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정한 아침을 시작하는 방법
한동안 차에 관심이 많았다. 아침에 일어나서 간단한 스트레칭이나 요가를 한 후, 따뜻한 걸 마시면 몸과 마음이 다 풀리는 느낌이 들었다. 차분하게 하루를 시작할 수 있는 건 덤이었다. 처음에는 시중에 판매하는 티백으로 차를 시작했다. 그런데 계속 마시다 보니 어떻게 하면 더 다양한 차를, 더 맛있게 즐길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들었다.
차의 풍미를 제대로 느낄 수 있다는 잎차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그런데…. 잎차를 마시려면 필요한 게 너무 많았다. 기본적으로 효리네 민박에서 보았던 그런 다도 세트나 다기들이 필요하다. 다관, 찻주전자, 찻사발, 물식힘사발, 차호, 개완 등 이름을 다 셀 수도 없었다. 물론 모든 도구를 다 사야하는 것은 아닐테다. 그렇지만 차를 마시기 위해서 세 가지 이상의 도구가 필요한 것은 부담스러웠다. 나는 자주 이사를 다녔고, 잠깐 여행을 가는 곳에서도 나의 차 생활이 이어지길 바랐기 때문이다. 나중에 한 집에 정착하면 다구들을 마련해보자 생각하며 잎차에 대한 미련을 버렸다.
그러다가 한 티머그를 발견하게 되었다. 겉보기에는 유리컵에 뚜껑을 달아놓은 것처럼 생겼는데, 잎차를 마시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도구들인 다관(차 우리는 주전자), 거름망, 찻잔의 기능을 한데 합쳐놓은 거였다. 머그잔 윗부분의 거름망에 잎차를 넣고 뜨거운 물을 부은 후, 적절한 시간만큼 우리고 버튼을 누르면 차가 아래쪽 머그잔에 추출되어 내려온다. 이 머그잔 하나와 찻잎만 들고 다니면 어딜가나 잎차를 즐길 수 있는 거였다. 조금 더 고민해 본 후 바로 결제했다. 모든 것은 복잡해지는 순간 즐기기 힘들다는 내 가치관과 딱 맞아떨어지는 도구였다.
오늘은 그 티머그로 첫 차를 우렸다. 아침 여섯시 반에 일어나서 간단한 10분 요가로 몸을 풀어준 뒤에 물을 끓였다. 물이 끓는 동안 티머그 작동법을 이리저리 익혀보고, 찻잎 포장지도 뜯었다. 티머그와 함께 하동 쑥차를 구입했다. 맛없는 쑥도 차로 마시면 왠지 괜찮을 것 같았다. 찻잎을 2g 정도 집어 티머그에 넣고 뜨거운 물을 부었다. 우리는 시간은 한 번에 1분인데, 같은 찻잎은 총 3번까지는 우릴 수 있다. 잠깐 물을 부어놓고 1분 기다리기를 세 번 반복한다.
물이 끓는 동안, 차가 우려지는 동안, 차를 내리는 동안, 그리고 차를 마시는 동안. 다른 것을 보지 않고 오로지 그것에만 집중한다. 이렇게 매일 단정한 아침을 시작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