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프 추천

추천할만한 사람이요? 저를 추천하겠습니다.

by 쓰읍

언젠간 쓸 일이 있지 않을까 하고 저장해 둔 이미지 중 하나를 드디어 쓸 기회가 왔다.

마지막으로 나 스스로를 추천한 건 아마 초등학교 시절 반장선거로 기억한다(누구에게나 웃기고 싶어 하는 마음이 있잖아요? 그게 시작이었는지도 모르겠어요).


같이 일을 했지만 각자의 언어를 썼던 다모고라는 회사는 여전히 나의 기억 속에 강렬하게 남아있다. 아마도 대표자의 마인드(정확히는 타인을 대하는 방식) 덕분일 것이다. 청년창업리그 첫 발표를 망치고 다음 날 출근조차 하기 싫을 정도로 멤버들에게 미안했고 스스로에게 실망했다. 위워크 강남 2호점 공간을 쓰고 있었고, 일찍 출근했지만 그 주변을 서성거리다 출근시간이 30분쯤 지나고 나서야 대표자의 전화를 받고 회의실로 올라갔다.


CEO: 우리랑 같이 일하기 싫은 거야?


아니면 다른 개인적인 문제가 있는 거야? 정확히 이야기해 줬으면 좋겠어."

쓰읍 | 전일 발표를 망친게 너무 마음이 쓰이고 미안해서 멤버들 얼굴 볼 낯이 없네. 다시 한번 미안해.


돌아온 미국인 대표자의 답변은 지금의 내가 문제와 사람을 대하는 방식의 기저가 되었다. "발표? 그거 어제잖아?" 어리둥절해하는 그를 보던 나는 나대로 어리둥절해졌다. 결과가 좋았다면 더 큰 상금을 받았을 텐데 300만 원 정도는 너무 작은 돈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내 발표가 부족했어서 아쉬움이 크네.


이내 그는 덧붙였다. 우린 네가 노력하지 않았다거나 망쳤다고 생각하지 않아. 우리에겐 없던 돈이 생긴 거지 더 큰돈을 받지 못한 게 아니야. 그리고, 이미 지나간 일에 대해 이야기한다면 다음 주에도 다음 달에도 또 이야기해야 될 거야. 우린 그럴 생각이 없고 앞으로도 그럴 거야. 만약 연습이 부족했다는 생각이 계속 든다면 다음 발표 때 보여줘, 하나씩 해결하고 증명하면 돼.


30초 정도 아무 말을 하지 못했고 뜨거운 무언가가 가슴속에서 꾸물거리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

'그렇게 얘기해 줘서 고마워, 증명할게.' 이후 그와의 인연은 사업이 종료된 지금까지도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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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얻게된 발표 자리에선 각자의 언어로 각각의 상금을 타오기도 했었다(뿌듯)


오랜만에 받은 카톡 메시지 속에서 그는 누군가를 찾고 있었다. 'sup bro, u know anyone that might be interested?ㅎㅎ ceo asked me if anyone is interested' 함께 전달받은 채용공고를 확인하자마자 한남동에서 배운 영어를 쏟아냈다.


Oh That's me haha


이후 그는 대표자(Yindii)의 연락처와 간단한 정보를 공유했고 이후 왓츠앱을 통해 온라인 미팅 일정을 조율했다. 이윽고 이어진 미팅에서 노트북 너머의 그와 얘기를 나누던 나는 조심스레 음소거 버튼을 누른 뒤 혼자 읊조렸다. '이거 데자뷔인가?'

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