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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

지금의 내가 낯선 당신에게

by 민힐러

이 글을 여기까지 읽어온 당신에게, 어떤 말을 건네야 할지 한참을 고민했다. 어떤 문장이 이 시간을 잘 설명할 수 있을지, 어떤 말이 당신의 마음에 조용히 남을 수 있을지 쉽게 정리되지 않았다. 몇 번이나 문장을 쓰다 지우기를 반복했고, 어떤 표현이 가장 솔직한 지 오래 망설이기도 했다. 결국은 잘 다듬어진 문장보다, 지금의 내가 진심으로 건넬 수 있는 말을 전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지금의 마음 그대로, 조금은 서툴더라도 솔직한 말을 전해보려 한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없이 많은 순간을 지나온다. 잘 해낸 날보다 버텨낸 날이 더 많았고, 확신보다 망설임이 더 익숙했던 시간들도 있었을 것이다. 때로는 이유 없이 마음이 무거웠고, 아무 일도 없는데 괜히 지치기도 했을 것이다. 설명할 수 없는 감정들이 하루를 채우고, 아무에게도 털어놓지 못한 채 혼자서 견뎌야 했던 순간들도 있었을 것이다. 그 모든 날들을 정리하지 못한 채, 우리는 그저 다음 날로 넘어가며 살아왔다.




아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그런 시간을 지나 여기까지 왔을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쉽게 말하지 못했던 마음, 스스로에게조차 제대로 들여다보지 못했던 감정들을 안고서 그렇게 하루하루를 살아냈을 것이다. 겉으로는 괜찮아 보였지만, 마음속에서는 수없이 흔들리고 있었던 날들도 있었을 것이다. 괜찮은 척 웃으면서도, 혼자 있는 순간에는 이유 없이 무너질 것 같은 기분을 느꼈던 날들도 있었을지 모른다.


그래서 이 글은 무언가를 가르쳐주기 위한 이야기가 아니라, 그저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함께 걸어온 시간에 더 가깝다. 나 역시 완벽하지 않았고, 여전히 흔들리고 있는 사람이다. 다만 그 흔들림 속에서도 나를 놓지 않으려고 애써왔고, 그 과정에서 조금씩 알게 된 것들을 조용히 꺼내어 놓았을 뿐이다. 정답을 말하려는 것이 아니라, 나 또한 그 과정 속에 있는 사람이라는 마음으로 이 글을 써왔다.


어쩌면 우리는 모두 ‘괜찮아지는 방법’을 찾기 위해 애써왔는지도 모른다. 더 나아지기 위해, 더 단단해지기 위해, 더 흔들리지 않기 위해 스스로를 밀어붙이며 살아왔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조금씩 깨닫게 된다. 괜찮아진다는 것은 완전히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 지금의 나를 조금 더 이해하게 되는 일이라는 것을. 나를 바꾸는 일이 아니라, 나를 받아들이는 일에 더 가까운 것이라는 사실을.


여전히 우리는 완벽하지 않다. 여전히 실수하고, 여전히 흔들리고, 어떤 날은 이유 없이 무너지는 기분을 느끼기도 한다. 하지만 이제는 그 사실이 그렇게까지 두렵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다시 일어나고, 다시 하루를 살아가고, 결국 또 우리답게 시간을 건너가기 때문이다. 그 반복 속에서 우리는 조금씩 단단해지고, 조금씩 나를 이해하게 된다.


이 글을 쓰는 동안 나는 여러 번 나를 돌아보게 되었다. 그동안 얼마나 나를 몰아붙였는지, 얼마나 나에게 인색했는지, 그리고 얼마나 오래 나를 이해하지 못한 채 살아왔는지를. 하지만 동시에 그 시간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 모든 시간이 헛된 것이 아니라, 나를 여기까지 데려온 과정이었다는 것을 이제는 조금 인정할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이제 예전보다 조금 덜 애쓰며 살아가려고 한다. 더 완벽해지기 위해서가 아니라, 지금의 나를 놓치지 않기 위해. 더 잘 보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기 위해. 그렇게 조금 더 나에게 가까운 방향으로, 조금 더 나답게 살아가보려고 한다. 그 선택이 느리더라도, 그 길이 나에게는 더 오래갈 수 있는 방향이라고 믿어보기로 했다.


혹시 지금의 당신이 아직도 스스로를 낯설게 느끼고 있다면,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다. 아직 다 알지 못해도 괜찮고, 아직 정리되지 않아도 괜찮다. 우리는 원래 그렇게 조금씩 알아가며 살아가는 사람들이니까. 어떤 답을 찾지 못한 채 머무는 시간도, 사실은 나를 이해해 가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지금의 내가 낯설게 느껴진다는 건, 그만큼 당신이 계속 변화하고 있다는 뜻일지도 모른다. 멈춰 있는 사람이 아니라, 계속 살아가고 있는 사람이라는 증거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 낯섦을 너무 밀어내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 안에는 분명, 당신이 지나온 시간과 앞으로의 시간이 함께 담겨 있으니까. 낯설다는 감정은 때로 두렵지만, 동시에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이 글이 당신의 모든 순간을 이해해 줄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어느 한 장면에서는 잠시 멈춰 서게 해 주었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 순간에, 스스로에게 조금 더 부드러운 말을 건넬 수 있었기를 바란다. 그 짧은 멈춤이 다시 걸어갈 힘이 되어주고, 나를 조금 덜 몰아붙이게 해주는 시간이 되었기를 바란다.


괜찮다고, 여기까지 온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조금 느려도 괜찮다고. 그렇게 말해주는 사람이 세상에 아무도 없다면, 적어도 당신 자신만큼은 그 말을 해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 한마디는 생각보다 오래 마음에 남고, 생각보다 깊게 당신을 지켜줄 수 있다. 그 말 하나로도 우리는 다시 하루를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얻기도 한다.




우리는 생각보다 더 많은 것을 견뎌왔고, 생각보다 더 잘 살아내고 있다. 그래서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조금은 덜 애쓰고, 조금은 더 나를 이해하면서 그렇게 하루를 건너가기를 바란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사실을 잊지 않으면서, 조금은 더 편안한 마음으로 나를 바라볼 수 있기를 바란다.


이 글이 끝나도, 당신의 시간은 계속 이어질 것이다. 그리고 그 시간 속에서 당신은 여전히, 당신답게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때로는 흔들리고, 때로는 멈춰 서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걸어가는 사람이 될 것이다.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당신의 하루는 충분히 의미 있다고 나는 믿는다.


그리고 언젠가, 아주 자연스럽게 당신이 당신에게 말해줄 수 있기를 바란다. 지금의 나도 괜찮다고, 이만큼이면 충분하다고, 조금 느려도 괜찮다고. 그 말을 스스로에게 건넬 수 있는 날이 온다면, 그때의 당신은 이미 지금보다 훨씬 더 단단해져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때에도 여전히, 당신은 당신답게 잘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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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이름으로 살아가며 글과 기록을 통해 정체성과 감정을 탐구하는 민힐러입니다. 감성 콘텐츠와 퍼스널 브랜딩을 다루며, 진심 어린 문장으로 삶을 치유하는 힘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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