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브런 Dec 05. 2024

모두 '마스크'썼는데 나만 없어 난처한 경험

돌아온 겨울철 독감유행..공공장소에서 마스크 착용하는 고령자들 늘어

▲마스크착용 캠페인 포스터



점심 약속이 있어 시내 가는 길, 지하철 2호선을 탔다. 실내는 한가한 편이지만 빈자리가 없었다. 고개를 조금 돌리니 '교통약자석'에 빈자리가 보였다. 평소 같으면 지나쳤을 자리지만 약자석으로 향했다. 자리에 앉으니 지하철 빈자리가 다 채워진 것 같았다.



그런데 얼마쯤 갔을까. 기분이 이상하다. 내 또래 앉은 사람 모두 마스크를 쓰고 있는데 나만 쓰지 않은 것이다. 마스크를 낀 사람들이 안경 너머로 나를 의식하는 것 같았다. 건너편에 앉은 한 여성 할머니는 나를 유심히 쳐다보고 있었다.



오늘따라 마스크를 담은 손가방을 지참하지 않았다. 남들 다 마스크 쓰고 있는데 나만 쓰지 않은 모습이라니 마치 발가벗은 느낌이었다. 아무래도 마스크를 써야 할 상황이다. 더 이상 그 자리를 지키는 게 힘들었다. 다른 곳으로 이동하려다 마침 정차하려는 사당역에 내렸다.



그런데 지하철 매점에서 마스크를 팔고 있었다. 오래전부터 판매하는 것 같은데 나는 처음 구입했다. 나 같은 사람을 위해 준비해놓은 물건이다.



오랜만에 교통약자석에 앉아가다 한 가지를 깨달았다. 요즘 약자석에 앉는 사람 대부분 마스크를 쓰고 탄다는 사실이다. 기침을 해도 감염을 우려하는 세상에서 실내에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는 것은 다른 사람들에게 민폐를 끼치는 것이다.



지하철 역사에서 밖으로 나오자마자 나는 답답한 마스크를 벗었다. 정말 숨 쉬며 살 것 같았다. 약속장소에서 만난 지인들도 대부분 마스크를 끼고 나왔다. 그들은 코로나와 독감예방주사까지 맞았지만 마스크도 써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코로나19시절 마스크착용캠페인



코로나19가 한창 유행하던 팬데믹 시절, 마스크를 끼지 않아 지하철에서 쫓겨나거나 옥신각신 했던 사람들이 떠오른다. 당시 마스크 학습효과로 마스크 착용이 크게 불편하지 않았다. 살기 위해서도 필요했지만 암환자인 나는 특히 병원 갈 때마다 항체검사를 별도로 받았다.



그러나 나는 지난 5월 자주 다니는 큰 병원에서 마스크 착용의무를 해제하자 이때부터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 이후 마스크를 가방에 비상용으로 가지고 다녔지만 착용한 기억은 거의 없다.



젊은 사람들은 코로나를 지나가는 감기쯤으로 여길지 모른다. 정부도 벌써 코로나를 계절성 인플루엔저 수준으로 지정했다. 이제는 진짜 마스크를 쓸 시기가 왔다. 독감이 유행할 즈음이다. 나처럼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눈총 받기 십상이다.



나와는 달리 아내와 아버지는 마스크를 평소 자주 쓰고 있다. 아내는 운동하면서도 마스크를 착용한다. 아버지도 크게 염려하지 않을 정도로 열심히 시다. 나만 그간 방심했던 것이다.



한편 노약자들에게 마스크 착용하라고 권고하지 않아도 스스로 착용하는 분위기는 내심 반가운 현상이다. 귀가하는 지하철, 마스크를 착용한 나는 교통약자석에 다시 앉았다. 나도 모르게 당당했다. 물론 약자석 다른 사람들도 모두 마스크로 무장하고 있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