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루 Feb 10. 2023

계절앓이, 물갈이, 혹은 노화

대충 아프다는 뜻


몸에 탈이 났다.

보름동안 두통에 시달리고 있다.

(앞선 글 '혼술'에 삽입된 사진 '마지막 술자리' 그다음 날부터였으니 딱 보름 정도 된 것 같다)


그 와중에 작년 건강검진 결과가 혈압, 공복혈당, 또 뭐더라 단백뇨? 암튼 총체적으로 재검을 요하는 상태라서 병원에 갔더니 이른 나이긴 하지만 이제 포기하고 혈압약을 먹어보자고 하셨다.

이 나이에 혈압약이라니.

믿고 싶지도 않았고 먹고 싶지도 않았지만, 행여나 혈압약을 먹으면 두통이 좀 가라앉을까 싶어 복용을 시작했는데 오히려  더 심해져서 닷새만에 포기했다.

아무튼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컨디션이 나빠졌다.

(다행히 지금은 글을 쓸 수 있을 정도로는 회복된 듯하다. 여전히 두통약은 먹고 있고, 혈압약은 먹지 않는다)






생각해 보니 매년 이맘때 크게 한 번씩 앓았던 것 같다. 그래서 계절 탓인가 싶기도 하고.

최근 나를 둘러싼 환경이 확 바뀌었다 보니 일종의 물갈이인가 싶기도 하다.

아니면... 혈압. 그것은 노화인가..?


시중의 진통제로 버티다가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서 며칠 전에는 회사 근처 내과를 찾아갔다.

호호 할아버지 의사 선생님이셨는데, 만성두통에 혈압약 복용 실패기까지 말씀드렸더니

뜬금없이 "회사 생활 어때요?"라고 물으신다.


"네? 회사요? 아, 요즘엔 괜찮아요. 작년까진 격무에 시달렸지만 지금은 여유 있어요."


그랬더니 이번엔 "취미 있어요? 쉴 때 하는 거.."

아, 이분은 지금 나를 스트레스가 많은 상태로 보시는구나.

"뭐 딱히.. 운동 부족인 것 같아서 이제 운동 좀 하려고요."

"네, 일단은 진통제를 드릴 텐데, 장기적으로는.. 알죠?"





암요. 왜 모르겠어요.


작년까지는 그야말로 몸을 갈아서 일을 했다. 그러려고 한 게 아니라 그럴 수밖에 없었다.

모든 직원이 그러고 있었고, 누구 하나 손을 놓는 순간 다 같이 죽는 거였으니까.

일이 좀 잠잠해진 후에는 승진시험 준비한다고 이번엔 영혼까지 갈아서 공부했다. (내가 미쳤지)


지금은 그때에 비해 일도 줄었고, 시간적 여유도 생겼고, 원하던 승진도 했는데 몸이 돌아오지 않는다.

그래, 그건가보다.

번아웃을 모르고 번아웃을 지나온 사람의 뒤늦은 번아웃.

일종의 시간차 '밸런스 붕괴'  

이 지경이 될 때까지 미련하게 버틴 과거의 나 자신에게 화도 나고, 측은하기도 하고.

복잡한 심사에 머리만 더 아파온다.





만 42세,

혈압약을 처방받으며 '노화'를 '선고'받았다.


그러나 만 42세,

여전히 나아질 희망은 있다. (있겠지?)


몸이 신호를 보내주는 것에, 그것을 지금이라도 알아차린 것에 감사하면서 그 작은 신호에 내 미래를 걸어보려 한다. 계절앓이든, 물갈이든, 노화든.. 그게 뭐든 잘 이겨내고 즐겁게 살아야지.


일단은 두통부터 좀 해결하고.

아이고 두야.








매거진의 이전글 끈기 좀 없으면 어때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