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구멍 Dec 22. 2022

<바이올런트 나이트> - 나 홀로 집에서 다이 하드하기

<나 홀로 집에>와 <다이 하드>를 동시에 보고싶다면

 산타클로스의 정체를 밝히라고 인질이 된 가족들을 협박하는 대장을 향해 어린 딸 트루디가 산타는 자기 친구이고 우리를 구하러 와서 당신을 혼내줄 거라고 대들자 아빠가 소리친다.      


  Damn it, Trudy, Santa isn't real! I'm sorry, honey. Santa's just a thing adults tell kids to make them feel better, okay? Your mommy and I give you the presents, and we say they're from Santa. He's not coming to save us. He doesn't exist. It's all made-up.

  젠장, 트루디. 미안하지만 애야, 이 세상에 산타는 없어! 산타는 애들을 기쁘게 해주려고 어른들이 만들어낸 거야, 알겠니? 선물은 엄마랑 아빠가 준비해서 산타가 준 것처럼 하는 거고. 산타는 우리를 구하러 오지 않아. 산타는 없으니까. 다 가짜라고.     


  크리스마스만 되면 추천해주고 싶은 영화가 있다. 혼자 있는 걸 무서워하는 어린이들에게는 <나 홀로 집에>, 화끈한 액션을 좋아하는 어른에게는 <다이 하드>가 딱이다. 그런데 <나 홀로 집에>도 보고 싶고 <다이 하드>도 보고 싶다면? 걱정마시라! 이 영화 <바이올런트 나이트>를 보면 되니까.     

  물론 <바이올런트 나이트>가 배경을 LA 나카토미 빌딩에서 코네티컷 그린위치에 위치한 대저택으로 바꾸고, 주인공이 형사가 아닌 주정뱅이 산타라는 것만 다를 뿐 <다이 하드>와 <나 홀로 집에>를 대놓고 따라하는 아류작에 불과하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산타가 상처를 꿰맨 후 트루디와 무전기로 대화를 나누는 장면과 트루디가 부비트랩으로 악당들을 혼내주는 장면이 특히 압권이다) 하지만 토미 위르콜라 감독의 재능을 전 세계에 각인시킨 <데드 스노우> 역시 배경만 노르웨이의 설산으로 바꾸고 <이블 데드>를 비롯한 헐리우드 공포영화들의 장점만을 가져다 교묘히 비틀어놓은 영화였단 걸 생각하면 당연한 결과라는 생각도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 크리스마스에 <바이올런트 나이트>를 놓쳐서는 안 되는 이유는 데이비드 하버가 연기한 산타 캐릭터 때문이다. 맥컬리 컬킨이 없는 <나 홀로 집에>와 브루스 윌리스가 없는 <다이 하드>를 상상할 수 없는 것처럼 데이비드 하버는 지금껏 본 적 없는 희대의 산타를 연기한다. 그가 아니라면 썰매를 타고 하늘을 날아다니면서 사람들 머리위로 구토와 소변을 갈기고 악당들의 사지를 절단하는 술주정뱅이 산타(심지어 그는 전생에 ‘해골분쇄기Skullcrusher' 라는 이름의 망치를 휘두르는 바이킹 전사였다!)는 존재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이렇게까지 얘기했는데 아직도 이 영화를 볼까 말까 망설이는 사람이 있다면 트루디 아빠의 대사를 빌어 마지막 충고를 전한다.

  젠장, 이봐 친구. 하늘 아래 새로운 건 없어! 영화란 어차피 관객들을 기쁘게 해주려고 기존에 있던 것들을 카피하고 짜깁기해서 만들어내는 거야, 알겠어? 걱정은 집어치우고 그냥 데이비드 ‘산타’ 하버가 휘두르는 망치에 몸을 맡기고 악당들이 내지르는 비명의 쾌감을 즐기면 되는 거야. 크리스마스잖아. 걱정과 고민이 많은 어른이에게 산타는 선물을 주시지 않는 법이거든. ■

작가의 이전글 <더 파벨만스> 지평선은 어디에 있는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