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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루 Dec 23. 2022

적게 버는 직장인의 고백

부러워서 그래요

"얘 연봉이 1억이래."


이젠 이런 얘기를 들으면 멋있다는 생각보다 질투심이 앞선다.


며칠 전, 얼굴을 본 적도 없는데 나의 비서를 자처한 국민 비서가 '주택 임대차 계약 만료에 따른 안내'라는 가슴 철렁하는 문자를 보내왔다. 전세 계약기간 만료가 6개월 남았으니 계약 갱신을 할 수 있지만 임대료는 5%가 인상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5% 라면 거의 천만 원에 가까운 돈인지라 부담스럽기 짝이 없다. 인터넷엔 온종일 집값이 가파르게 하락하고 있다던데, 원룸 전세는 그렇지도 않았다. 지금 사는 집 주변 전세가를 알아보니 2년 사이에 집값이 거의 1억은 올랐더라. 연봉이 1억 인 사람은 1년만 일하면 1억을 번다. 나는 1억을 모으려면 10년은 족히 걸린다. 정확하게 계산하면 1억에서 세금 잔뜩 떼 가고 생활비도 많이 나가겠지만 돈을 많이 버는 사람들은 월급 외에도 돈이 많이 들어오는 세계에 산다.


내가 하는 일은 뭐가 부족해서 인건비가 이렇게도 싼지 모르겠다. 대체 고연봉자들이 어떤 일을 하는지 나는 모른다. 하지만 1억의 반도 채 되지 않는 연봉으로 세상을 살긴 너무 버겁다. 나는 그 사람들에 비해 가치 없는 일을 하고 있는 걸까? 네이버에 20대 평균 연봉을 검색해보곤 세상에 이렇게 돈 잘 버는 사람이 많다는 사실에 놀란다. 그 많은 사람 중 난 늘 포함되지 않는다. 어떻게 해야 돈을 많이 벌 수 있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지극히 평범한 사람으로 산다는 것은 괴롭다. 나보다 돈을 많이 버는, 그래서 더 하고 싶은 걸 많이, 비싸고 좋은 경험을 부담 없이 할 것만 같은 사람들이 너무 부럽다. 난 오늘도 무언가를 참고 살고 있는데. 나도 비싼 와인을 먹고 싶고, 해외여행 가서 돈을 펑펑 쓰고 싶고, 친한 친구 결혼식에 축의금도 많이 내고 싶다. 하지만 그러기엔 난 돈이 없고 생각이 너무 많다. 그렇게 나의 세상은 재미가 없어진다.


질투라는 적의적인 감정을 여과 없이 드러낸 이 글이 금세 부끄러워졌지만 가끔은 이런 날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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