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을 위한 나라는 없다 - 분노하게 만드는 '알몸사진 합성' 범죄
"의심 가는 사람 없니?"
"네 없어요."
조금이라도 의심 가는 사람은 없다고 했다. 범위를 넓혀 생각해보라고 했지만 그전에 먼저 여러 사람들을 생각해보았다고 했다. 그런데도 의심 가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고 했다. 그것은 어느 정도 이해가 되었다. 고민을 해온 학생은 성품이 비교적 바른 편이다. 배려심도 깊고 활달하지만 적어도 상대에게 요만큼이라도 상처가 될 여지가 있는 행동은 아예 하지 않는 친구다. 그래서 사실 이 고민을 들었을 때 더더욱 놀랐다. 뭐지...?
의심 가는 사람이 없다면 이건 상업적 범죄 즉, 불법광고를 위한 범죄라고 보아야 한다. 쉽게 말해 돈벌이를 위해서 페**북이나 인**그램 등 오픈소셜 아무데서나 무작위로 사진을 퍼와서 포르노 이미지와 합성시켜 홍보하는 것이다. 말이 홍보지 거의 대부분 '스팸'으로 쓰인다.
학생이 보내 준 사진은 충격적이었다.
우리가 일반 포털사이트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불쾌한 사진보다 백배는 더 불쾌한 사진이었다. 더구나 나를 더욱 화나게 만들었던 것은 학생의 신상정보가 고스란히 적혀 있었다. 이름과 학교까지. 거기에 입에 담기조차 힘든 저급한 문구들. 이건 '법'이 관여할 일이 아니라 '신'이 처벌해야 할 짓거리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어른인 내가 보아도 충격적인데 실제 자신의 얼굴이 알몸사진과 합성되어 있는 것을 본 여린 여학생의 마음은 어떠했을지 충분히 가늠이 되고도 남았다. 아쉽게도 이미지의 출처는 '텀**'라는 사이트였다. '텀**'는 수사과정에서 경찰 수사를 매우 힘들게 하는 업체다. 대부분의 소셜 기업들이 '자율심의 규제'를 약속하였지만 거의 유일하게 이 약속을 거부한 기업이 바로 '텀**'다. 그러다 보니 대부분의 음성적이고 불법적인 콘텐츠들이 여기 '텀**'로 몰려든다.
학생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하면서 특히, 여학생들과 부모들에게 '소셜의 다양성'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꺼내는 편이다. 특히, 그 다양성에는 효과적이고 긍정적인 요소도 많지만 우리가 쉽게 넘어가서는 안 되는 조심해야 할 요소들이 많다는 것. 그래서 그것을 피하는 것이 아니라 신중하고 조심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다. 이 범죄자는 학생의 자료를 구하는 데 그리 어렵지 않았을 것이다. 대부분의 청소년들은 '친구 요청'이 들어오면 그 사람이 누구인지 어떤 사람인지 하다못해 내 친구와 어떻게 아는 친구인지 정도 조차는 확인해야 하는 데 대부분 그러지 않는다. 그렇게 믿고 쉽게 친구 요청을 받아주게 되면 범죄자는 학생의 사진을 마음대로 다운로드하여 가져갈 수 있고 또 학생의 프로필까지 열람할 수 있으니 아마도 이번 범죄도 그런 과정이 거쳤을 것이 분명하다.
'친구요청' 승인에 필요한 다섯가지
소셜의 단점이 '사생활이 없다'라는 이야기를 종종한다. 하지만 그것은 10대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말이다. 지금의 10대 청소년들은 사생활을 오히려 '오픈'시키는 추세다. '숨기는 건 이상하다'라는 사고방식이 주류를 이룬다. 하지만 이런 범죄에 피해를 당하지 않으려면 소셜에서 맺게 되는 친구관계를 신중히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만일 '오프라인'상에서 모르는 사람이 다가와서 친구를 하자고 하면 하겠는가? 절대 그럴 리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사이버상 그러니까 소셜상에서는 매우 너그럽고 쉽게 허락한다. 청소년들은 반드시 이 부분을 생각하고 있어야 한다. 소셜 활동을 많이 하는 나는 종종 친한 교수님들과 경찰관들에게 친구 요청을 받는다. 하지만 아무리 친하다 하더라도 꼭 그분의 페이지를 들어가서 활동사항을 훑어본다. 대부분이 3년 전, 4년 전에 활동이 멈춰있다. 그럼 친구 요청을 허락하지 않는다. 범죄적 목적을 가진 블랙해커 들일 게 뻔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분들에게 일일이 연락해서 가입한 소셜 페이지가 해킹되었다고 알려준다.
친구 요청에 대한 허락은 신중해야 한다라는 말을 강조하고 싶다.
그리고 이러한 친구 요청을 신중히 하는 방법에는 다음과 같은 '살핌'이 필요하다.
첫째, 친구 요청이 들어왔다면 반드시 그 사람의 페이지를 확인할 것.
둘째, 활동사항이 언제부터 멈췄는지 아니면 지금도 활성화되어 있는 지를 확인할 것.
셋째, 나의 친구와 아는 친구라 하더라도 절대 믿지 말 것.
넷째, 활동은 많지만 프로필이 없고, 활동사항이 대부분 '공유' 콘텐츠일 경우에는 조심할 것.
다섯 번째는 무분별한 친구관계는 가급적 자제할 것.
일러주는 대로 학생은 경찰서에 가서 신고를 했다. 증거자료를 출력하면 혹시나 중간에 분실할지 몰라 경찰서에 가서 출력하라고 일러주었고, 마음을 단단히 하고 진술을 하고 오라고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경찰서에 갔을 때 가급적 여자 경찰관에게 진술을 받고 싶다고 이야기를 하라고 했다. 이건 여학생의 수치심과 관련이 있기 때문에 그렇다. 다행히 상담전보다는 훨씬 나아진 것 같아 마음이 놓였다
경찰이기 때문에.
어떠한 범죄를 마주해도 분노를 자제하고 '수사적 지성'으로 사안을 보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하지만 이러한 이성적 태도를 무너뜨리고 주먹을 불끈 쥐게 하는 범죄가 있다. 바로 청소년의 영혼을 망가뜨리는 어른들의 범죄다. 이건 용서할 수도 없고 절대 용서 해서도 안 된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