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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타 Mar 22. 2023

디자인 연구 논문 길잡이를 읽고,

독서기록

들어가며..

저는 영상 디자인과 학생입니다. 우리 학교에는 대학원이 없고, 이 학교에 있는 이상 논문을 쓸 일도 없지만 심심할 때 논문을 읽어보곤 합니다. 궁금한 점에 대한 명확한 답을 주변에서 찾을 수 없을 때 이를 바득바득 갈면서 논문 사이트를 떠돌아다니는 것인데, 디자인을 객관적이고 가시적인 형태인 논문으로 작성하는 일에 대한 호기심이 생길 찰나 재밌어보이는 책 한 권을 읽게 되었습니다.

무엇을 기대하고 이 책을 읽게 되었는지는 모호하지만 확실한 건 책을 읽고 견해가 넓어졌다는 것, 디자인에 대해 불확실하고 불안정했던 생각들이 확실하게 자리 잡고 정리가 되었다는 것, 뜻밖의 큰 수확이더군요. 

영상디자인과에서 공부를 하면서 디자인과 학습에 대한 갈망을 느끼곤 했는데 그 이유 중 하나는 현재 우리 학교에서는 나만 이상한 학생이 되는 환경이었기 때문입니다. 디자인에 대한 정의와 개념에 대한 확립, 아트와 디자인에 대한 차이, 디자이너로서 가져야할 의무와 책임감, 그리고 앞으로 우리가 하는 일에 대한 영향력에 대한 이야기를 해봤자 그저 유난스러운 이야기에 그치고 맙니다. 어쩌면 학과의 물을 흐리고 있는 건 저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어요. 뭐 어쩌겠나요. 저는 한 평생 유난스럽고 이상한 학생으로 살아왔는걸요! 라며 토닥이곤 했는데 마치 이 책이 제 편을 들어주는 듯한 느낌도 받았습니다.




"디자인 연구의 출발은 현재의 작업과 지식의 한계를 인식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디자인을 처음 접했을 땐, 시각디자인의 잘못된 정보로 인한 영향, 산업/제품 디자인의 잘못된 디자인으로 인한 피해, 더 나아가 건축 디자인의 잘못된 설계로 인한 위험성을 먼저 배우고 넘어갔습니다. 아마도 이 교육이 저에게 꽤나 크게 적용했던 모양인지 디자인에 대한 애정만큼 디자인에 대한 고찰도 심화되고는 했죠. 일상과 가장 접목되어 있는 아트라는 점에서 디자인을 사랑하기도, 두려워하기도 한다는 말입니다.

디자인의 퀄리티를 챙기지 못할망정 인문학적인 지식이나 요구하는 학생이 다소 교과적이고 고지식해 보일 수도 있지만, 잘 모르고 무식한 사람이 신념을 가지면 무섭다고 하지 않던가요? 지금이야말로 어리숙한 내 신념에 의문을 던짐으로써 또래 친구들과 소통하고 실수를 고쳐나가며 성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생각 속에서 이 책은 앞으로 저의 디자인 활동의 길잡이가 되어 줍니다.




"예술 대학에서 조형 디자인을 중심으로 배우거나 작가주의 디자인을 추구하는 사람이라면 디자인을 창작이 아닌 연구 관점으로 접근하는 필요성에 공감하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디자인 연구와 창작 작업은 상호 보완적이며 모두 창의적 영감이 중요하다."


디자인의 개념에 대해 말할 수 있는 학생은 얼마나 될까요? 난이도를 낮춰봅시다. 디자인의 어원에 대해 알고 있는 학생, 디자이너는 얼마나 될까요? 당장 주변 동기들에게 물어봐도 대답하지 못하는 동기들이 수두룩합니다. 물론 저 또한 그랬죠. 생각보다 답을 찾는 법은 간단한데, 문제의 난이도를 낮춘 것처럼 디자인의 어원, 뜻 자체를 먼저 찾아보면 됩니다. 디자인을 아티스트적인 면으로 이해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지만 디자인의 뜻을 찾아보면 '표시하다', '의미하다','계획하다'가 출발점으로 책에서는 어원을 통해 <디자인은 드로잉이라는 도구를 통해 기본 원리를 이해하고 표현하는 행위나 활동에서 출발했다> 고 정리합니다. 이후 전문가 시대가 도래하면서 디자이너를 독립된 실무능력을 갖춘 전문가로 위치 시킬 필요가 있었죠. 이러한 관점에서 현재의 디자인 수업 방식이 이해되기도 합니다. (물론 특성화 고등학교, 전문대학생으로 기술에 중점된 커리큘럼을 접할 일이 많았다보니 갈증을 느끼는 것일 수도 있으나 우리가 기술 중점 작업 방식에서 놓치고 있는건 전문가로서의 체계를 갖춰 타 분야 전문가와 협업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가 부족하지 않았나 싶네요.)  현재의 상황에 맞게 발전을 할 수 있는 방법이 무궁무진 했다는 걸 알게 된 부분이기도 합니다.




"디자인은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거나 더 나은 상태로 바꾸기 위한 결과물을 만들기 위한 활동이다."

"디자인 연구는 디자인의 핵심 가치인 더 나은 방향으로의 변화를 위해, 또는 디자인 자체의 이해를 통해 인식의 틀과 행위의 방향을 정립하기 위해 시작한다."


어느 날 마음에 박힌 구절이 하나 있습니다. 디자인은 미래에 낙관적인 입장을 갖는다는 문장인데, 상황을 개선하는 방법이 무수히 많다고 가정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실상 디자인을 하고자 마음먹게 된 계기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었죠. 디자인을 다소 딱딱한 방식으로 연구하더라도 인문계열과 밀접한 관계를 맺는 겉바속촉의 깊고 따스한 학문이라는 걸 알게 될 뿐입니다. 그렇기에 디자인과 사람과 맺는 관계에 대해 계속 공부할 수밖에 없는 것이기도 하죠. 책에서 나온 연구의 분류법은 결국 디자인을 대하는 방식이기도 합니다. 책에 있는 내용을 가져와 보충하자면, 디자인 연구의 주제에 따라 사람에 대한 연구(인식론), 과정에 대한 연구(실천론), 사물에 대한 연구(현상학)으로 분류하기도 했으며 기본 연구 분류를 형상이나 원리뿐만 아니라 인식 연구를 함께 동행합니다.


디자인 인식 연구는 디자인에 대한 질문(What)에서 시작됩니다. 이는 디자인이 가질 수 있는 진리라고 할 수 있고 그것이 참이라고 할 수 있는 개념 또는 그것을 얻는 과정에 대한 탐구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디자인을 어떻게 볼 것인가, 디자인의 역할과 존재의 의미는 무엇인가와 같은 디자인에 대한 관념과 사상, 혹은 디자인 행위와 결과물을 어떻게 볼 것인가에 대한 비판적인 성찰을 통해 연구가 이루어집니다.디자인에서 미란 무엇인가를 탐구하는 미학, 디자인 행위의 과정에서 지켜야 하는 윤리, 디자인 결과물에 대한 비평적인 분석이나 디자인 창의성은 무엇이며 어떻게 발휘하고 증진 시킬 수 있는지도 디자인 인식에 관련된 것이죠.


책을 읽다 보면 근래에 내가 하고 다닌 질문들이 모두 디자인 인식에 포함되어 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책을 읽기 전까지 솔직히.. 내가 이상한 놈인 줄 알았죠.. 이러한 질문은 하면 너무 근본적이고 범위가 넓어서 해줄 수 있는 말이 없다는 조언이 꽤나 있었기 때문인데, 점점 제 생각을 뾰족하게 만드는 연습이 필요하기도 하다는 걸 알았습니다. 이번 책에 동기와 힘을 얻어 앞으로도 디자인 인식에 대해 끊임없이 탐구하고 개념을 확장할 것입니다.




이제는 우리가 되돌아봐야 합니다. 이 책에서 나온 연구 방법이나 질문들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는지. 디자인에 제대로 미쳐 속을 끝없이 파헤쳐 본 적이 있는지에 대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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