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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에게 말 걸기

by 언제나 바람처럼


책을 읽다가 빵 터졌다. 어젯밤 TV를 보다가 간 만에 눈물을 찔금대며 웃었다. 우리집에서 보는 프로그램은 뉴스와 개그 프로그램뿐이었다. 지난 수 년간. 전설의 개콘이 없어진 후 날마다 뉴스만 아침저녁 틀어 놓는다. 특히 요즘에는 뉴스가 드라마나 영화보다 더 극적이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남편이 보는 프로그램이 하나 생겼다. 어제는 나도 함께 보다가 웃음보가 터져버렸다. 얼마 만에 눈물이 나도록 웃었는지 모른다. 그래서인지 웃음 바이러스가 오늘까지도 효력이 남았나 보다. 책을 읽다가 풋 웃음이 났다.






‘블로그를 놓은 지 두 달이 되었다. 여든다섯 번째 생일 전야이기도 하고 75세를 훌쩍 넘은 노인이 계속해서 눈에 띄게 활동하지 않으면 죽은 줄 여기기 십상이라 살아 있다는 티를 좀 내야겠다 싶었다. 이를테면 무덤으로부터의 손 인사랄까.’

(『남겨둘 시간이 없답니다』에서)



이 대목이 웃게 했다. 그러면서 어딘가 감정선을 건드렸다. 여든이 넘어서도 블로그를 하는 게 대단했다. 어쩌면 나이 들수록 이런 도구가 더 필요한지 모른다. 세상을 향해 나 살아 있다고 티 낼 수 있는 방법으로 최고일 것 같았다.


블로그와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일기와 블로그나 브런치 글을 생각했다. 이 두 가지의 차이는 독자가 있고 없고다. 블로그나 브런치는 분명 독자를 생각하는 글이다. 그것도 익명의 불특정 독자를.


그런 의미에서 글쓰기는 누군가에게 말 걸기 같다. 내 생각과 감정을 전하고 싶어 거는 말.

책을 읽다가 웃다가 말 걸고 싶어졌다. 나도 살아 있다는 티를 내고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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