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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밤 bam Nov 11. 2024

나파밸리에서 누리는 향유

미국 와인 여행

대표적으로 와인으로 유명한 지역은 크게 세 가지로 유럽, 북미, 남미가 있다. 유럽에서는 멀롯(Merlot), 카베르네 소비뇽(Carbernet Sauvignon)으로 유명한 프랑스의 보르도, 키안티(Chianti)와 슈퍼 투스칸(Super Tuscan)으로 유명한 이탈리아의 토스카나가 있다. 남미에서는 카베르네 소비뇽으로 유명한 칠레의 마이포 밸리가 있으며, 말벡(Malbec)으로 유명한 아르헨티나의 멘도사가 있다. 그리고 북미에서 와인이라면 대명사처럼 따라오는 캘리포니아의 나파밸리가 있다.


만약 와인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도, 샌프란시스코 여행을 간다면 근교인 나파밸리 방문을 권장한다. 드넓은 평야의 포도밭, 뜨거운 햇볕임에도 그늘 속에서 느껴지는 선선함, 그리고 나파가 낳은 영롱한 포도주는 그 어디서도 경험할 수 없는 특별함을 선사한다.

 

나파밸리 포도밭

평야에 한 치의 오차도 없어 보이는 포도나무의 배열을 보면 아름다움을 넘어 경이로움마저 느껴진다. 과거 유럽사람들은 미국이 와인 재배에 적합하지 않은 기후와 토양을 가지고 있다 평가했다. 하지만 점차 서부 지역이 개척되어 가며 나파를 발견하게 되었고, Charles Krug(찰스 크룩)에 의해서 1861년 나파밸리 최초의 와이너리가 설립되었다.


나파밸리는 지중해성 기후로, 온화한 겨울과 건조한 여름이 특징이다. 이러한 기후는 포도가 고르게 익을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낮에는 뜨거운 햇빛이, 밤에는 해안에서 불어오는 차가운 바람이 기온을 조절하여, 포도의 산미와 당도를 적절하게 유지해 준다.


또한, 점토, 자갈, 화산암 등 30종 이상의 독특한 토양이 존재하여, 포도 품종별로 이상적인 재배 조건을 제공한다. 나파밸리는 구릉지와 평지가 조화를 이루는 지형이다. 고지대에서는 보다 복합적인 맛을 가진 포도가 자라며, 평지에서는 다소 부드러운 맛의 포도가 생산된다.


Monticello Winery 몬티첼로 와이너리

많은 와이너리 중 나는 가장 여유롭게 와인을 시음할 수 있는 몬티첼로 와이너리(Monticello Winery)를 방문했다. 일정한 긴 시간 간격을 두고 와인 테이스팅 코스가 진행된다. 협곡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와인을 보다 깊게 시음할 수 있다.


나파밸리 와인 시음

몬티첼로 직원이 테이스팅과 함께 와인의 특징과 나파밸리의 유래를 설명해 주었다. 친절한 설명을 해준 직원은 중국계 미국인으로 세계 여러 곳을 떠돌다가 나파에 2~3년 전에 정착했다고 말했다. 프랑스 보르도에서도 와인 관련 일을 종사한 경험이 있어 와인에 대한 풍부한 배경지식이 있었다. 그리고 보르도에 못지않은 나파밸리 와인에 대한 자부심이 그녀의 말투에 배어 나왔다.


그녀의 자부심이 느껴져서였을까. 와이너리에서 마신 와인은 그녀의 인생처럼 깊었다. 그리고 풍부한 와인향과 함께 보이는 나파의 드넓은 포도밭은 자연이 빚어낸 위대한 작품이었다. 그 어느 순간보다도 진실된 아름다움이 흘렀고, 우리의 시간도 고요하게 흘러갔다.




나파밸리의 진정한 명성은 20세기 들어서야 올라서기 시작했다. 바로 파리의 심판(Judgement of Paris)이라는 와인 블라인드 테이스팅 대회에서 나파밸리의 샤르도네와 카베르네 소비뇽이 프랑스 와인을 제치고 우승했기 때문이다. 그 사건을 계기로 나파밸리 와인은 그 우수성을 입증할 수 있었다. 현재는 나파에서 와인 투어가 활발히 이루어지며 수많은 관광객들이 나파의 프리미엄 와인을 맛보기 위해 방문하고 있다.


와인에 대한 깊은 지식과 섬세한 미각은 필요치 않다. 평야의 자연경관과 함께 와인이 주는 맛을 향유하려면 나파에 직접 방문하는 수밖에 없다. 나파 포도밭을 직접 맞대어 마시는 와인은 플라시보(Placebo) 효과를 더욱 믿을 수밖에 없게 만든다. 같은 맛이어도 다른 환경 속에서 제공되는 와인은 실제로 그 맛이 다르다 할 수 있다. 그리고 이것은 와인에만 국한되지 않고 모든 경험에 속한다.


와인은 시적이며, 때로는 예술적 가치를 드러낸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그 가치는 변하고 다르게 해석되기 때문이다. 스코틀랜드 출신 소설가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Robert Louis Stevenson)은 와인을 이렇게 말했다.


Wine is bottled poetry

Photo by B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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