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nter Wonderland
런던에 살았을 때, 하이드 파크(Hyde Park)의 평온한 잔디를 뒤덮은 윈터 원더랜드가 왜 그토록 관광객의 열광을 받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윈터 원더랜드 규모는 어마어마해 하이드 파크 동쪽 대부분을 차지했고, 본래 공원이 지닌 고유의 아름다움을 지워버렸다. 첫눈에 비친 놀이공원은 투박한 유럽식 색감과 어색한 조합으로 가득했고, 굳이 찾아가고 싶다는 욕구조차 생기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겨울, 드디어 윈터 원더랜드를 방문하며 그 이유를 깨달았다. 유럽 특유의 옛 놀이공원에서 느껴지는 클래식한 멋, 투박하지만 따뜻한 분위기, 그리고 ‘1년에 단 한 번’이라는 런던 연말의 희소성이 만들어낸 고유함이 있었다.
나이트브릿지역(Knightsbridge Station)에서 인턴으로 일하며 매일 본드 스트릿역(Bond Street Station)까지 걸어 다녔다. 그 길목엔 언제나 하이드 파크가 있었고, 나는 누구보다 이곳의 고요한 아름다움을 일상으로 느끼며 살았다. 윈터 원더랜드는 처음엔 그저 관광객을 겨냥한 영국의 얄팍한 상술로 보였지만, 그건 작은 선입견에 불과했다.
크리스마스 마켓과 놀이공원은 유럽에선 그 자체로 진심이 깃든 문화다. 윈터 원더랜드 또한 연말의 마법 같은 경험을 선사하며, 어떤 비용을 지불하더라도 충분히 그만한 가치가 있다. 사진으로나마 그 생생한 풍경을 나누고자 한다.
보시다시피, 예상과 달리 놀이공원의 색감은 눈을 사로잡는 화려함이 있고, 실제로 마주하면 촌스럽기보단 오히려 이국적이다. 놀이기구도 의외로 스릴 넘치며, 도파민을 만들어낸다. 만약 비용을 아끼고 싶다면 미리 공홈에서 원하는 놀이기구를 예약해 두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윈터 원더랜드 공홈에서 예약
프랑스 튈르리 정원에서도 크리스마스 시즌이면 작은 놀이공원이 열리지만, 런던의 윈터 원더랜드는 규모와 열기에서 확연히 다르다. 비록 맛없는 음식에 과한 값을 치러야 할 때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런던에서 이만한 연말의 경험을 할 수 있는 곳은 윈터 원더랜드뿐이다.
크리스마스 시즌에 더 가치 있고 특별한 경험을 간직하고 싶다면, 런던의 윈터 원더랜드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하이드 파크의 겨울빛 아래, 마치 동화 속 한 장면에 들어선 듯한 순간을 마주할지 모른다.
크리스마스는 단순히 하루가 아니라 마음속에 품어야 할 상태이다.
Photo by B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