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들과 함께하는 시간, 매일 이벤트 같은 하루
고양이 4마리와 함께 살다 보니 매일 다양한 일들이 일어난다. 성격도 다르고 행동하는 모습도 모두 다르다 보니 일상에서 이벤트를 즐기는 것처럼 고양이들의 새로움을 발견할 때가 많다.
아이들을 좋아해 형들을 졸졸 따라다니는 형아바라기 첫째 고양이 초코, 외출 후 돌아오면 손에 든 물건을 먼저 탐색하느라 바쁜 둘째 고양이 밀크, ‘빠빠’ 소리에 간식을 먹으러 재빨리 달려오는 셋째 고양이 딸기, 아침에 일어나 눈이 마주치면 우렁차게 소리를 내며 다가와 애교를 부리는 막내 고양이 치즈까지 네 마리의 고양이가 함께 산다.
이쪽저쪽 시선을 돌릴 때마다 고양이들의 엉뚱하고도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는 재미에 하루가 즐겁고, 고양이들을 바라보며 웃고 있는 내 모습은 이벤트에 당첨이라도 된 듯 즐거워 보인다.
초코는 개인기가 있다. 고양이가 개인기를 가졌다고 하면 믿지 못하겠지만 내가 무려 브런치에 거짓말을 이렇게까지 정성스럽게 써서 올릴 이유도 없다는 점을 기억해 주길 바란다
. 초코에게 간식을 줄 때 손, 이라고 하면서 손을 내밀면 앞발을 살포시 들어 손바닥 위에 올린다. 이것까지는 정말 못 믿을 수도 있다 생각하지만 우리 초코는 무려 하이파이브를 한다. 맹훈련을 해온 결과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몇 번 가르쳐줬을 뿐인데 금방 배워버렸다. 보통 놈이 아니다. 특이점이라면 하루 중 오직 간식을 먹을 때만 개인기를 뽐낸다는 것인데, 그 맛에 간식을 챙기는 나란 엄마도 한패다.
밀크는 유일하게 가족 모두를 편견 없이 대하는 고양이다. 매일 아침 가족들이 일어나는 순서대로 다가가서는 다리에 몸을 비비며 인사를 건넨다. 덕분에 아침을 기분 좋게 맞이하게 된다. 가끔 아침에 잠에서 깼을 때 나를 똑바로 쳐다보고 있는 밀크와 눈이 마주치면 순간 깜짝 놀랄 때도 있다.
녀석, 언제부터 나를 감시하고 있었던 거야?
밀크는 잠을 잘 때 대자로 뻗어서 잔다. 더 자세히 묘사하면 두 앞발은 다소곳이 가슴에 모으고 두 뒷발은 대자로 벌려서 아주 편안하게 잠을 잔다. 업어가도 모를 정도로 깊이 잠들어 있는 밀크를 보며 마음속 혼잣말을 하기도 한다.
언제까지나 너를 지켜줄게.
딸기는 고양이들 중 유일한 암컷 고양이다. 밤에 자다가 일어나 보면 오른쪽 겨드랑이 사이로 살포시 들어와 안긴 채 잠들어 있는 모습을 발견한다. 그 모습이 어찌나 사랑스러운지 포근한 미소가 지어진다. 아들만 둘 키우는 엄마에게 교양 있는 모습을 지켜주는 건 딸 역할을 하는 딸기가 있어서 일지도 모른다.
어느 날, 남편과 의견 차이로 티격태격하고 있을 때였다. 언성이 조금 높아 지자 갑자기 딸기가 옆으로 오더니 머리를 팔에 비벼대는 것이었다. 그 순간 남편과 나는 눈을 마주친 채 말하는 것을 멈추었고, 잠시 정적이 흘렀다.
역시 딸밖에 없다는 건 이런 상황에서 하는 말인가.
딸기의 행동은 엄마를 이해하고 위로해 주는 딸처럼 느껴져 마음이 뭉클해졌다. ‘이래서 딸을 키워야 하는구나’를 처음 느끼게 된 일이었다.
그때 우리 집 아들 둘과 수컷 고양이 세 마리는 각자들 노느라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 몰랐다는.
딸기는 마사지를 정말 잘한다. 내가 누워 있으면 배에 앞발을 올려 꾹꾹 눌러주는데 꾹꾹이를 받고 나면 속이 편안해지고 소화가 되는 게 느껴진다. 가끔 발톱이 자라서 길어 있을 때 마사지를 받으면 한의원에서 침을 맞은 것처럼 따갑지만 아이랑 병원 놀이를 하는 것처럼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막내 치즈는 말 그대로 막내 역할을 하는 그저 예쁘고 귀여운 고양이다. 처음 우리 집에 들어왔을 때, 골골 송을 시도 때도 없이 하며 온 집안을 비벼대며 다녔는데 그 모습에 반해서 내가 적극적으로 키우기를 원했다. 그런데, 속았다. 함께 생활하는 시간이 익숙해지니 골골 송은 어떻게 하는 것이요 눈만 마주치면 도망가기 바쁘니,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치즈야, 나 너한테 낚인 거니?
그 후로 더 많은 시간을 함께하면서 치즈는 우리 가족들과 고양이 가족들에게 적응이 되었는지 점점 안정감을 찾아가고 있었다. 지금은 붙임성이 좋고 눈만 마주치면 꼬리를 흔들며 다가와서 비벼댄다. 점점 갈수록 뭐가 그리 할 말이 많은지 수다쟁이처럼 끊임없이 소리를 내며 자기표현을 확실히 하는 MZ세대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리고 치즈는 집중력이 좋다. TV에 동물들이 나오면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는데, “치즈야!” 하고 부르면 “네” 대답하고는 고개를 다시 돌려 볼 정도이다. 참고로 치즈는 대답도 잘한다. 치즈의 눈동자가 동물들의 동선을 따라 계속 움직이는데 그 모습이 신기해서 나도 치즈 눈동자의 동선을 따라가며 치즈를 관찰한다. 고양이가 이렇게 집중력이 좋다니.
가끔은 추격전을 벌이며 티격태격하지만 크게 싸우지 않고 잘 지내는 고양이들을 보면 신기할 따름이다.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고 각자의 생활을 방해하지 않으며, 원하는 공간에 다른 고양이가 있어도 배려할 줄 안다.
그래서 우리 가족과 고양이 가족이 잘 지낼 수 있는 게 아닐까.
이렇게 고양이들과 함께하는 시간 동안 일상은 다양한 색깔의 이벤트로 채워지고 있고. 고양이들을 보면서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 무엇인지를 알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