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의 휴가를 냈다. 한 사람만 빠져도 티가 나는 바쁜 병원에서 연속으로 2일의 연차를, 그것도 인턴이 쓴 것이다.
개인적인 용무 때문이라면 하지 못했을, 과감한 용기를 낸 것은 일 년에 한 번 교회에서 진행하는 전도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위해서이다.
그 프로그램은 간단히 말해 특정 지역과 교회를 정해 그곳 주위를 돌며 사람들에게 전도를 하는 것이다.
내가 속한 지구의 교인들 수십 명이 대형버스 2대에 몸을 실었다. (정확히는 모르지만) 일을 하지 않으시는 50대 이상의 여성들이 대부분이다.
성경에 등장하는 목숨을 걸고 예수님을 전하러 다녔던 제자들이나 사도들의 전도 여행을 생각해 보면, 부정적인 생각들이 찾아들게 된다.
어디서든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전도를 이렇게 연례행사처럼 거창하게 치르고 온 뒤 올 해 해야 하는 전도는 다 하고 온 것처럼 티 내는 것 같기도 하고…
크든 작든 다들 한 자리씩 하고 있고 소속 멤버들에게 본을 보여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참여하는 일이 된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이내 이런 생각들은 의미를 찾는 깐깐한 이상주의자의 쓸데없고 지질한 시비라는 것을 깨닫는다.
교회 안에서는 복음과 구원과 영생을 잘도 말하면서… 정작 밖으로 나가면 그 어떤 누구에게도 입뻥끗 못하는 겁쟁이에게 주어진 엄청난 기회인 것이다.
또한, 일상생활에서도 할 수 있도록 연습의 장이 되며, 전도가 절대 어려운 것이 아니라고… 동네에서도 회사에서도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자신감을 심어주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그리고 수십 년 교회에 다니면서도 언감생심 엄두도 내지 못했던 전도의 사명을 그래도 조금이나마 감당해 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될 수도 있다.
교회가 모든 것을 다 짜주고 만들어줘서 개인은 그냥 밥숟가락만 올리면 되는 이 상황에서, 괜히 시비할 일이 아니다.
오히려…
'저도 끼워주셔서 감사합니다'
'혼자서는 할 수도 없는데, 묻어갈 수 있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몸을 반으로 접어 인사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