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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병규 Dec 29. 2022

김병규의 [소비 연비] 이야기 (8)

소비 연비를 높이는 기술 #4 "세상이 만든 이미지에 빠지지 마라"

안녕하세요. 브랜드와 소비자에 대해 연구하는 연세대 김병규입니다. 저는 브런치와 같은 [긴 글 공간]이 가진 가치와 힘을 믿습니다. 이곳을 통해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함께 이야기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저서 - #호모 아딕투스 #노 브랜드 시대의 브랜드 전략 #플랫폼 제국의 탄생과 브랜드의 미래 #플라스틱은 어떻게 브랜드의 무기가 되는가 #감각을 디자인하라) 



소비 연비를 높이는 기술 

#4 "세상이 만든 이미지에 빠지지 마라"



#MZ세대라는 용어는 마케팅에서 왔다


저는 X세대라고 불리는 세대에 속합니다. 미국에서는 65년생부터 80년생을 지칭하고, 한국에서는 일반적으로 70년대에 태어난 사람들을 지칭합니다. 제 다음 세대는 밀레니얼이라고 불리고(81년생~96년생), 그다음 세대는 Z세대(97년생~2010년생)라고 불립니다. 밀레니얼과 Z세대를 합쳐서 MZ세대라고 부르고는 하죠. Z세대 다음은 알파세대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X세대, 밀레니얼, Z세대라는 말이 광고나 언론보도, 책 등에서 흔하게 사용되다 보니 사람들은 자기 자신이 어떤 세대에 속하는 지를 분명하게 인식하게 되고, 자신이 다른 세대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사람들이 자신의 성별에 대해 성 정체성을 인식하듯이, 자신의 세대 정체성을 인식하게 되는 것이죠. 


그런데 이러한 세대 구분과 관련해서 몇 가지 의문이 생깁니다. 출생 연도별로 세대를 자를 수 있다는 것은 자신이 속한 연령대에 따라서 성향이나 취향이 크게 다르다는 것을 가정합니다. 그런데 80년생 X세대와 81년생 밀레니얼이 과연 얼마나 다를까요? 96년생 밀레니얼과 97년생 Z세대가 차이가 있을까요? 또한 같은 세대에 속한 사람들이더라도 사람들의 성향이나 취향이 크게 다르다는 것을 고려할 때 이처럼 연령대에 따라서 사람들을 비슷한 여기고 묶어내는 것이 과연 가능하기나 한 것일까요? 


사실 세대라는 것은 상당히 애매모호한 개념입니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서 사람들의 성향이나 취향은 변화합니다. 하지만 이런 변화는 단계적이 아니라 연속적이며, 비슷한 연령대 안에서도 사람들은 모두 다른 모습을 보입니다. 같은 밀레니얼이라고 하더라도 어떤 사람은 X세대와 같은 모습을 보이고, 어떤 사람은 Z세대나 그 이후 세대와 같은 모습을 보입니다. 세대라는 개념은 시대에 따라 나타나는 사람들의 변화를 대략적으로 요약해주는 개념일 뿐이지 그렇다고 해서 세대에 따라서 무 자르듯이 사람들을 구분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출생연도에 따라서 자신의 세대를 인식하고, 그 세대의 특징을 자신의 정체성으로 받아들이게 됩니다. 왜 이런 일이 생기는 것일까요? 이유는 마케팅에 있습니다. 


한국에서 X세대라는 말이 처음 등장한 것은 1994년의 일입니다. 당시 한 남성용 화장품 광고에서 10대 후반에서 20대에 이르는 젊은 층을 지칭하는 말로 X세대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했죠. 당시 이 광고가 큰 화제가 되면서 X세대라는 말이 크게 유행하게 됩니다. 이에 앞서 미국에서는 1992년부터 광고에서 X세대라는 용어가 사용되기 시작했습니다. 한국과 미국에서 X세대라는 용어를 보급시킨 것이 광고였던 것입니다. 밀레니얼이나 Z세대라는 용어가 유행하게 된 것도 비슷합니다. 광고와 마케팅에서 밀레니얼과 Z세대라는 용어를 사용하기 시작한 후 이들 용어가 사회적으로 유행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처럼 광고와 마케팅에서 세대를 구분하고 세대 관련 용어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이유는 세대 구분이 제품의 판매에 큰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세대에 대한 인식이 소비를 유발한다


브랜드가 젊은 세대의 마음을 얻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이들은 하나의 브랜드를 오랜 기간 좋아하기보다는 유행에 민감하고 또래 집단의 영향을 크게 받습니다. 그래서 찾아낸 방법이 세대라는 개념을 파는 것이죠. 젊은 세대를 기성세대와는 다른 세대로 정의해주고 이들로 하여금 자신들만의 정체성을 인식시키게 합니다. 그리고 브랜드가 이들만을 위한 새로운 브랜드라고 인식시키면 젊은 세대가 이 브랜드를 수용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가령, “당신은 기존에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사람, S 세대입니다. 여기 S 세대만을 위한 제품이 있습니다.”라고 말하면 S 세대에 속하는 사람들은 이 제품에 관심을 가지게 됩니다. 이러한 세대 마케팅은 90년대 초반 미국에서 X 세대를 공략하기 위한 방법으로 등장한 후 지금까지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물론 마케팅에서 아무런 근거 없이 세대를 정의하는 것은 아닙니다. 경제 상황과 기술의 발전에 따라서 사람들의 성향과 라이프스타일은 바뀌기 때문에 세대별로 사람들 사이의 대략적인 차이는 분명 존재합니다. 하지만 앞서 설명했듯이 출생연도별로 사람을 나누고, 같은 세대의 사람들이 모두 비슷하다고 가정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세대 마케팅에 노출된 사람들은 마케팅이 만들어낸 세대의 정의와 특징을 자신의 아이덴티티로 받아들이게 됩니다. 자신이 속한 세대가 이런 특징을 가지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자신도 그런 특징을 가진 것처럼 생각하거나 가져야 할 것처럼 느끼게 되고, 자신의 세대들이 특정 브랜드를 좋아한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자신도 그 브랜드에 관심을 가지게 됩니다. 자신의 세대들은 소비할 때 어떤 특징적인 모습을 보인다고 들으면(가령, 소확행이나 가심비 소비) 자신도 그렇게 소비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왠지 시대에 뒤떨어진 느낌이 들기도 하고, 세상의 흐름에 따라가지 못한다는 두려움, 즉 FOMO(Fear of Missing Out)이 생기기도 합니다. 그래서 세대 마케팅은 같은 세대에 속한 사람들의 선호와 취향, 소비 성향을 서로 비슷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습니다. 


좀 더 구체적인 예를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20대의 젊은 사람이 1000명이 있습니다. 이들 중에서 찢어진 청바지를 좋아하는 사람은 200명이라고 가정을 해보겠습니다. 그런데 마케팅에서 20대의 젊은이는 자신을 소중히 여기고 개성을 표현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정의를 해줍니다. 그리고 찢어진 청바지를 그 예로 들어줍니다. 자신을 소중히 여기고 개성 표현을 좋아한다고 하는 말에 기분이 나쁠 사람들은 많지 않겠죠. 그러면 이런 특징을 자신의 아이덴티티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크게 증가하고 찢어진 청바지에 대한 매출이 증가하게 됩니다. 세대 마케팅이 없었다면 200명에게만 판매되었을 청바지가 세대 마케팅 덕분에 훨씬 더 많은 사람들에게 판매될 수 있는 것입니다. 


세대 마케팅만 그런 것이 아닙니다. 광고와 마케팅은 끊임없이 사람들에게 스스로의 아이덴티티를 인식하게 만들고, 그 아이덴티티에 적합한 제품을 추천해 줍니다. 중년 남성에게는 품위와 격조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30대 젊은 직장인에게는 패기 있고 능력 있는 모습이 자신의 모습이라고 말해줍니다. 신혼부부들에게는 좋은 전자 제품이 가득한 신혼집에서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신혼부부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연령이나 생애 단계에 따라서 사람들이 선망하게 되는 이미지를 만들어주는 것이죠. 그러면 사람들은 이 이미지를 자신이 추구해야 할 아이덴티티로 인식하게 되고 이에 맞는 소비를 하게 될 수밖에 없습니다. 중년 남성은 자신의 품위를 높여주는 제품을 구입하게 되고, 젊은 직장인은 자신을 능력 있는 사람처럼 보이게 하는데 도움이 되는 제품을 소비하게 됩니다. 신혼부부들은 행복한 신혼생활을 위해서 새로 나온 고가의 냉장고와 세탁기, 대형 TV를 구매하게 됩니다. 세상이 만들어낸 이미지에 맞게 소비를 하게 되는 것입니다. 


#세상이 만든 이미지에서 벗어나라


사람들이 삶에 꼭 필요하지도 않은 제품에 대한 욕구를 가지게 되는 중요한 이유가 바로 세상이 만들어낸 이미지 때문입니다. 광고와 마케팅에서 그려낸 이미지를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이고, 이 이미지에 맞는 모습에 맞게 소비를 하게 되는 것이죠. 사실상 누군가 만들어낸 환상 속에서 살아가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후회 없는 소비를 하기 위해서는 세상이 만든 이미지에 맞춰서 소비하는 일을 피해야 합니다. 중년 남성이라고 해서 모든 사람이 품위와 격조 있는 모습을 원하는 것은 아닙니다. 저 같은 경우도 이런 모습에 큰 거부감을 가지고 있고, 그래서 정장을 싫어하고 스트리트 패션을 좋아합니다. 하지만 광고에 자주 노출되다 보면 제 자신도 품위와 격조 있는 모습으로 살아야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신혼부부들의 경우에도 광고 속에 등장하는 신혼부부들이 가진 고가의 대형 가전제품을 반드시 가져야 하는 것이 아닙니다. 살면서 필요가 생기면 그때그때 필요한 제품을 사면 되는 것이지, 결혼하는 순간부터 ‘신혼부부에게 어울리는’ 제품들이 필요한 것이 아닙니다. 


소비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나 자신입니다. 자신에게 필요하고 자신에게 큰 행복을 주는 것들을 소비해야 소비를 통해 행복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이 가진 욕구가 진정으로 자신의 욕구인지 아니면 세상이 만들어낸 욕구인지를 분명하게 구분해야 합니다. 물론 매일같이 많은 광고에 노출되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욕구와 세상이 만든 욕구를 구분하는 것은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구분을 하지 않으면 평생 세상이 만든 환상을 쫓아가는 소비를 할 수밖에 없습니다. 20대에는 세상이 만든 20대의 이미지에 따라 소비하고, 30대에는 30대의 이미지에 따라서 소비하고, 40대에는 40대의 이미지에 따라 소비하면서 평생 세상이 원하는 모습대로 소비하게 되는 것이죠. 이런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세상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 소비의 주체가 되어야 합니다. 세상이 만들어 놓은 이미지에 자신을 맞춰서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독특하고 고유한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서 소비를 해야합니다. 세상이 아니라 오직 나 자신만을 위해 소비를 해야 하는 것이죠. 


마케터들은 MZ 세대의 특성을 정의하고 이를 광고에 이용한다. 이런 광고에 노출되면 자기도 모르게 광고에서 정의한 MZ 세대의 이미지에 맞춰서 소비를 하게 된다.



소비 연비를 높이는 기술 - #6 세상이 만든 이미지에 빠지지 마라


광고와 마케팅은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의 이미지에 대한 환상을 만들어내고 그에 맞춰서 소비를 하게 만든다.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기 위해서는 세상이 만든 이미지에서 벗어나야 한다. 자기 스스로 자신만의 이미지를 찾아내야 한다. 




(*이 글을 브런치에 올리기 시작한 2022년 12월 기준으로 "소비 연비", "돈의 연비"라는 단어는 구글, 네이버, 다음 등에서 전혀 검색이 되지 않습니다. 이 글이 "소비 연비", "돈의 연비"라는 단어를 최초로 사용한 곳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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