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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소설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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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곽서리 Jan 08. 2023

무던한 사람#7

직장에서 주말에 다 같이 모여 등산을 간다고 했다. 산에 가본 적이 한 번도 없는 이 사람은 어떤 것을 준비해야 하는지 몰랐다. 그래서 열심히 인터넷 검색을 해서 준비했다. 호흡기 약도 준비했다. 낙오되는 사람은 각오하라며 으름장을 놓는 직장 상사의 말에 최선을 다해 대비한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강검진 이후 약을 조금 먹은 것 외에는 충분한 치료도 받지 않았고, 제대로 운동도 한 적이 없던 이 사람이 팔팔한 다른 사람들을 따라가는 것은 불가능했다. 점점 뒤로 처져서 가빠지는 숨을 고르고 있는 이 사람을 다들 스쳐 지나갔다.


산행을 시작하고 한 시간쯤 지났을 때는 주변에 아무도 없었다. 정상까지 한 시간 반쯤 걸린다고 들었으니 다들 정상 근처에 갔을 것이다. 이제야 겨우 반쯤 올라온 이 사람은 걱정이었다. 상사의 으름장이 머리에 맴돌았다. 안 그래도 대하기 어려운 사람이 이번 산행에 대해 벼르고 있다고 말했다. 이 사람에게 이는 너무나도 부담스러웠다. 자꾸 가빠오는 호흡을 가다듬으면서 이 사람은 지금이 약을 먹어야 할 때인지 고민했다. 적절히 약을 먹어 본 적 없는 이 사람은 어떤 상태일 때 약을 먹어줘야 하는 것인지도 잘 몰랐다. 잠깐 고민하는 사이 이 사람은 내려오기 시작하는 동료들과 만났다. 그들은 자연스럽게 이 사람을 스쳐 지나갔고 이 사람은 어쩔 줄을 몰랐다. 자신도 내려가야 하는지 아니면 정상에 올랐다 와야 하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그렇게 오도 가도 못한 채 숨을 헐떡이고 있는 이 사람 곁을 지나가며 직장 상사가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뭣 하고 있어? 움직여. 낙오자는 버스에 태워 주지도 않을 거야.”

그제야 이 사람은 얼른 몸을 움직여 산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알아차렸다. 상사는 이 사람이 정상에 올랐는지에 관심도 없다는 것을. 아무도 이 사람이 어디까지 올랐는지 알지도 못하고 관심 없다는 것을. 실로 이 사람의 존재감은 딱 그 정도였다. 어느 날 갑자기 땅으로 꺼지거나 하늘로 솟아 사라져도 아무도 그 사실을 모를 정도. 상황을 파악한 후 버스에 타지 못해 처음 와보는 이 산중에 혼자 남는 것은 안 될 일이라 생각한 이 사람은 얼른 산에서 내려갔다. 산을 내려가는 것도 힘들었다. 몇 번이나 호흡을 고르고 몇 번을 미끄러져 가며 내려갔다. 그리고는 겨우 버스에 타 그저 낙오되지 않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선물을 받았다. 생일이라며 회사에서 준 것이었다. 사람들이 생일을 기념하고 생일에 선물을 받는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그런 일을 경험해 볼일이 별로 없었던 이 사람은 신기했다. 살아오면서 받아 본 선물이라고는 어렸을 적 어머니에게서 받은 것이 전부였다. 7살 생일 때까지 어머니께서는 생일에 학용품 세트를 주셨다. 매년 거의 비슷하거나 똑같은 제품을 주셨다. 싸구려 지우개가 들어있는 아주 저렴한 제품이었다. 그마저도 8살이 되고 초등학교에 가자 주지 않으셨다. 그것이 살면서 받아 본 선물의 전부였던 이 사람은 생일 선물을 회사에서 준다니 생일이 그렇게 중요한 날인가에 대해 잠깐 생각해 보았다. 다들 태어난 날을 기쁘게 생각하고 축복하며 지내는 것일까? 태어난 것은 왜 기쁜 것일까? 경험해 보지 못한 상황에 대해 깊게 생각해 볼 것도 없던 이 사람은 이내 이를 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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