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따수 Jun 20. 2023

[엄마의 수능공부] 노베이스에서 6모 보기

퇴사후 2년, 공부하는 엄마로 새로운 일상을 시작

나도 수능세대다. 2회 수능을 치른 현역 95학번이다. 1회 수능 세대는 마루타 세대, 2회 수능을 치른 우리는 실험용 쥐라고 불렸다. 내 또래들만 알고있는 표현이다. 너무 아재스럽나?^^ 한국교육평가원 홈페이지에 수능 기출문제가 1회부터 제공되고 있는 걸 보니 참 감회가 새로웠다. 몇 년만인가. 거의 30년이 다 되어가는구나.


수능 준비를 막 시작한 딸아이가 6모를 혼자서 풀어본다. 정말 고등학교 과정 노베이스인데, 문제를 풀기나 할 수 있을지... 대부분 찍지 않을까. 그리고 나에게도 6모를 풀어보란다. 비록 내가 30년 전에 수능을 봤지만, 상식(?)이란게 있으니 의기양양하게 6모 프린트물을 받아든다. "엄마가 왕년에 수학을 쫌 했지. 그리고 물리와 화학 본고사를 준비했던 사람이야"라고 떵떵거리며 문제를 풀어본다.


제일 먼저 수학이다. 총 100분에 30문제를 풀어야 한다. 공통 22문제와 기하, 확률과 통계, 미적분 중에 1개를 선택해서 8문제를 더 풀면된다. 나의 선택은 미적분! 내 기억에 난 미적과 적분을 사랑했었다!(6모를 풀며.. 당분간 수학 잘했단 얘긴 안하기로...) 수학 문제를 푸는데 내가 직면한 문제점은 바로 수학의 표기법들이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프라임 표기(')가 뭔지 기억도 안나고(문제를 풀다가 스스로 깨달음... 이건 도함수다!), limit(극한), Integral(적분)의 표기도 낯설다. 수열도 기억이 가물가물... 이래서는 딸아이에게 면이 서지 않을 것 같다. 문제를 푸는 내내 그런 걱정을 하며 시간 내에 문제를 풀기 위해 머리를 싸멘다. 그나마 뒤로 갈수록 포기(?)하는 문제들이 많아서 시간이 부족하진 않았다. 내가 생각한 시나리오는 이런게 아니었는데... 46점이 나왔다. 반도 못맞췄다. 그래도 4등급은 나옴. 흥분하며 딸에게 외쳤다. "딸!! 엄마 조금만 공부하면 1등급 가능할거 같애!!" 딸이 걱정하며 하는 말... "엄마, 생각보다 점수가 낮네. 기대치를 좀 낮춰야 할 거 같은데..." 맞는 말이긴 하다... "그래 우선은 9모에서 점수 올리는 걸 목표로^^"


다음으로 영어를 본다. 총 70분간 듣기평가 17개를 포함하여 45문제를 풀어야 한다. 영어는 평소의 실력으로 보면 되겠지 싶어 크게 걱정하지 않고 문제를 푼다. 핸드폰으로 듣기 기출 mp3 파일을 다운받아서 플레이 하는데.. 이게 random 플레이가 된다. 이래 저래 컨트롤 하느라 신경이 쓰여 결국 1번 문제를 대충 듣게 되고.. 하.. 1번 부터 틀릴것 같은 예감. 다시 집중하고 듣기 문제를 다 풀고 리딩으로 들어간다. 미로 속을 헤매는 느낌이다. 내가 영어 스피킹이랑 리스닝은 잘 못해도, 리딩 만큼은 자신있었는데 시간 제한 앞에서는 맥을 못 춘다. 시간은 째깍째깍 흐르고, 나는 정신없이 지문을 훝고, 결국 대충 답을 때려 맞추기까지. 반 정도 풀었을 때는 모든 문제를 풀 수 있다는 기대는 접고 어떤 지문이 쉬울지 찾아다니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 그래... 점수를 위해 쉬운 지문만이라도 풀어보자. 결국 그렇게 70분이 흘렀고, 많은 문제는 찍었지만, 그래도 3등급이 나왔다. 하.. 수학에 이어 영어도 썩 내세울 만한 수준이 아니다. 왠지 영어는 수학이랑 다르게 점수에 대한 변명을 하기 쑥쓰럽다. 나의 평소 영어 실력이 이만큼이라는 얘기인 거 같아 속이 많이 쓰라리다.


다음은 국어다. 총 80분에 공통 34문항, 선택(화법과 작문, 언어와 매체 중 1개 선택) 11문항으로 총 45문항을 풀어야 한다. 수학과 영어로 이미 수능의 잔인함을 맛본터라 걱정이 앞선다. 무엇보다, 나는 국어를 싫어했던 학생이었다. 나는 아직도 국어 과목에 대한 불신이 크다. 자고로, 언어는 사고를 하기 위한 도구이고 수단이다. 의사소통 등의 다양한 역할이 있겠지만, 나는 '사고력'이라는 측면의 언어의 기능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수능의 국어 과목은 학생들의 '사고력'을 측정하는 수단으로는 꽝이다. 하... 하고 싶은 이야기는 많지만 넑두리는 여기까지. 낯선 국어 지문들을 읽으며 우리나라 고등학교 학생들의 독해 수준(?)이 무척 높다라는 생각을 한다. 요즘 내가 주로 읽는 책은 에세이라서 술술 읽히는데, 시험 지문들은 너무 어렵다. 과학 지문, 고전 문학 등이 무척 까다로웠다. 시간이 많다면 문제를 다 풀 수 있겠지만, 이번에도 시간이 문제다. 이 짧은 시간에 이 복잡한 지문을 어떻게 다 읽는거야. 가치도 없다며 눈길도 주지 않았던 '퀀텀 독서법' 같은 책이 팔리는 이유를 이제야 알겠다. 결과는 53점으로 5등급.. ㅋㅋㅋㅋ 내 이럴 줄 알았다. 나이가 들어도 국어 점수 안나오긴 마찬가지네.


대학수학능력시험 6월 모의평가 국영수를 풀어보며 많은 생각을 한다. 나의 갱년기는 이렇게 오는건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머리가 복잡하다. 이왕 수능 공부를 해보기로 했으니, 다른 잡념은 버리고 우선 수학부터 찬찬히 공부해보자 다짐한다.


난 공부하는 엄마의 모습이 아이들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교육이라 생각한다. 수학 문제 안 풀려서 괴로워하는 나의 모습이라면 더더욱 아이들의 눈 높이에서 대화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설렌다...

작가의 이전글 [엄마의 수능공부] 수능공부를 시작하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