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켜보면 운동을 하는 그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운동하는 시간이 그다지 괴롭지 않았고, 가끔은 성취감도 느꼈다. 강사의 전형적인 '플러팅(?)'이리라 생각하지만 '소질 있으신데요. 잘하시는데요.'라는 말을 들으면 진짠가 싶어 의욕이 생기기도 했다.
싫었던 건 정해진 시간에 매번 무언가를 해야 하는 그 루틴과 강박이었다. 막상 가면 하는데, 가기가 싫은 그것. 매주 두 번 정해진 시간에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것. 그것도 퇴근하자마자 숨 돌릴 틈 없이 고강도의 운동을 해야 한다는 것. 아마도 그게 싫었던 것 같다.
운동을 가 있을 시간에 엄마에게 전화를 하니 왜 이 시간에 전화냐고 하셨다. 아직 며칠 더 남았지만, 셀프 종료한 자초지종을 얘기하면서 이번 운동도 망했음을 고백했다.
그랬더니 엄마가 그러신다.
그래, 우리 딸이 끈기가 없지. 뭘 하나를 진득하게 못해. 그래서 어떡하냐.
예전 같으면, 단지 어떤 특수한 상황 때문에 그만둬야 했을 뿐, 끈기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라며 나의 행동에 온갖 변명을 가져다 붙였을 것이다. 하지만 40대 중반의 나는 말했다.
아니 뭐. 끈기 좀 없을 수 있지. 이 나이에 새삼 끈기를 다시 길러야 해? 그냥 하고 싶은 거 종류별로 짧게 짧게 다 하고 살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보니 너무 맞는 말이었다. 내가 한 말에 내가 놀랐다. 끈기도 일종의 재능이고, 성격인데 모두가 다 그걸 가지고 있을 수는 없지 않은가. 나는 왜 나에게도 이 놀라운 재능이 있어야 한다고, 키워야 한다고 생각했는지 모르겠다.
물론 끈기가 재능이고, 재능을 키워주는 것이 부모와 선생님이 하실 일이니, 그간 끈기 없음에 대해 지적받은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안 생기는 건 안 생기는 거다. 40년 넘게 지적받았는데도 안 생기는 건 어쩔 수 없는 거다. 그리고 성격으로 오인할 수 있는 비슷한 류의 다른 재능들, 이를테면 꼼꼼함이나 성실함 등에 비해 끈기는 어쩌면 사소한 것일지도 모른다. 끈기가 없어서 타인에게 폐를 끼칠 일도 없고, 인생이 실패하는 것도 아니니.
그래서 나는 어제부로 다짐했다. 끈기 없는 채로 그냥 살기로.
끈기가 없는 건 죄가 아니다. 40대에 까짓 끈기 좀 없으면 어떤가.
나는 비록 한 가지를 오래 못하지만, 많은 걸 하고 살 것이다.
갑자기 없던 의욕이 마구마구 생기기 시작했다. 이제 뭐 하지?
끈기 없는 나의 폭주가 기대된다.
덧붙임. 뭐가 됐든 앞으로 어떤 운동이든 한 달 단위로 할 예정. 3개월, 6개월 할인 따위에 넘어가지 않겠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