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사원 연봉은 99%의 거절과 1%의 계약으로 이루어져 있다.
선배, 영업 좀 알려주세요. 본인이 반드시 지키는 루틴 같은 게 있다면 공유해 주실 수 있나요?
어? 이미 잘하고 있잖아요? 좀 의외이긴 한데 어떤 부분이 궁금한 지 모르겠지만 필요하다면 알려줄게요. 대신, 조건이 있어요.
제가 공유한 방식으로 최소 4주는 해줄래요?
돌아온 답변의 속도는 빨랐고 내용은 쉬웠기에 당황했다. 왜 그런 조건을 걸었는지 물어보니, 막상 요청해서 알려주면 며칠 깔짝 거리다 말고선 '제대로 안 알려준 탓이다'하는 식의 얘기가 돌아서 스트레스를 받았었다고 한다.
(본인 미팅을 미뤄가면서까지 챙겨줬는데 돌아오는 건 험담이었다는 슬픈 이야기)
제 루틴은 이거예요.
1) 일 신규 컨택 5개 빼먹지 않기(월 100건)
2) 월 미팅 20개 달성하기(총 컨택의 20%)
3) 1,2번 반복 + 2번 비율 높이기
듣자마자 생각했다. 이 X끼 제대로 안 알려주네.
(순간적으로 험담했던 사람들에게 이입됐다)
네? 이게 다라고요? 이 정도 일하면서 월급 받아도 되나요? 너무 적은 것 같아서요. 지금도 이거보단 많이 하고 있는 것 같은데..라며 문장을 흐리고 있을 즈음, 선배가 이어나갔다.
많이 하고 있는 게 컨택이든 미팅이든 방법에 문제가 있을 수 있고, 미팅을 많이 하는 것에 매몰되면 보여주기식 목표만 달성하다 끝날 수도 있어요.
무엇보다 지금까지 제가 영업하면서 경험한, 아웃풋이 안 나오는 사례들은 생각보다 간단한 이유였거든요,
방법이 틀렸거나 노력을 안 하거나
(뼈 맞고 순살 & 경청 모드 스위치 ON)
혹시 여전히 적다고 느껴지면, 저기서 0하나씩 더 붙여서 해볼래요? ..예니오(머쓱)..
중요한 건 위 형태를 쓰읍님이 습관으로 가져가는 거예요. 그게 1차 목표인 거죠.
얼마나 많은 계약을 만들 것이냐는 후순위예요. 틀린 방법으로 열심히만 하면, 회사 & 개인 모두에게 손해잖아요.
언급했듯, 지금 회사에서 증명하는 것도 분명 중요하지만,
진짜 중요한 건 쓰읍님 본인이에요, 이번에 이걸 본 인걸로 만든다면 그게 곧 자산이 될 테니까요.
(도움 주신 덕분에 제 것으로 만들 수 있었고 결국, 성장했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이후 약 4주간 무작정 선배를 따라 컨택 - 미팅을 반복했고, 약 8주 만에 우리 팀의 계약률은 예쁜 그래프(우상향)를 그리기 시작했다.
컨택에서 미팅, 그리고 계약으로 이어지기까지 각 단계별 가이드를 통해 기존의 어려움들을 해결해나갔다.
컨택 단계에서 어려움을 겪던 부분은 바로 이거였다.
네, 괜찮습니다.
괜찮습니다는 완곡한 거절의 표현이지만, 업무적으로는 다소 모호한 표현이다. 심지어, 제안을 받는 담당자가 거절을 어려워하는 편이라면 괴로움에 몸부림치며 고심 끝에 선택한 표현이 '괜찮습니다'일 확률이 높다.
그렇지만, 반대로 제안하는 입장의 담당자의 경우, '필요하지 않습니다' 정도의 완벽한 거절을 제외한 모든 완곡한 거절엔 희망을 남겨두며, 사람에 따라 희망 회로를 타버릴 때까지 돌려서 나온 결과(예측)를 내부에 공유하여 오해를 사는 경우도 왕왕 있다.
아래는 컨택 단계에서 마주하는 괜찮습니다의 형태를 4가지로 분류했다.
1) 지금은 필요하지 않으니 괜찮습니다(관심도 약 1%)
2) 이미 사용 중인 거래처가 있으니 괜찮습니다(관심도 약 25%)
3) 내부적으로 도입을 검토했으나 괜찮습니다(관심도 약 50%)
4) 시간 괜찮습니다 = 설명해 주세요(관심도 약 75%)
열심히만 했을 당시의 나는 위 4가지 형태의 괜찮습니다를 마주했을 때, 4번을 제외한 나머지 항목은 고객이 될 수 없다고 판단했었다.
여기서, 콜드콜을 통해 4번을 만날 확률이 자칫 25%라고 생각하는 건 (경기도) 오산이다�.
지난 글에 소개했던 콜드콜의 대략적인 계약률(약 1%)을 고려한다면, 가능성이 높은 4번 항목을 단 한 번이라도 만나려면 최소 100번의 콜드콜을 돌리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30초 X 100건 = 3,000초(50분) | 통화 1건 당 소요시간을 30초로 잡았을 때
일 평균 근무시간(8시간)을 기준으로 보면, 50분 정도면 충분히 투자할 만한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위 계산은 온전히 통화에 대한 부분이며, 통화 전(서칭)/ 통화 후(관련 내용 메모) 과정 + 중간에 치고 들어오는 다른 업무들을 처리하는 시간이 배제된 계산이다.
이 시점에서 이런 질문을 던져보고 싶어요. 콜드콜을 돌리는 방식이 최소 10년 전에 먹히던 방법이었다면, 2023년인 지금도 동일한 방법으로 동일한 결과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있다면 그 근거는요?
만약, 그 근거가 콜 관련 데이터라고 한다면 해당 데이터만 있는 팀에 합류하고 싶으신가요?
그 정도의 데이터만 가지고 '인재'를 기다리고 있는 건 아닌가요?
인재가 없는 게 아니라, 준비된 기업이 없는 건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드는 요즘입니다.
*저의 경우, 개인 인스타그램으로 컨택 후 계약까지 도달한 비율이 50%를 넘었으며 이에 들인 시간은 30분을 넘기지 않았습니다. 관련하여 궁금한 부분이 있다면, 쓰읍 인스타그램을 통해 메시지를 남겨주세요.
이쯤하고 돌아와서, 4번을 만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해결책을 구하지 못하고 있는 시점에 자신의 방법을 공유해줬다. 이렇게 진행하기에 매일 시간이 모자른다는 어색한 미소와 함께.
1) 최소 3개월 이후 재컨택 | 분기별 컨택을 통해 담당자 변경 등의 이슈 파악
2) 계약 내용 확인(사용 기간, 비용, 조건 등) | 가볍게 미팅 진행 가능한 업체 파악
3) 도입 사유 확인(비용, 조건 등) | 가볍게 미팅 진행 가능한 업체 파악
위 형태로 진행한다면, 4번이 될 수 있는 기업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그때 알았다. 그동안 내가 편하고 쉬운 길만 원하고 있었다는 것을. 그렇게 반년이라는 시간이 지났고, 우리 팀의 미팅/계약 건은 각각 약 2.5배/1.5배 정도가 증가했다. 그리고 이내 생각했다.
*당시 마케팅팀 요청으로 진행했던 짧은 인터뷰 보러 가기
일하는 게 재미있을 수도 있구나?!
이런 감정이 회사에서 들 수 있는 거였다니. 진짜 놀라웠고, 자신감은 꽉꽉 채워져있었다. 동시에 이 방법이 다른 곳에서도 통할 수 있을지 궁금해졌다.
미팅을 마무리하고 복귀하려는 찰나에, 한 통의 전화를 받게 되었고 그 너머에는 생각지도 못한 창업이라는 세계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다음 글에선 <창업>에 대한 내용이 소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