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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ntrinsic thinker Sep 24. 2023

집값과 주거가치

 새 집의  가치

'정한 곳에 머물러 삶. 또는 그런 집'

국어사전에 나와 있는 주거(住居)의 뜻이다.

가치(値)의 뜻은 '사물이 지니고 있는 쓸모', '대상이 인간과의 관계에 의하여 지니게 되는 중요성', '인간의 욕구나 관심의 대상 또는 목표가 되는 진, 선, 미 따위를 통틀어 이르는 말' 이렇게 정의되어 있다.


집값과 주거 가치를 생각하기 앞서 가격(Price)과 가치(Value)의 차이를 먼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이들 두 단어 차이는 누구나 일상 소비 생활 중에 그리고 무의식 중에 늘 느끼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소비생활에서 순간적으로 느끼는 '싸다', '비싸다'의 느낌이 다 가격과 가치의 차이에 대한 주관적인 느낌이라고 할 수 있다. 심지어 가성비 좋다는 말로 '가격 대비 좋다'는 표현을 더 분명히 하기도 한다.

소비하려는 상품이나 서비스의 본질적인 유용성에 대해 투입되는 비용만큼이 가치라고 한다면 가격은 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에 의해 매우 흔하게 가치와 다르게 매겨지게 된다.


부동산의 본질적 가치는 '주거가치'라고 하는 데에 누구나 동의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주거형태로 아파트로 대표되는 공동주택의 비율이 매우 높은 특징을 갖고 있고 그 집들의 크기와 모양도 매우 유사하다.  

비슷한 크기와 모양으로 지어져 많은 유용한 비교사례가 있고 이러한 특성 덕분에 시장에서 가격을 매기는 게 어렵지 않다. 세계 최고 수준의 IT 강국인 우리나라에서는 더더욱 쉽다.

부동산의 가치를 여러 '쓸모'로 꼼꼼히 따져 보기보다는 부동산 가격을 먼저 쉽게 접하기 때문에  본질적 가치를 망각하기도 쉬워진다.

  



다시 부동산의 본질적 가치인  '주거가치'를 '주거'와 '가치'의 사전적 의미로 돌아와 살펴보자.


주거와 가치의 사전적 의미를 아주 소극적으로 조합해 보면  '머물러 사는 집의 쓸모'라고 정의할 수 있다. 여기에서 가치의 의미를 좀 더 확장하여 보면 집을 인간의 '욕구'나 '관심의 대상', '목표' 등의 관점에서도 볼 수 있다.  


여기서 아주 흥미로운 관점이 나오는데 인간의 '욕구'를 기준으로 주거가치를 생각해 보는 것이다.


1943년 매슬로우라는 미국의 심리학자가 ‘인간의 동기와 성격(Motivation and Personality, 1943)’이라는 저서에서  인간은 하나의 욕구가 충족되면 다음 단계(hierarchy)의 욕구로 전이된다는 이론을 소개하였는데 이것이 이른바 매슬로우의 욕구 단계설(Maslow's hierarchy of needs)이다.

욕구의 단계를 생리학적(Physiological) 욕구 → 안전(Safety)의 욕구 → 애정 또는 소속(love/belonging) 욕구 → 존중(esteem)의 욕구 → self-actualization(자아실현) 욕구로 서술하였다.



주거가치와 자아실현 그리고 성장욕구

앞서 주거가치를 아주 소극적으로  정의한 '머물러 사는 집의 쓸모'라고 한 것은 매슬로우의 욕구 단계에서 생리학적 욕구와 안전의 욕구 정도에 대응될 것으로 본다.

가치의 사전적 의미를 좀 더 확장하여 보면 주거가치는 집에 대해 인간의 충족되어야 하는 욕구에 따라 인간관계, 애정 또는 소속의 의미까지 확대되고 나아가 '자아실현'의 의미를 지닌다고 볼 수 있다.


매슬로우는 이 자아실현의 욕구를 성장욕구라 하였고  앞단계의 욕구들을 결핍욕구라 정의하면서 구분하고 있다.

성장욕구는 결핍욕구가 한 번 충족되면 더는 동기로서 작용하지 않는 것으로 정의하는 반면 충족이 될수록 그 욕구가 더욱 증대되는 것으로 정의한다.


가치를 성장욕구인 자아실현 욕구와 연결해 보니 개인이 느끼는 주거가치와 집값도 개인의 자아실현과 무관하지 않다고 볼 수 있다.


대한민국의 대표 주거시설인 아파트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추위를 피하고 안전하게 쉴 수 있는 기본적 주거의 기능적인 측면은 당연히 충족되어야 하는 것으로 인식되고 어느 곳에 어떤 공동체에 속해 더불어 사느냐도 매우 중요한 가치로 여겨지고 있다. 또한 그 안에서 존중받으며 더불어 살아가려는 욕구가 있으며, 자아실현의 성장욕구에 의해  더 높은 방향(더 가치가 높은 집)을 추구하며 살아간다.


사회적으로도 주택여과(순환) 과정과 같은 이론에서 볼 수 있듯이 개인은 소득 등 제한된 예산에서 효용을 극대화하려고 하기 때문에 신규주택이 공급되면 각 계층별로 보다 나은 집으로 연쇄적으로 이동하게 되어 여과 과정이 발생하게 되는데 이러한 효용 극대화가 주거에 대한 자아실현과 관계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자아실현 성장욕구 관점의 '주거가치 = 머물러 사는 집의 쓸모'에서 '쓸모'는 부동산의 특성상 집(아파트의 경우 단위 세대와 단지) 자체의 물리적 쓸모와 집 밖의 다른 곳과 연결되는 입지적 개념이 있을 것이다.

주거가치를 좌우하는 요인은 크게 교통여건, 생활편의시설 접근성, 학교나 학원 등의 교육여건 등 부동산의 입지적 여건과 건축물의 연식, 규모, 디자인, 공용시설 등  집(또는 단지) 자체의 물리적 여건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가치를 좌우하는 데에 물리적 측면과 입지적 여건 중 어느 요인이 더 크게 영향을 주는지와 각 요인은 어떤 변수들로 구성되어 있는지를 살펴보는 일은 매우 깊이 있고 세밀한 분석을 필요로 하며 다양한 요인에 의해 가격과 가치가 형성되고 또 다양한 요인에 의해 가격과 가치의 차이가 생긴다.

어느 요인이 차이를 만들고, 얼마만큼 영향을 주고 있는지가 주거가치가 어떻게 형성되어 오는지 볼 수 있는 단서가 된다.


그리고 주거가치를 자아실현의 성장욕구로 본다면 그 요인은 더 가치 있는 집을 향한 욕구를 증폭시키는 효과도 있을 것이다.


 새 집의 주거가치


가치와 가격에 영향을 주는 요인 중 가장 직관적이고 객관적인 요인은 새 집과 관련된 것일 텐데, 덜 낡은 집의 효용도 있겠지만 새로운 기술과 새로운 트렌드에 맞춰 지어진 집이 주는 효용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새 집'의 주거가치는 새 집에 대해서 사람들이 얼마나 더 가치를 두고 있는지를 보는 것인데 앞서 살펴보았던 인간의 욕구나 관심의 대상 측면에서 볼 필요가 있다.

기능적 측면에서 새 집은 기술의 발달로 더 따뜻할 수 있고 더 안전하며 많은 디자인적 요소와 편의성의 개선 등으로 헌 집보다 훨씬 더 가치가 있다고 느끼는 것이다.

욕구적 관점에서 보면 '새 집'에 사는 자부심, 만족감과 나아가 자아실현 성장욕구의 욕구단계를 충족할 수 있는 충분한 가치를 느낄 것으로 본다.   

 

이제 새 집이라는 요인이 우리가 느끼는 전체 주거가치에 어느 정도 영향을 주는지를 살펴보는 것에 초점을 맞추어 살펴보자.

부동산 시장에서도 보면 가격 등에서 짐작할 수 있겠지만 지역마다 새 집과 관련된 요인의 영향과 비중이 다르다. 새 집이라는 집의 물리적 특성이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하는 지역이 있을 수 있겠으나 다른 물리적 특성이나 입지적 여건 등 다른 요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중이 적게 느껴지는 지역도 있을 수 있다.


새집의 가치를 가격을 통해서 살펴보기 위해 전국과 서울, 경기 지역에 대해 최근 부동산 가격 상승기와 하락기의 아파트 연령별 가격 민감도를 관찰해 보았다.

통계청 건축 연령별 매매가격 지수의 2019년부터 최근까지의 데이터를 분석하였으며

새 집(연식 5년 이하)이 가격상승기에 민감하게 많이 오르는지와 가격하락기에 덜 빠지는지를 보았다. 새 집의 가치가 더 비중이 높은 지역에서는 이러한 현상이 두드러지겠지만 새 집인 것이 다른 요인들보다 덜 중요한 지역이라면 가격 상승기에 민감하게 오르거나 하락기에 덜 빠지지 않을 것이다.


부동산 가격 상승기인 2019년 6월부터 2021년 6월까지 매매가격지수를 통해 가격 동향을 보면 2021년 6월의 가격 지수를 100으로 보았을 때 가장 새 집인 5년 이하 연령의 매매가격지수는 82.0으로 가장 오래된 집인 20년 초과와 5.3p 정도 차이를 보인다 상승기인 2년간 새 집이 이만큼 더 올랐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 2년 중 1년 이상의 하락기를 포함한 2021년 6월 이후의 매매가 지수는 20년 초과가 95.1, 5년 이하가 87.7로 새 집이 7.4p만큼 더 떨어진 것을 알 수 있다.

새집이 상승기에 더 민감하게 오르긴 했지만 하락이 나타나는 시점이 가장 빨랐고 그 폭도 컸다는 점이다. 새 집은 샘플이 많지 않아서 다른 그룹보다 더 민감하게 변동이 나타나고 있겠으나 상승기에 가격이 가장 많이 올랐던 것만큼 하락기에 가장 가격이 많이 빠지는 점에서 새 집이라는 장점이 덜 하락하게 하는 효과는 많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자료 : 통계청, 건축연령별 매매가격지수 2021.06 = 100


같은 분석을 서울지역에서만 국한하여 보면 어떨까?

상승기에는 전국에서와 반대로 20년 초과의 주택 가격의 상승이 5년 이하 새 집의 주택가격 상승보다 매매가지수로 4.4p 높게 나타났다. 하락기에는 거의 비슷한 폭으로 하락하는 현상을 보여 2022년 말 매매가 지수는 모든 연령 그룹에서 비슷하게 나타났고 이후 연식별 폭이 서서히 차이를 보이기 시작하는 형국이다.

서울의 새 집은 상승기에 조금 덜 올랐고 하락기에 상승기에 민감하지 않았던 만큼 특별히 더 떨어지거나 덜 떨어지는 특징을 보이지 않았다.




전국과 서울의 연령별 매매가 차이는 현격히 차이를 보였다. 새 집이 전국적으로 볼 때는 상승기에 많이 오르고 그만큼 하락기에 많이 빠지는(새 집이라 덜 빠지지 않는) 경기에 상대적으로 민감한 특징을 보였고 서울지역에서는 특별히 많이 오르지도 않고 하락기에 가격이 많이 빠지지도 않는 경기에 덜 민감한 특징을 보였다.


하락기에서 아래의 경기지역 새 집의 큰 하락폭과 비교하면 서울의 새 집은 상대적으로 훨씬 안정적인 것을 알 수 있다. 주로 강남 등 입지가 괜찮은 재건축이나 재개발 지역에 신규 공급이 많았던 서울과 택지지구 등 신규개발지역에서의  공급이 많았던 경기지역의 초기 가격 차이 등 특성들을 자세히 들여다볼 필요성이 있으며 새 집의 범위를 연식 10년 이하나 15년 이하 등으로 좀 더 넓혀서 그룹을 줄여서 비교해 보는 것도 더욱 선명한 분석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하지만 상승기에 더 많이 오르는 현상을 좀 더 가치 비중이 높다고 본다면 상승기 새집의 가치는 서울보다 다른 지역이 더 높다고 볼 수 있다.


하락기에서의 해석은 좀 더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서울 지역에서 연령별로 특별히 떨어지는 차이가 많지 않았다는 점과 경기지역의 하락기에 5년 이하의 하락이 두드러졌다는 점을 보면 하락기에 새 집의 요인이 가격에 있어서는 비중이 높게 영향을 주지는 않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경기지역의 경우는 오히려 많이 오른 연령 그룹에서 하락기에 많이 떨어지는 전국적 특징을 고려할 때 상승기에 새 집의 상승이 집 가치에 비해 과도하여 하락이 크게 나타났을 가능성이 있다.  

 




지역 간 차이(엄밀히 말해 서울과 나머지 지역)가 부동산경기와 여러 복합적 이유가 결합된 수요의 차이에 의해 분명히 나타나고 있지만 새 집은 주거가치를 평가하는 여러 기준과 관점 가운데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분명하다.

더 분명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새 집의 가치는 그대로이지만 눈에 보이는 가격은 여러 요인에 따라 그대로가 아니라는 점에서 새 집의 가격 분석은 '가치와 가격의 차이'를 잘 드러 내어 보여주는 하나의 도구가 될 수 있다.


"두껍아 두껍아 헌 집 줄게 새 집다오"로 시작되는 전래동요가 2018년 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모두를 위한 미래'의 배경 음악에 나왔듯이 새 집은 가치 있는 미래의 소망을 상징하기도 한다.


 '정한 곳에 머물러 삶'이란 의미에서 사람마다 순서는 다르겠지만 '새 집'은 가장 높은 순위를 두는 기준 중의 하나일 것이다. 반면 머물러 살고 있는 지금의 새 집이 미래에는 헌 집이 되는 아이러니가 성장욕구 일으키는 높은 단계의 욕구이며 가치가 된다.  


새 집을 가격으로만 볼게 아니라 새 집이 가지는 미래와 희망의 가치를 봐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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