다. 학교에서도 지역별로 ‘학생 도박 예방 교육 조례안’에 따라 본격적으로 예방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또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역시 사이버 도박 근절을 위해 지금까지 쉼 없는 활동을 진행 중이다. 하지만 이러한 국가 기관의 노력으로는 한계가 있다. 왜냐하 면 경찰관도 선생님도 센터의 상담사도 청소년들의 침대까지 갈 수 없을뿐더러 그렇게 예방하고 단속해도 결국 가정에서 부모의 관심과 제재 없이는 해결될 수 있는 형태가 아니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 사회가 중심이 되어 문제를 고민해야 한다. 그중에서도 이제는 우리 부모가 나서야 할 때다. 자녀가 학교에 돌아와서 저녁을 먹고" 먼저 쉴게요", 하며 자기 방으로 들어갔을 때 우리 아이가 단순히 ‘SNS’를 하고 ‘건전한 게임’을 한다고만 생각해서는 안 된다. 청소년들은 도덕적으로 잘못된 행동을 하면 할수록 주위를 속이는 특별한 재주가 있다는 것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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