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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구멍 Oct 22. 2023

우린 어떻게 될까

성시경과 나얼 그리고 박주연 <잠시라도 우리>

“오빠, 갤레기 써요?” 라고 물었던 어린 친구에게 

성시경은 이렇게 대답했어야 한다.     


나도 한때는 아이폰을 썼단다.

하지만 몇 번의 사막과 몇 번의 우기를 거치며 살다 보니

갤럭시가 더 편해지는 날이 오더라.     



성시경의 갤럭시를 신기하게 바라보던 그 어린 친구는

지금껏 살면서 몇 번의 사막을 건너고

몇 번의 우기를 겪어보았을까?

아니, 산다는 것이 타는 듯한 사막을 가로지르고

쉬지 않고 내리는 비에 흠뻑 젖는 날들의 반복이며

그 고단한 시련들을 모두 견뎌낸 후 찾아드는 고요 앞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오로지 침묵 뿐이라는 사실을

과연 알기나 하는 걸까.     


갤럭시를 쓰는 사람들은 안다.


우리 곁을 떠나간 모든 것들은 그저 

시간을 따라 흘러갔을 뿐

결코 우리를 아프게 하거나 울리기 위해서가 아니었음을.

그대들로 하여금 갤럭시를 쓰는 우리를 손가락질하게 만드는

그 찬란한 젊음이 찰나의 반짝임에 지나지 않음을.

결국 그 불빛도 시간을 따라 사그러질 것임을.

 

그러므로 잠시라도 우리

스스로에게 질문해보기 바란다.

10년쯤 흘러가면 우린 어떻게 될까.

만나지긴 할까.

그때 그대도 지금의 우리처럼 누군가에게

오직 나이를 먹었다는 이유만으로

손가락질받게 되지는 않을까.    

 

나는 아저씨다.

갤럭시를 쓴다.

한 번 헤어지면 죽을 때까지 두 번 다시 만날 수 없고

만나서도 안 되는 사람이 있다는 걸 안다.

미치도록 누군가의 안부가 궁금해지면

그 사람의 SNS를 뒤지는 게 아니라

창문을 두드리는 빗줄기나 나무를 스치는 바람이 

행여 그 사람의 소식을 전해주지는 않을까

밤새 귀를 기울이는 게 떠난 사람에 대한 

예의라고 배웠다.


그래서 갤럭시를 쓰는 아저씨는 

오늘밤에도 이 노래를 반복해서 듣는다.

떠난 사람 때문인지 노래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차피 애쓰던 잠은 이미 오래전에 내곁을 떠났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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