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청 공원녹지과 공무원의 부지런함
지난 주초, 5월 4주 차인가, 직장동료분과 칼퇴근해서 일찍 귀가를 했다. 진정한 뚜벅이 셔서 교통편으로 40분 정도 걸리는 거리를, 자동차 전용도로 옆 인도를 걸어서 귀가하시는 선배님이시다. 약속이 있으셔서 짧은 동행 후, 직장 뒤쪽으로 버스가 다니지 않는 양재천 산책로를 지나서 근처 아파트 사잇길로 나왔다.
마침, 그날은 한방병원 일정도 없었다. 급히 나오느라 매일 들고 다니던 책보퉁이도 없이 손에 든 것 없이 홀가분했다. 직장 앞까지 무심코 다시 나왔다(보퉁이를 다시 챙길까 생각해서) 같은 층 동료 후배를 만나 인사하는 통에 멋쩍게 서로 지나쳤다. 버스 시간이 급한 후배는 빠르게 가고, 혼자 여유로워졌다.
바로 들어가기에는 날씨가 너무 좋았다. 얼굴에 내리쬐는 햇살을 피하며 걸어가느라 주변 역까지 걷게 되었다. 보통은 마을버스를 타느라 교차로를 지났을 길에 무심코 횡단보도 보행신호를 따라 평소와 다른 방향으로 걸었다.
지하철역을 지나 물재생공사에서 만든 공원으로 가는 길을 걸어갔다.
탄천 물재생공사 옆을 지나는 가로수길, 4월에는 벚꽃이 피어서 벚꽃길인데, 이제는 각종 식물이 가득한 식물원 느낌의 정원이 되어 있었다.
새롭게 식물이 가득 종류별로 자리한 공간은 예전 사람 손으로 만들어진 시냇물에 징검다리가 있던 곳이다. 탄천 물재생공사가 있다 보니 정화된 물이 졸졸 흐르기도 했었다. 조성된 물길이지만 주변에 부들, 갈대, 붓꽃 등 수생식물이거나 물을 좋아하는 식물이 심겼다. 제법 키가 큰 수생식물에 졸졸 흐르는 시냇물, 인공폭포에서 흘러나온 물길이 이어지게 된 구조였다.
몇 해 전, 공원녹지과의 노력으로 조성된 첫 해가 지나고 빠르게 그 아름다움을 잃어 아쉬웠다. 작년 겨울부터 물길은 흙으로 매워지고 산책로 공사까지 하더니 번듯하게 공원이 조성되어 귀가하던 중 그 아름다움을 보게 되었다. 마침 초록이 한참 연둣빛으로 선명할 때라 설레는 느낌마저 새로웠다.
다들 바쁘게 지내는 동료들, 오후까지 각종 업무로 바빠서, 복도에서 잠깐씩 마주하는 모습이 대부분이고 찾아가지 않으면 얼굴을 보기 힘들다.
나이 들어 아들은 커서 서로 일정을 마치면 저녁나절이다. 야간산책에서는 이런 초록의 아름다움을 느끼기 힘들다. 남편 귀가는 더 늦어서 이런 가까운 산책로를 예쁜 시간대에 혼자 걷고 있었다.
인도 옆, 찻길 가까운 화단에는 중간 키의 꽃나무들이 심겨 있다. 재작년부터 심긴 장미나무에는 큰 꽃송이들이 달려 있었다. 6월의 장미가 화사하게 피어있지만 주변 벚나무들의 위세가 워낙 세어서 도로 쪽에서 보지 않으면 보이지 않을 정도다.
대중교통으로 이용할 수 있는 거리에 공원들이 여러 곳 조성되어 있다. 잠실 올림픽 공원으로 가면 봄과 가을 새롭게 조성되는 장미꽃들로 인파보다 꽃들이 북적 거린다.
저마다 아름다움을 뽐내는 키 작은 장미들부터 중간 키, 큰 키의 크고 작은 장미꽃들이 축제를 연다. 꼭 사람이 축제를 열지 않아도, 그곳에 장미꽃들이 피어나는 시기가 오면 사람들의 발걸음이 절로 많이 몰린다. 여기저기 누가 주인공인지 모르게 사진을 찍어댄다.
집 근처 먹자골목 옆 왕복 8차선 도로변에는 작년에 조성된 둘레길이 있다. 최근 다녀온 그 둘레길의 식물구성이 새로 조성된 도로변 둘레길 공원과 비슷해 보였다. 이번 해에 함께 추가로 재정비되었나 보다.
고향집에는 연로하신 아버지께서 봄가을 작은 정원에 핀 꽃들을 관리하시고, 가을에는 국화화분을 대문 밖에 여러 개 내놓으신다. 오래되어서 빛이 바랜 플라스틱 화분이고 투박하게 가지치기 없이 자라 꽃송이들이 작지만 가을의 정취라 좋아하신다. 오래된 수목이 있어 너무 작아진 화단이지만 철마다 정취가 느껴지는 곳, 고향집이다.
며칠 전 집으로 가는 길에 거닐었던 벚꽃길 가로수 공원은 구청 공무원들의 계획에 따라, 조경업체에서 해마다 가꾸는 깨끗한 도로변 공원이었다. 걷는 사람 모두가 누릴 수 있는 곳, 정원의 아름다움에 하루의 시름을 잊을 수 있었다. 타향살이 26년 차지만 아직, 마음만은 고향을 기웃거리는 촌사람이라 식물이 많은 곳에서 아늑함을 느껴봤다.
새벽이면 인도에 떨어진 쓰레기를 치우는 환경미화 공무원들의 빗자루질, 도로는 청소용 트럭이 다니면서 깨끗함을 더한다. 도시 전체가 공원이 되면 이곳도 고향 같이 생각될까? 내 손으로 노력하지 않고 감상하는 위치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손길들에 감사함을 느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