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크리에이터 교본 63.
본 거 또 보고 본 거 또 보고.
쓴 거 또 써먹고 쓴 거 또 써먹고.
여의도만 회전문을 좋아하는 게 아니다. 이 바닥에도 유난히 죽은 자식 부랄 만지기를 좋아하는 부류가 있다. 회사를 옮겨 가면서까지, 아니 옮길 때마다 철 지난 문서 파일을 어디서 잘도 끄집어낸다. 심지어 먼저 지내던 회사에서 남이 차려 냈던 식단까지 주섬주섬 주워 올리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남의 광고 베리에이션(?)도 천재적이다. 내가 보기엔 지금 버젓이 온에어 되고 있는 아이디어의 사촌인데 그대는 그저 종씨일 뿐이라 주장한다. 오기와 사기가 의기투합하니 그대를 어찌할꼬.
아이디어란 것도 유통기한이 있다. 흘러간 아이디어는 안타깝지만 때를 잘 못 만난 것이니 잊어라. 빠른 세상, 불과 한 달 전의 시대정신과 오늘의 시대정신이 다른 것이 하나도 이상할 것 없는 세상이다. 그래, 재사용 아이디어는 괜찮고 재사용 밑반찬은 싫으냐. 아까운 심정은 안다. 온에어 된 광고보다 훨씬 뛰어난 아이디어는 광고대행사 쓰레기통에 다 있다는 것도 안다. 하지만 어떤 이유로든 사산된 아이디어에 집착하기보다는 그보다 더 똘똘한 자식을 다시 만들 수 있도록 그대의 뇌 건강에 정진할 일이다. 그래야 나이 먹어서 진상 선배 되지 않는다. 꼰대가 왜 꼰대겠나. 무한 리바이벌 하기 때문이다. 지나간 모든 것은 진부한 것이다. 시대착오(anachronism)는 일종의 죄악이다. 오래전 한 예슬이 말했다, 지나간 자장면은 돌아오지 않아.
아이디어란 것은 또 유행을 탄다. 좀 떴다 싶으면 아류가 범람한다. 본인들이야 단지 영감을 얻었을 뿐이라거나, 샘플링을 했을 뿐이라 주장하지만, 글쎄, 이러지 말자, 선수끼리. 본 거 자꾸 또 올리고 뻰찌맞은 거 또 살려오고 할 거면 일단 가드라도 올리고 들어와라. 광고고 크리에이티브고 간에 자존심 문제 아니냐, 이건.
쥘리에트 비노슈가 말했다, 반복은 폭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