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동건 Nov 08. 2024

고백

소년이 온다

나는 볼펜을 들고 있다

쓸려 내려오는 것들을 맞아 적기 위해

쓸쓸한 것들을 마주해 기억하기 위해     


나는 총을 들었다

억압된 자유가 모여 거대한 의지가 되었고

다만 그것이 국가를 위하기를 기도할 따름이었다

그 안에서 나는 

지키다 죽는 것이 숭고하다 여겼는데

명예로운 죽음이 우리의 영혼을 지켜주리라 믿었는데

단단단 철모는 사라졌고

다만 이제는 멍청한 뇌가 있을 뿐

그 무엇도 영혼을 수호하진 못한다

심지어는 이 얇은 표피조차도     


그는 총을 들었다

나는 감히 헤아리지 못하겠다

쏘지 못하고 머리를 박힌 그의 정수리를

별이 된 다섯의 청춘과

서로만을 의지한 채 

타오르던 동산을 바라보는 

병장들의 마음을

부풀어 오른 가슴과 팔과 다리를 보며

한 줄기 푸른 빛 절망을 희망에 기대어

어버이를 등지는 그의 결심을     


그러다 소주 기울이며 나누던 대화에서

백골의 대화에서 내 손에 들린 볼펜을 보았을 때

나는 그것을 내려 놓았다

양심이 무서워졌기 때문이다.

작가의 이전글 물집과 굳은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