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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병규 Jan 02. 2023

김병규의 [소비 연비] 이야기 (22)

에필로그 "인생의 마지막 제품만 구매하라"

안녕하세요. 브랜드와 소비자에 대해 연구하는 연세대 김병규입니다. 저는 브런치와 같은 [긴 글 공간]이 가진 가치와 힘을 믿습니다. 이곳을 통해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함께 이야기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저서 - #호모 아딕투스 #노 브랜드 시대의 브랜드 전략 #플랫폼 제국의 탄생과 브랜드의 미래 #플라스틱은 어떻게 브랜드의 무기가 되는가 #감각을 디자인하라) 



에필로그 

"인생의 마지막 제품만 구매하라"



지금까지 소비 연비를 높일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을 소개했습니다. 이들을 제대로 이해하고 실행하면 불필요한 소비를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일상 속에서 늘 떠올리며 사용할 수 있는 한 가지 간단한 원칙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이 원칙은 실제로 제가 늘 사용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저는 소비를 할 때마다 이 원칙을 떠올립니다. 그러면 제품을 고를 때 더 신중해지고, 자연스럽게 구매를 미루게 됩니다. 이 원칙은 ‘인생의 마지막 제품이 될만한 것인지’를 묻는 것입니다. 


사람은 영원히 살 수 없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평생 구입할 수 있는 제품의 수도 한정이 되어 있습니다. 식품이나 소모품의 경우에는 자주 반복적으로 구입하게 되지만, 내구성이 있는 제품들은 일단 구입하고 나면 자주 교체하기 어렵습니다. 게다가 인생에서는 갑자기 어떤 일이 생길지 모릅니다. 지금 구입하려는 제품이 사실은 자신의 인생의 마지막 제품이 될 수도 있는 것이죠. 


지금 집 안에 있는 제품들을 한번 둘러보길 바랍니다. 의자나 소파, 침대, 책상, 책장, 시계, 전자제품 등 어느 정도 내구성을 가진 제품들은 모두 자기 인생의 마지막 제품이 될 수도 있는 것들입니다. 저는 제품을 구입할 때 늘 이번에 구입하는 제품이 어쩌면 제 인생의 마지막 제품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인간의 평균 수명을 고려하면 확률적으로는 지금부터 30년 정도는 더 살 수 있겠지만, 확률은 개인적 예외를 고려하지 않습니다. 당장 오늘 무슨 일이 발생할지 알 수 없는 것이 사람의 운명이죠. 인생의 마지막 제품이라는 것은 제가 생을 마감했을 때 세상에 남기게 되는 물건이라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17세기, 18세기의 유럽 사람들은 자신이 죽을 때 남기는 유언장에 자신이 보유한 물건의 목록을 모두 기록하고, 이들 각각을 누구에게 줄 것인지를 명시했다고 합니다. 가령, 가장 좋은 침구는 사촌 동생에게 주고, 가장 아끼는 외투는 가장 친한 친구에게 준다고 유언장에 남기는 것이죠. 


내가 지금 구입하는 물건이 내 인생에 마지막 제품이 될 수 있고, 내가 세상에 남기는 물건이라고 생각을 하게 되면 제품을 구매할 때 제품을 보는 시각이 크게 달라집니다. 제 남은 인생을 함께할 제품이기 때문에 보다 신중하게 제품을 고르게 됩니다. 충동적으로 구매하거나 감정에 이끌려 구매하지 않고 이성적으로 제품의 장단점을 심사숙고하게 됩니다. 제품을 구입하기 전에 신중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구매 시점도 미뤄지게 됩니다. 게다가 제가 세상에 남기게 될 마지막 물건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가장 저 다운 제품, 제가 어떤 사람인지를 보여주는 제품을 선택하게 됩니다. 나중에 제 물건을 본 사람들이 저라는 사람에 대해서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제품을 구입하고 싶어 집니다. 그래서 지금 유행하는 제품을 구입하기보다는 가장 제게 어울리는 제품을 고르게 됩니다. 게다가 인생의 마지막 제품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제품을 구입하면 제품에 특별한 의미가 부여됩니다. 그래서 제품에 대한 애착이 커지고 제품을 잘 보살피게 됩니다. 제품을 쉽게 처분하거나 다른 제품으로 교체하기보다는 오랜 기간 제품을 아끼게 됩니다. 이처럼 ‘인생의 마지막 제품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소비를 할 때 보다 신중해지고, 구매를 미루며, 저 다운 제품을 선택하고, 제품을 구입한 후에도 제품에 대한 애정이 커지게 됩니다. 


이 원칙은 아주 간단하기 때문에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우선은 현재 자신이 가지고 있는 물건들을 한번 쑥 둘러보길 바랍니다. 그리고 이 물건들이 당신의 마지막 물건이라고 상상해보길 바랍니다. 여러 가지 미묘하고 복잡한 감정이 밀려들지도 모릅니다. 삶의 유한함에 대한 생각에 마음이 숙연해질 수 있고, 갑작스레 슬픔이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이 물건들이 과연 나다운 물건인지에 대해서 생각하게 될 것입니다. 어떤 물건은 나답게 느껴질 것입니다. 나의 개성이나 성향, 가치관을 반영한 물건들입니다. 이런 물건에는 전보다 더 애착이 생길 것입니다. 반면 어떤 물건은 전혀 나답게 느껴지지 않을 것입니다. 사람들이 이 물건을 통해서 나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를 생각하지 않기를 바랄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이제 자신이 구입하려는 제품에 대해서 생각해보길 바랍니다. 지금 자신이 구입하는 제품들은 삶의 마지막 제품이 될 수 있는 것들입니다. 이 제품이 자신의 삶의 마지막 제품이 될 자격이 있나요? 자신이 삶을 마감했을 때 자신이 어떤 사람인 지를 보여줄 수 있는 제품인가요? 이런 간단한 물음을 던지는 것만으로도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면서 오랜 기간 자신에게 행복을 가져다줄 제품을 구입할 수 있습니다. 지금부터 한번 해보시길 바랍니다. 제품을 구입하고 싶을 때 이 제품이 인생의 마지막 제품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보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인생의 남은 시간을 함께 보내고 싶은 제품만 구매하길 바랍니다. 


이것으로 '김병규의 [소비 연비] 이야기' 연재를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제 글을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큰 감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우리 모두 소비를 줄이면서도 행복은 높아지는 삶을 살 수 있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이 글을 브런치에 올리기 시작한 2022년 12월 기준으로 "소비 연비", "돈의 연비"라는 단어는 구글, 네이버, 다음 등에서 전혀 검색이 되지 않습니다. 이 글이 "소비 연비", "돈의 연비"라는 단어를 최초로 사용한 곳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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