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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ierson Feb 03. 2023

우리가 한달살기를 해야하는 이유 1

강릉에서 첫째 날

강릉과의 첫 만남


강릉 집에서 보내는 첫날 첫 번째 밤이다. 난생처음 와보는 동네며 집이지만 이곳에 오기 위해 4시간을 운전했고, '숙소' 주변 식당에서 저녁 식사를 해결했다. 시장에 가서 내일 먹을 과일과 야채들을 샀고, 포장해온 닭강정을 안주 삼아 맥주 두 캔을 마시니 벌써 이곳이 오랜 시간 살아온 동네 같고 우리가 사는 '강릉집'처럼 느껴진다.


강릉 집에 도착했을 때 첫인상은 마치 오래된 시골의 큰 병원 같았다. 아파트 정문 화단 옆에 차를 세우고 공동현관을 들어서자 양옆으로 마치 병실이 늘어서 있을 것 같은 기다랗고 차가운 복도가 이어져있다. 엘리베이터 두 대가 필요 이상으로 넓은 로비 정중앙에 위치해있다. 엘리베이터에는 오르자 나이 지긋한 노인과 손자로 보이는 남성이 따라 들어왔다. 10층 버튼을 누른 노인이 양손 가득 여행 가방을 들고 있는 내게 몇 층에 가냐고 묻기에 같은 층이라고 대답한다. 10층에서 내리자 1층에 로비가 있던 자리에는 '만담실'이라는 생소한 공간이 있어 눈길을 끈다. 마치 병원 면회실 같다는 생각을 한다.

우리가 묵게 될 1006호에 들어서니 마치 할아버지 집에 온 것 같은 퀴퀴하면서도 싫지만은 않은 냄새가 마룻바닥이 깔린 옛날 초등학교 교실을 생각나게 한다. 아파 트 내부는 냄새와 잘 어울리는 듯한 앤티크 한 가구들이 있고 그것들이 따뜻한 분위기를 뿜어낸다. 거실에 있는 원목 재질의 4인용 테이블과 노트북을 올려놓고 글쓰기 좋아 보이는 작은 원목 책상이 벌써 나를 설레게 한다. 방안 곳곳 놓여 노란 불빛을 자아내는 황동 재질의 조명들이 내게 말한다. "강릉 집에 온 걸 환영해."



이번 여행은 다를 것이다.

우린 이미 여행을 많이 다녔다. 휴양지로 가기도하고, 모험을 떠나기도 하며 업무상 떠나기도 한다. 어느 경우건 보통의 경우 여행은 잠시의 일탈이며 일상과 구분되는 특별한 이벤트가 된다. 하지만 우리의 이번 여행은 그 자체가 일상이며 내 영역의 확장이다.

나는 이곳 강릉 집에서 3주간 생활하며 자주 가는 식당을 만들 것이고, 좋아하는 카페를 만들것이며, 34살 내 인생 가운데 20일이라는 귀중한 시간을 보낼 것이다.

우리 가족은 이곳 강릉에서 살 것이다. 이곳은 우리가 3주간의 일상을 보낸 특별한 장소가 될 것이고, 이곳을 떠나 부천으로 돌아갈 때 강릉은 단순히 가본 여행지가 아닌 언제나 존재하는 또 하나의 우리집이 될 것이다.


나는 벌써 이곳 내 강릉 집이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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