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살아보려고, 하루를 가지런히 정돈하기로 했습니다
프롤로그.
모든 짐을 싸서 본가에 내려온 후, 가장 먼저 오랫동안 비워져 있던 내 방을 청소했다. 바닥에 떨어져 있던 것들을 줍고, 청소기를 돌리고, 물걸레질을 했다. 먼지가 쌓인 이불도 빨았다. 물자욱이 남지 않도록 바닥을 꾹꾹 눌러 닦고, 구석구석 쓸어냈다.
어지럽혀진 방을 청소하면 불안에 잠식된 마음도 다시 비워질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깨끗하게 정돈된 공간 위에 새 짐들을 올렸다. 세탁한 옷들을 색상별로 개어 넣고, 책상 한쪽에는 차와 커피를 진열했다. 바닥에는 아침을 위한 요가 매트를 깔아두었다.
다시 잘 살아보겠다고 다짐하는 마음이었다. 큰 흐트러짐 없이 제자리를 찾아간 물건들처럼, 나도 내 자리를 찾아갈 수 있길 바랬다. 어쩌면 청소가 그런 힘을 주었다. 엉망이 된 후에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힘. 우울했고, 불안했고, 눈물만 흘리던 시간을 지나왔으며 때로는 여전히 그 시간 속에 있다. 그럼에도 다시 숨을 쉬며 살아가야 하기에. 엉망이 된 삶을 정돈하기 위한 방법들을 조용히 떠올려 본다.
다시, 가지런한 하루를 살고 싶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