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담사는 버스타지 말고 걸어서 가보세요

만추 백담사 도보여행기

by 프리맨

백담사는 승용차 주차장에서 7킬로미터나 떨어져 있어서, 대부분 버스를 타고 간다. 나는 난생처음 백담사를 후배와 갔고, 나 역시 버스를 이용하여 올라갔다. 차가 서로 비키지 못할 정도로 좁은 길을 버스 운전사는 능숙하게 운전을 했다. 지나다니는 사람이 비켜서 있지만, 버스 안에서 보면 꼭 무슨 일이 날 것처럼 위험해 보일 정도다. 계곡을 따라 좁은 길이 나 있어서, 차에서 편안하게 푸르스름한 빛이 감도는 맑은 냇물과 산야를 마음껏 구경할 수 있었다.


백담사에 도착하면 절로 들어가기 전 넓은 냇가에 조약돌로 급조한 수많은 돌탑이 신비롭게 보인다. 후배는 이게 이 절의 상징이라고 했다. 누가 처음에 이런 아이디어를 냈을까. 나도 덩달아 냇가로 내려가 나만의 돌탑을 만들고 기념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두 손을 모으고 기도를 하였다. 더 단단한 내가 되게 해달라고. 언제부터인가 나의 기도는, 남을 위한 것이 아닌 나 자신을 위한 것이다. 부실한 나를 먼저 돌봐야 사랑하는 사람들도 잘 돌 볼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어서이다. 나는 이것이 이기라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지난날 솔직하지 못했던 나 자신에 대한 반성과 미약한 내 존재에 대한 연민이다.


크지는 않지만 차분하게 정리된 절간의 모습은 나를 붙잡았다. 나는 어느 건물 댓돌에 앉아 직선으로 내달리는 햇빛을 고스란히 받아들였다. 점차 온몸이 따뜻해지고 노곤 해졌다. 이대로 햇빛에 구워져도 좋겠다는 생각이 스쳤다. 산사에서 무방비로 햇빛에 온몸을 내던진 지 얼마나 오래되었던가. 남는 게 시간이고 어디 급하게 갈 곳도 없다. 서울은 마음 내킬 때 아무 때나 올라가면 된다.


나의 고요를 후배가 뒤흔들었다.


"형! 버스 타지 말고 걸아갈래? 버스비 2,500원도 아끼고. 나는 30년 전에 소주 먹으려고 버스 안 탔거든"


난 이벤트가 필요한 사람이다. 두말하면 잔소리. 흔쾌히 오케이를 하고 벌떡 일어섰다. 점심때가 되었기에 아낀 버스비로 몇 배나 비싼 커피와 비상식량 빵을 구입했다. 걸어서 두 시간이지만, 걷는 것만큼 원초적이고 아름다운 게 어디 있을까. 비록 걷는 게 느리지만 시간만 허락하면 갈 수 있는 곳은 다 가는 마법이 있다. 내려오는 길은 데크 길이 군데군데 잘 마련되어 있었다. 또 계속 공사를 하고 있어서 얼마 후에는 편하게 걸어 내려올 수 있을 것 같다. 후배와 나는 쉴 새 없이 잡담을 늘어놓았다. 백수 생활이 쌓이다 보니 남는 시간에 얻어걸린 지식을 누구에겐가 살풀이처럼 풀어놓아야 하는데, 이것도 꿍짝이 맞아야 한다.


아. 이 길을 걷지 않았으면 백담사를 보고 왔다고 할 수 있을까. 천천히 걸으며 보는 계곡 풍경은 뭐라 말로 표현할 수 없다. 만추 단풍은 또 어떤가. 높은 산에 오르지 않아도 냇가에 심어진 나무들도 충분히 시절 패션을 뽐내고 있다. 정작 백담사에 대한 기억보다 내려가는 길에서 소득이 더 많다. 뚜벅이 생활이 습관이 되어서인지 이십 분이나 일찍 주차장에 내려왔다. 후배 덕분에 오늘도 시간을 잘 썼다. 나에게 시간은 그냥 낭비의 대상이다. 재밌게 팍팍 써서 없애버려야 한다. 산사에서 본 선문답이 오늘따라 급하게 심장으로 들어온다.


문 : 불도가 무엇입니까?

답 : 차나 한잔 들고 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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