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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곽서리 Jan 08. 2023

무던한 사람#8

여름날이었다. 홀로 점심을 먹기 위해 회사에서 나와 걷는데 너무 더워 호흡이 힘들었다. 바닥에 미끄러지듯 주저앉았다. 반쪽짜리 폐는 물에 빠진 듯 쪼그라들어 산소를 갈망했다. 숨이 넘어갈 듯 헐떡거리던 기억 끝에 그 사람은 죽음을 다시 만났다. 죽음은 빙글빙글 웃으며 말했다.

“지금이 갈 때야.”

그 사람은 죽음 곁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러자 죽음은 또다시 빙긋 웃으며 말했다.

“뒤돌아보지 않는가?”

그 사람은 답했다.

“무엇을?”

죽음은 큰 소리로 웃으며 답했다.

“당신의 삶. 아주 긴밀한 불행의 연결고리로 이어져 온.”

그 사람은 고개를 기울이며 답했다.

“내 삶이?”

죽음은 겨우 웃음을 그치고 말했다.

“그래. 그럴지도 모르지. 31년간의 세월 동안 시작부터 끝까지 모든 것이 불행했다면 그건 그저 당신의 삶이었을 뿐. 새삼스레 그것이 ‘불행’일 수 있겠는가. 자, 이제 갈 시간이야.”


자신 앞에 놓인 불행에 무던한 사람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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