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양재천 산책을 하며

내 마음속으로 들어온 양재천과 칸트

by 프리맨

나는 매일 아침 일어나면 가장 먼저 양재천으로 나간다.

요즘은 밤이 길어져서 아침 6시쯤 나가면 별을 보며 걸을 수 있다.

어떤 때는 밝은 달이 낮게 드리워져 있다.

매일 양재천을 걸으니 풍경이 변하는 것을 즐기는 것이 소소한 행복이다.

최소한 나에게 계절의 변화는 양채천의 들풀과 나무들에게서 시작한다.

풀과 흙냄새를 맡고, 시냇물 소리를 들으며 걷다 보면 저절로 감사와 찬양이 나온다.

어제의 고통과 번민은 사라지고, 새로운 희망과 기대가 차분히 올라온다.


양재천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코스는 매헌시민의 숲(예전 양재시민의 숲)이다.

숲으로 들어가면 이곳은 도무지 서울이라는 느낌이 전혀 없다.

빼곡히 하늘 높이 치솟은 나무 사이를 걷다 보면 온몸의 세포가 살아나는 느낌이다.

이번 늦가을엔 오랜 기간 보아왔는데도 싱싱한 잎들이 사라지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

마치 처음 경험하는 것처럼 새롭다.

아마 내가 앙상한 나뭇가지만 남은 모습을 보기 힘들어하나 보다.

당연히 순리대로 오는 퇴락을 어린아이가 떼를 쓰듯 애써 거부해 본다.


산책의 하이라이트는 칸트의 산책길을 걷고, 칸트 동상에 나란히 앉는 것이다.

칸트 동상은 오른쪽 다리를 왼쪽 다리에 포개고, 손을 가지런히 무릎 위에 올려놓고

계단 중턱에 앉아 있다.

2022년도에 하중도에서 떠내려온 것을 가져다 놓았다고 팻말에 적혀 있다.

칸트 옆에 있으면 칸트가 말을 거는 듯하다.

나는 칸트에게 물어도 보고, 조용히 함께 앉아있기도 하고, 빰을 만져보기도 한다.


"칸트 형, 만약 당신이 나라면 지금 고민을 어떻게 대할 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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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트는 가끔 대답을 해준다.

아니면 침묵하지만 무언의 메시지를 주는 듯하다.

조금 느릴지라도 칸트가 매일 걸으며 사유했던 방식을 나는 선호한다.

양재천은 나에게 치유의 길이자 새로운 희망을 주는 곳이고 메말랐던 마음에 사랑을 싹 틔우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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