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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을 잃은 무지개 앞에서

무기력 속에서도 다시 나를 찾아가는 작은 연습들

by 진성

최근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에게 행복을 가져다주던 것들은 뭐였을까?


누군가에게는 별것 아닐지 몰라도,

내게는 하루를 견디게 해 주던 작은 행복들이 있었다.

운동을 하고, 혼자 노래방에 가고, 친구를 만나고,

조용한 카페에서 커피 한 잔을 마시던 시간들.


그 모든 것들이 점점 내 삶에서 흐려지고 있다.

그리고 그 자리에, 설명하기 어려운 무기력감이 자꾸 고개를 든다.



어느덧 나도 첫 사회에 발을 디뎠다.

정식으로 회사에 입사해 누군가의 동료가 되었고,

회사라는 울타리 안에서

하루하루를 채워가고 있다.


누군가에겐 ‘이제 안정적인 길을 걷고 있구나’

싶어 보일 수도 있겠지만,

나는 오히려 또 다른 불안정함을 느낀다.


매일 같은 시간에 출근하고,

같은 일을 반복하고,

정해진 삶을 살아가면서

점점 나의 색이 옅어지고 있다는 걸 느낀다.



사실 말하자면,

그저 하루하루를 살아내는 것만으로도

벅찰 때가 많다.


퇴근 후에는 아무것도 하기 싫고,

주말은 단지 쉼을 위한 시간이 되어버렸고,

즐거웠던 일들이 ‘귀찮음’으로 느껴질 때가 있다.


소소하지만 확실했던 행복들이

조금씩 나와 멀어질 때,

나는 마치 색을 잃은 무지개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히 존재했었고,

아름다웠으며,

나를 웃게 했던 감정들이

지금은 흐릿한 기억으로만 남아 있다.



그때 문득, 니체의 말이 떠올랐다.

“지금 이 순간이 영원히 반복된다면, 당신은 어떻게 살겠는가?”


만약 지금의 하루가 끝없이 반복된다면

나는 이대로 괜찮은 걸까?

나는 지금의 나를 사랑하고 있을까?


그 질문은 단순한 철학이 아니라,

삶을 되돌아보게 하는 묵직한 물음이었다.



나는 아직 정답을 알지 못한다.

하지만 분명한 건,

이 무기력은 변화의 신호일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내가 예전처럼 빛나지 않는 이유는

그때의 나를 놓아버렸기 때문일지도.


그래서 지금,

그때의 나를 다시 꺼내보고 싶다.

• 하루에 단 한 곡이라도 좋아하는 노래를 부르고,

• 아무 이유 없이 친구에게 연락해 안부를 묻고,

• 익숙한 골목의 카페에서 멍하니 앉아 있고,

• 짧은 글이라도 써보며 내 마음을 들여다보고 싶고,

• 좋아하는 영화와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고 싶다.


그렇게 작고 사소한 것들로

다시 나를 채워가고 싶다.



무지개는 늘 하늘에 떠 있는 게 아니다.

비가 내리고, 햇살이 스며들 때

비로소 잠깐, 그 찰나에 모습을 드러낸다.


지금은 어쩌면 그 비가 오는 시간이다.

그리고 언젠가 다시,

내 삶에도 나만의 색을 가진 무지개가 떠오를 것이다.


나는 오늘도

그 무지개를 기다리는 마음으로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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