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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장인 김세평 Mar 08. 2024

마지막까지 약할 때 강해짐을 믿고 최선을 다하는 공시생

<완전한 공시생> 제6부 일기장(2017) - 06 공시생 밑바닥


제6부 일기장(2017) - 06 공시생 밑바닥 [고후 12:10]


그러므로 내가 그리스도로 인하여 연약한 것들과 치욕과 궁핍과 핍박과 고난당하는 것을 기뻐하노니 내가 약할 그때에 내가 강하니라. (고린도후서 12:10, 킹제임스 흠정역)



고등학생 때 친구들과 수영장에 갔다가 겪었던 일이다. 장난 끼 많은 친구들은 내가 수영을 전혀 할 줄도 모른다는 것을 알고는 그냥 나를 풀장으로 밀어 넣었다(심지어 수심이 깊었던 풀이었다). 그렇게 물속에 들어간 나는 물에 뜨는 법을 전혀 몰랐다보니 그저 물밑으로 계속 내려가기만(?) 했다. 어느새 바닥까지 가라앉은 나는 이제 더 이상 내려갈 곳이 없다는 걸 알고는 여기서 죽는 게 아닌가하는 생각에 어떻게든 수면 위로 올라가려고 막 발버둥을 쳤다.


다행히 그때 수영장 벽을 암벽타기를 해서(?) 탈출에 성공했지만, 아무튼 문득 그 일이 떠오른 건 그때 수영장 밑바닥에 가라앉았던 그 상황과 지금의 내 처지가 비슷한 게 아닌가 해서다. 정말이다. 공무원 시험을 무려 세 번이나 낙방하니 이제 더 이상 내려갈 곳이 전혀 없는 밑바닥 장수생 인생이다.


게다가 이런 말까지 하기 좀 그렇지만, 내가 만약 지금 죽어도 솔직히 잃을 게 전혀 없는 상황이다. 필기구와 수험서들을 제외하면 정말 아무것도 없다. 이렇게 내 인생이 바닥을 쳤다고 생각하니 이제 내 삶에는 아무런 희망과 기대도 없을 것만 같았다. 그래서 사실은 이제 이 힘겨운 밑바닥 삶을 포기해도 괜찮지 않을까 그런 나쁜 생각도 했다.


그렇게 밑바닥에 주저앉아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있는데, 누군가가 내 옆에 서 있다는 게 느껴졌다. 그래서 옆을 돌아봤는데, 아니?! 내 옆에 예수님께서 나를 바라보고 계셨다.


예수님께서는 나보다 먼저 여기 밑바닥에 미리 와 나를 기다리셨다고 했다. 그러시더니 나를 꼭 안아주시며 걱정하지 말라며, 이런 밑바닥이든 어디든 내가 너와 함께할 거라고 위로해주셨다. 그러고는 내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갈 수 있도록 도와주시겠다고 하셨다. 이렇게 예수님께서 용기를 주시니까 ‘내가 약할 그때에 내가 강해진다’는 사도바울의 고백이 무슨 뜻인지 이해가 되었다.



그러므로 내가 그리스도로 인하여 연약한 것들과 치욕과 궁핍과 핍박과 고난당하는 것을 기뻐하노니 내가 약할 그때에 내가 강하니라.

(고린도후서 12:10, 킹제임스 흠정역)



그래, 지금 생각해보면 밑바닥으로 가라앉기만 하던 나의 3년의 수험생활이 어쩌면 하나님께서 내게 주신 크나큰 축복일지도 모르겠다. 그 3년이란 시간 덕에 결국 나는 밑바닥에 도착했고, 그곳에서 예수님을 만나게 된 것이 아닌가? 나의 능력되시는 분을 내가 약할 때 만났으니, 이제는 그분과 함께 강해질 일만 남았다. 

 

어느덧 공무원 시험까지 30일정도가 남았다. 특별히 이번 시험은 내 인생 마지막 공무원 시험이다. 만약 이번 시험에도 낙방한다면 정말로 모든 것을 잃어버릴 수도 있는 어렵고 힘겨운 상황이다.


그러나 나는 걱정하지 않는다. 나의 강함 되시는 예수님을 붙들며 이제 나는 공시생 수면 밖으로 나갈테니까!



다음화에 계속 됩니다.


<책으로 버티는 직장생활> 책장인 김세평과 <연애는 전도다> 김들림의 콜라보 프로젝트 <완전한 공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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