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rechoice Jul 15. 2023

가지런한 하루

다시 살아보려고, 하루를 가지런히 정돈하기로 했습니다

프롤로그.


모든 짐을 싸서 본가에 내려온 후, 가장 먼저 오랫동안 비워져 있던 내 방을 청소했다. 바닥에 떨어져 있던 것들을 줍고, 청소기를 돌리고, 물걸레질을 했다. 먼지가 쌓인 이불도 빨았다. 물자욱이 남지 않도록 바닥을 꾹꾹 눌러 닦고, 구석구석 쓸어냈다. 


어지럽혀진 방을 청소하면 불안에 잠식된 마음도 다시 비워질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깨끗하게 정돈된 공간 위에 새 짐들을 올렸다. 세탁한 옷들을 색상별로 개어 넣고, 책상 한쪽에는 차와 커피를 진열했다. 바닥에는 아침을 위한 요가 매트를 깔아두었다. 


다시 잘 살아보겠다고 다짐하는 마음이었다. 큰 흐트러짐 없이 제자리를 찾아간 물건들처럼, 나도 내 자리를 찾아갈 수 있길 바랬다. 어쩌면 청소가 그런 힘을 주었다. 엉망이 된 후에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힘. 우울했고, 불안했고, 눈물만 흘리던 시간을 지나왔으며 때로는 여전히 그 시간 속에 있다. 그럼에도 다시 숨을 쉬며 살아가야 하기에. 엉망이 된 삶을 정돈하기 위한 방법들을 조용히 떠올려 본다.


다시, 가지런한 하루를 살고 싶어서.  



강원도 가진, 카페 테일 @_tail_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