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그 낯선 땅에서
“어? 같이 못 앉아가요?”
“죄송합니다. 고객님. 지금 만석이라 좌석변경이 힘들 것 같습니다. ”
처음 타는 미국행 비행기에 남편과 나란히 앉을 줄 알았지만, 나는 낯선 외국인들 사이에 혼자 앉아가게 되었다. 그러게 미리 예약하자고 했더니… 공항에서 체크인할 때 말하면 된다는 말에 아무 걱정 없이 갔지만 결국 이렇게 됐다.
무거운 캐리어를 끌고 오랜 시간 걸려 도착한 공항에서 따로 앉아 가야 한다는 말에 내심 속상했다. 하지만 남편도 당황한 표정을 짓기에, 괜찮다고 말하며 비행기에 올랐다. 우리의 첫 비행을 무거운 마음으로 가고 싶지 않았다.
"와, 여기가 미국이구나."
처음 보는 미국의 풍경은 낯설면서도 기대감을 안겨주었다. 한국-미국 장거리 연애로 우리는 언제나 아이폰 페이스타임으로만 만났다. 하지만 이젠 남편과 하루 종일 함께할 수 있다니, 행복했다. 마치 버킷리스트 하나를 이룬 듯한 기분이었다.
"여보, 우리 진짜 행복하게 살자!"
미국 가기 전, 주변에서 장난반 진담반으로 혼인신고를 하지 말고 가라는 말도 들었다. 그렇지만 난 남편이 내 인생의 마지막 남자라고 확신했다. 태어나서 누군가를 이렇게까지 사랑할 수 있다니. 만난 지 한 달 만에 결혼을 결심하고 미국행을 준비했고, 그렇게 우린 2년 뒤 함께 오게 된 미국이었다.
"너만 나를 맞춰준다고 생각하지 마."
하지만, 결국 싸우게 되었다.
결혼을 후회했다.
정말 사소한 일로 다투게 되었고, 무슨 일이었는지 조차 기억나지 않지만, 딱 저 한 문장만은 아직까지도 내 마음속에 깊이 자리 잡게 되었다.
‘나를 맞춰주고 있었다고…?‘
정말 큰 충격이었다. 내가 항상 더 많이 양보하고, 다 맞춰주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남편 입장에서는 그게 아니었던 것이다.
'뭐지.. 어떤 부분이..?..‘
그 순간, 흔들렸다.
내가 했던 행동들이 남편에게는 이해가 안 되거나, 때로는 싫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할 말을 잃었다. 난 남편보다 내가 더 나은 사람이라 생각했었다.
그때, 처음으로 깨달았다.
결혼 생활에서 옳고 그름은 각자 다르며, 서로의 감정을 이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단 걸 말이다. 내가 옳다고 믿는 것들이 항상 정답은 아닐 수 있다는 것, 그것 하나만으로도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