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도 동막해변
서해가 세계 여타 해변에 비해 더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
평소 서해하면 투명하지 못한 바다색이 떠올라 아름다움과 거리가 먼 곳이라 여겼다. 하지만 이번 여행으로 '서해안은 못생겼다'라는 편견은 철저하게 부서졌다.
서해만이 가진 가장 큰 매력포인트는 '갯벌'이다. 드넓은 갯벌이 생태학적 이점을 가져다준다는 것은 자부심마저 느끼게 한다. 세계적으로 갯벌은 다양한 지역에 존재하지만, 특히 대한민국 서해안은 넓은 면적의 갯벌을 가지며 철새 서식지로서의 아주 중추적인 역할을 해왔다. '철새의 낙원' 혹은 '철새의 휴식지'라 불리는 서해안의 갯벌은 그 가치를 인정받아 유네스코 세계 자연 유산에 등록되기도 했다.
서해안의 갯벌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단순히 생태학적 이점만 제공하지 않는다. 다른 평범한 바다에서 볼 수 없는 갯벌의 존재가 석양과 융화되어 짙은 그라데이션을 감상할 수 있다. 그 모습은 가히 형언할 수 없을 만큼 아름답다.
서해안의 갯벌은 세계 5대 갯벌 중 하나로, 그 면적과 생물 다양성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특히 서해안 갯벌은 철새들의 경유지로 널리 알려져 있는 만큼, 실제로 그 시즌이 맞닿으면 다양한 천년기념물 조류를 만날 수 있다. 강화도 동막해변은 내가 가본 서해안의 갯벌 중 가장 짙고, 기품을 풍기고 있는 장소였다.
아시다시피 강화도는 전략적으로 중요한 위치에 있어 오랜 세월 많은 역사적 사건의 배경이 되었다. 고려 시대에는 몽골의 침략을 피하기 위해 강화도를 일시적 수도로 사용했으며, 조선 시대에는 외세의 침략에 대비하는 방어 기지로 활용했다. 이러한 맥락 속에서 동막해변의 갯벌은 강화도의 방어석 역할을 했을 것이다.
현재 동막해변은 캠핑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도 유명하다. 취사도 가능하기에, 많은 가족단위 고객이 찾는다. 캠핑과 갯벌 체험을 한 번에 경험할 수 있어 매력도가 높다. 또한 동막해변은 겨울에 그 진가를 더 발휘한다. 갯벌로 인해 바다 위에 얼음이 자리 잡기 때문이다. 보통의 바다는 염분 농도로 인해 어는점이 낮아져서 잘 얼지 않지만, 갯벌은 바다에서 물이 들어왔다 나가면서 염분이 상대적으로 낮아지기 때문에 갯벌에 고인 물이 기존 바닷물에 비해 더 쉽게 얼게 된다. 갯벌 덕에 동막해변은 얼음 바다를 뽐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윤동주 시인의 <바다>의 한 구절에서.
바다는 자꼬 섧어진다.
갈매기의 노래에...
돌아다보고 돌아다보고
돌아가는 오늘의 바다여!
*1937년 9월 원산 송도원에서
바다는 언제나 같은 마음이 아니다. 항상 새로운 경치를 내어준다. 바다의 내음을 노래하던 윤동주 시인의 마음은 어땠을까, 잠시 가슴속에 묻어둔다.
Photo by B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