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가담 Jun 09. 2024

맛있는 오늘은 더 맛있는 내일을 부른다



토요일 오후 3시, 입이 심심했다.

배고픈 것도 그렇다고

안 고픈 것도 아닌 애매한 상태랄까.

굳이 뭘 먹지 않아도 저녁밥을 먹기 전까지

충분히 버틸 수도 있었지만,

모처럼 돌아온 주말이니

맛있는 거 하나라도 더 먹고 싶어진다.



음, 뭘 먹으면 좋을까.

오랜만에 케이크를 먹을까,

아니면 초코칩 쿠키를 먹을까.

결국 케이크도 쿠키도 아닌

엉뚱한 소금빵 하나를 집어 들었다.



한 입, 버터 향이 진득했고

또 한 입, 짭짤한 소금 알갱이가

느끼함을 잡아준다.

'소금빵'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직관적인 맛이다.

그리고 어느새 마지막 한 입,

아쉬우니 반에 반쪽씩 아껴 먹어야지.

분명 출출함 방지용으로 먹기 시작했는데

왜 때문에 맛있는 걸

더 한가득 먹고 싶어지는 걸까.

큰일이다, 입이 더 심심해져 버렸다.



식당에서 밥을 먹을 때

본격적으로 음식이 나오기에 앞서

애피타이저가 나오곤 한다.

파스타를 주문했는데 바게트가 선수를 친다거나,

콩나물무침을 먹고 있으면

뜨끈한 국밥이 뒤늦게 등장하는 식이다.

바로 본 게임에 들어가면 속 시원하겠다만,

그렇다고 이런 새치기가 마냥 밉지는 않다.

오히려 운동을 하기 전에 몸을 풀어주는,

그러니까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도록

둔해진 미각을 깨우고 기대감을 한껏 부풀려준다.



출근과 퇴근 그리고 주말,

반복되는 일과 중 애피타이저 같은 순간이 있다.

오늘이 수요일인지 목요일인지

헷갈릴 정도로 지쳐버린 하루의 끝에서

새로운 시작을 꿈꾸게 하는 그런 순간들.

저 밑바닥까지 떨어져 있는 의욕을

단숨에 끌어올려 준다.

조만간 연차를 쓰고 멀리 다녀오자는 말과

자기 전에 봤던 감동적인 영화는,

어쩐지 오늘과 다르게 내일을 기대하게 하고

어제보다 주어진 하루를 영화 속 주인공만큼이나

반듯하게 살아보고 싶게 만든다.



그다음을 적절히 돋우어 주는

애피타이저를 매일 먹고 싶다.

수동적인 나를 주체적으로 만들고,

지루한 일상에 설렘을 더해주는 그런 걸로.

아직 맛보지 못한 미래를

더 맛있게 맞이할 수 있도록.



음, 오늘은 또 어떤 걸 먹어볼까.

오늘은 담백하면서도

고소한 두부 과자 한 봉지에

전화 한 통을 곁들이면 그걸로 충분할 거 같다.

매거진의 이전글 안녕, 잘 자, 사랑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