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유로운 모습이 좋았었는데,
“괜찮아, 천천히 와”
첫 만남부터 남편에게 호감을 느낀 이유는 여유로운 태도 때문이었다.
어린 시절부터 조금이라도 시간이 늦으면 예민해지는 아빠 밑에서 자랐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시간을 철저히 지키는 사람으로 자랐고, 지나고 보니 아빠의 그런 모습이 조금은 이해가 가기도 했다.
하지만 언제나 마음 편한 삶을 꿈꿨다. 어쩔 수 없이 늦는 경우엔 이해해 주고, 가끔씩 실수를 하더라도 '그럴 수도 있지' 하며 넘길 수 있는 여유가 필요했다.
그런 나에게 남편은 늘 여유로웠다. 약속 시간에 조금 늦어도 화내지 않았고, 조금 기다려도 인상 쓰지 않았다. 그의 여유는 나에게도 점점 마음의 여유를 가져다주었다.
“언제 오는데??”
“왜 이렇게 오래 걸려??”
하지만 결혼 11년 차, 남편도 나도 직장 생활과 아이 둘을 키우며 점점 시간에 예민한 사람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일정이 맞지 않으면 짜증이 나고, 계획대로 되지 않으면 답답해하기도 했다.
예전의 여유롭던 남편은 어디로 가버린 걸까?
얼마 전, 아이들을 데리고 미용실에 갔다. 미용실까지는 남편이 데려다주었고, 마칠 때쯤 다시 데리러 오기로 했다. 머리를 시작하며 미용사분께 대략 언제쯤 끝나는지 물어봤다.
“1시쯤 끝날 것 같아요.”
나는 남편에게 바로 카톡을 보냈다.
(여보, 1시까지 와줘.)
남편은 1시가 되기 조금 전에 도착해서 미용실 의자에 앉아 있었다. 그리고 1시에 끝날 것 같다고 했던 머리는 15분이 지나도 끝나지 않았다.
‘어? 1시 15분이네..?’
머리는 아직 덜 끝났고, 미용사분이 드라이를 예쁘게 해 주겠다고 했지만 서둘러 마무리해 달라고 부탁했다.
“괜찮아요, 조금만 빨리 마무리해주실 수 있나요.”
남편이 기다리는 걸 불편해하는 나의 모습을 보고 미용사분은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아니, 남편분이 기다리셔서 그래요? 조금 기다리시면 되죠. 그냥 머리 드라이하고 가세요. “
“제가 마음이 불편해서 그래요. “
“남편한테 화 안 내요?”
“저는 그냥 시간을 맞추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예전 같으면 남편과 다투었겠지만 요즘은 남편이 싫어하는 행동을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싫어하는 행동은 줄여보자고 다짐했다.
하나씩 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