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수영에 도전하다
수영복은 도대체 왜 이렇게 찬란하거나 할매같거나일까.
세 시간 동안 인터넷에서 마음에 드는 수영복을 찾아 헤매며 그런 생각을 했다. 좀 더 어릴 때는 깔끔하고, 단색의 수영복도 많았던 것 같은데…. ‘최근 인기순' 버튼을 눌러 수영복을 정렬해보면 전부…. 너무 반짝여서 찬란하거나 얼룩덜룩한 꽃무늬가 마치 할머니 옷 같은 것들뿐이었다. 암담한 마음으로 잠시 인터넷 창을 종료했다.
가지런한 하루를 만들자고 마음먹은 후, 가장 먼저 해야겠다고 생각한 것이 운동이었다. 운동과 신체적 활동은 만병의 퇴치약! 불안하다면 하루에 나가 30분이라도 걸으세요! 라는 유투브 선생님들의 조언 덕분이었다. 마음 같아서는 매일 서핑을 하고 싶었지만, 안타깝게도 내륙에 위치한 본가에서는 반경 2시간 안에 갈 수 있는 바다가 없었다.
서핑을 할 수 없다면 물에서라도 가까이 놀아보자 하는 생각에 선택한 것이 수영이었다. 다행히 집 가까운 곳에서 수영장을 하나 찾을 수 있었다. 수영을 해 본 기억이 까마득했다. 아마 초등학교 2학년 정도가 마지막이었을 것이다. 동네에서 30분 거리에 큰 수영장이 생긴 덕에, 친구들이 너도나도 방과후 수영장을 다니기 시작했다. 어리숙한 마음으로 친구들 뒤를 따라 수영장에 가서 발차기와 음파음파를 배웠었다.
어릴 때의 기억이어서 그런가, 1.5M 정도 깊이의 수영장은 발이 전혀 닿지 않았고 바닥이 새카맣게 보여 왠지 상어가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그래도 서핑을 하면서 물에 대한 공포를 많이 극복했으니 수영을 배워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그렇게 의지를 다진 후 다시 인터넷 창을 켰다. 이 망측한 수영복들 사이에서 내가 입을 것을 하나 골라야만 수영장에 갈 수 있었다. 나는 두 세개 정도의 수영복을 고른 후 친구들 여럿에게 문자를 보냈다. 어때, 너무 할머니 같아? 그렇게 해서 가장 괜찮아 보이는 꽃무늬 수영복 하나를 구매했다.
3일 후, 집에 도착한 새 수영복을 들고 수영장으로 향했다. 일일 이용권은 단돈 3천원. 아메리카노 한 잔 값에 가까운 아주 합리적인 가격이었다. 나는 조금 들뜬 마음으로 락카룸에 짐을 넣고, 샤워를 하고, 수영복을 입은 후 풀장으로 나갔다. 그리고 그 곳에서, 시중에 판매하는 수영복이 너무도 찬란하거나 너무도 할매같았던 이유를 알게 되었다.
수영장에는 온통 할아버지와 할머니들 뿐이었다! 나는 그렇게 많은 할머니들이 수영장에 다닌다는 사실을 정말 처음 알았다. 걷기 전용 레인에서 걷고 폴짝거리며 ‘어머 언니~ 언제 왔어~’ ‘응 얼마 안 됐어~ 한 12시~’ (내가 방문한 시간은 오후 세 시였다)를 외치는 할머니들과, 성인 남성 못지않은 스피드의 완벽한 접영을 선보이는 고수 할매들이 온통 거기에 있었다.
아, 이래서….
나는 고심 끝에 고른 내 수영복을 잠시 내려다보았다. 그렇게, 얼떨떨한 마음으로 첫 수영은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